감정을 나타내는 어기부사
중국어의 동사는 고정된 뜻을 나타내는 것을 빼고는 무색무취하다. 동사 주위에 있는 조동사, 부사, 개사, 조사를 통해 동사의 범위, 정도, 빈도, 부정과 긍정, 시제(时制) 등을 결정한다. 그중 어기부사(语气副词)는 동사의 복잡한 감정과 어기를 나타내는 데 매우 중요한 부사이다.
중국어의 어기부사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한국어의 어휘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 전체 문장의 어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나의 어기부사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사도 있기 때문에 전체 문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문장마다 그 의미를 결정해야 한다.
“就”를 예로 들면,
• 他一回家就睡觉。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돌아오자마자 잠을 잔다. 많이 아쉽다.
• 他一星期就来两天。더 자주 와야 하는데… 일주일에 겨우 이틀 온다. 참 아쉽고, 마음이 아쉽다.
• 他就是我们的老师。바로 저 분이 확실하게/틀림없이 자랑스러워요.
성경의 “就”는 대부분 어기부사이다. 성경번역의 시대에는 어기부사가 많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就”가 감정전달의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 것 같다. 야고보서에서만 약 25개의 어기부사 “就”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확고하고, 의심이 없고, 절대적인 어기를 강조하는 데 많이 사용되었다.
아래 문장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어기(语气)가 들어 있지 않은 데도 풍부한 감정과 느낌이 들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 那儿就是我的家。저기가 바로 내 집이에요. (기쁨, 안도, 자랑스러운….)
• 那地方可漂亮了。그곳은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강조, 정말이다, 확실해, 따라 와 보면 알아, 두말할 것 없어.)
• 我偏偏不答应。나는 어쨌든 허락하지 못해. (누가 뭐라고 해도…, 죽어도 안 해, 나는 그가 싫어, 기분이 나빠.)
• 多么好的天气啊! 얼마나 좋은 날씨냐! (기분이 너무 좋다, 의외로 너무 좋다, 예상 못해서, 내가 말하는 좋은 날씨란 바로 이런 거야.)
이렇게 숨어 있는 감정을 대화에 사용하면 소통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기부사는 모든 부사보다도 더 중요하다. 모든 글이나 말에는 반드시 감정이 들어있다. 사실만 전달한다 해도 감정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특히 어기부사가 통/번역 최고의 경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문 번역자일수록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통/번역의 참 실력은 어기부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사용하는 데 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을 표출한다. 중국 사람은 한국 사람에 비해서 표정이나 몸짓으로 감정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이지만 말이나 글 속에서 참으로 다양한 어기부사를 사용해서 “기분이 좋고 나쁘다”를 나타낸다. 어기부사로 인해 일어나는 오해는 부지기수이며, 특히 외국인들이 참 많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어기부사는 다른 부사 앞에 놓이게 된다. 그 이유는 문장에서 감정과 어기, 기분과 느낌 등은 어기부사에 의해 결정되기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어기부사는 다른 부사보다 더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야고보서에서 지극히 작은 키로써 사공의 뜻대로 방향을 결정하고, 작은 혀로 자랑하고, 작은 불로 많은 나무를 태우는 것처럼 아무리 작은 어기부사 하나로도 문장의 방향과 색깔을 결정할 수 있다.
어기부사를 배우기 위해 이제부터 우리는 말을 들을 때나 글을 읽을 때 항상 글을 쓴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기분(생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어기와 나의 감정을 파악해서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번 호에서는 먼저 어기부사의 종류를 알아 볼 것이다. 어기부사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다 다룰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어기의 종류에 따라 나누고 조금씩 설명을 덧붙일 것이다.
크게 긍정적 어기와 부정적 어기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어기부사의 종류 (语气副词的种类)
1) 사실에 대한 확고한 긍정
▶ 확실히, 전혀 의심이 없이, 누가 뭐라고 해도 --- 就, 的确, 肯定, 确实, 必然, 当然
▶ 확연히, 틀림없이 --- 明明, 分明, 明显
2) 사실에 대한 확고한 부정
▶ 절대 …이 아니다 --- 绝不, 千(万), 万别, 根本没, 压根没
▶ 并不, 并没, 并无, 并非
3) 이유가 밝혀지고 수용이 된다는 어기
▶ 어쩐지 … 그러면 그렇지 —- 难怪(勿怪), 怪不得, 无怪乎……
4) 사실의 근원이 밝혀지고 수용이 된다는 어기
▶ 알고 보니 --- 原来, 敢情是…
5) 결과에 대한 수용
▶ 결국은, 마침내 --- 终究, 终归, 毕竟, 显然
6) 결과에 대한 배척
▶ 결국은, 도대체, 어찌 되었던 --- 反正, 好歹, 其实
7) 자신 있는 추측
▶ 반드시 --- 准, (一)定, 必定, 肯定, 定然, 绝对, 想必(双助动词), 就必(双语气副词)
8) 자신 없는 추측
▶ 아마도 --- 恐怕, 怕, 也许, 或许, 大概, 一旦, 万一, 似乎, 依稀, 仿佛(好像)
9) 때로는 극단적 긍정, 때로는 극단적 부정
▶ 简直 --- 그야말로, 거의, 마치
• 你画的简直像真的一样。최고의 칭찬, “거의”, 마치 (너의 그림이 마치 진짜 같구나.)
• 那简直是另一个世界。도대체 말도 안 되는 (그건 이해가 안 되는) 세계이다.
• 他简直不像话到极点。그는 형편없다, 최악의 수준이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다, 구제불능.
10) 부드러운 부정적 어기
▶ 아무래도 …이 아니다: 未免, 莫非, 无非
• 他未免过分了一点。아무래도 좀 심했다.
• 你未免失误了吧?아무래도 실수한 것 같다.
• 我未免来早了一点。아무래도 좀 일찍 온 것 같다.
• 他们莫非是结婚了。혹 그들이 결혼한 것 아닌가?
• 我莫非还没进入情况。아무래도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 你无非已经不感兴趣了。혹 벌써 흥미를 잃어버린 것 아닌가?
11) 극도의 불만, 따지는 어기(반어법 문장으로)
▶ 도대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 还, 难道, 到底, 究竟, 岂
▶ 감히 --- 竟然, 居然
▶ 공교롭게, 하필이면, 좀처럼, 기어코 --- 偏偏, 偏
• 偏不凑巧。공교롭게, 뜻밖에, 재수 나쁘게.
• 我偏不信。나는 절대 안 믿어.
12) (긍정적) 한숨 돌리고, 안도의 어기.
▶ 다행히도 --- 亏, 幸亏, 幸好, 多亏, 亏得, 好在
13) 예상에 빗나간, 의외의 부정적 어기.
▶ 오히려 --- 却, 倒, 反, 反倒, 反而
14)(긍정적) 마침맞게, 우연찮게도 라는 어기
▶ 마침, 기분 좋게 --- 恰恰, 刚好, 刚巧, 正好, 正巧, 碰巧
15) 비상한 각오
▶ 결사코 --- 非, 宁, 宁可, 宁死, 死活, 非得
16) (부정적) 포기, 내려놓음
▶ 어쩔 수 없이 --- 只, 只好, 只得, 不得不
모든 말이나 글에는 이런 두 종류의 감정이 들어 있다. 어떤 상황인지 파악한 뒤에 설명을 하거나 번역하고 통역을 해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야고보서의 어기부사 (雅各书的语气副词)
1:2 就 / 1:5 就必 / 1:6 就 / 1:9 就 / 1:10 必 / 1:11 就, 就 / 1:12 必 / 1:15 就, 就 / 1:17 并 / 1:20 并 / 1:22 就 / 1:25 就,必然 / 1:26 却, 反 / 2:1(便)就 / 2:3 就 / 2:4 岂 / 2:5 并, 岂 / 2:6 反倒 , 岂 / 2:8 才 / 2:11 却 / 2:12 就 / 2:13 原来 / 2:14 却 / 2:16 却 / 2:18 便, 必 / 2:19 却 / 2:21 岂 / 2:23 就 / 3:2 原来 / 3:3 就 / 3:4 就 / 3:5 却 / 3:13 就 / 3:14 就 / 3:16 就 / 4:4 岂 / 4:7 就必 / 4:8 就必 / 4:10 就必 / 4:11 就 / 4:12 竟敢 / 4:14 其实, 还, 原来 / 4:15 就 / 4:16 竟 / 5:3 (只) / 5:5 竟 / 5:11 明显 / 5:12 就, 就 / 5:13 就, 就,就 / 5:15 必 / 5:17 就 / 5:18 就
1) 어기부사 “就”의 사용빈도가 상당히 높다. 저자가 확고하고 의심이 없는 강한 어기로 교훈하고 있다.
2) 다른 부사 (전에 배운 시간부사, 정도부사, 범위부사, 빈도부사, 부정부사)에 비해 같은 시대에 번역한 다른 내용보다 어기부사를 많이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3) 어기부사의 위치를 유심히 보면 반드시 동사 앞에 두고 다른 부사 앞에 두는 경우가 많다.
4) 상대적으로 부정적 어기부사보다 긍정적 어기부사가 월등하게 많다.
김란 | 레인보우 컨설팅, 사역언어평가원 원장(E-mail/ rainbow2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