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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서 사회조직을 바라보고 대하는 당정(党政)의 정책적 인식과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이를 토대로 생각해볼 때 중국의 공민사회 내 –자선단체를 포함한- 사회조직들에 대한 당정의 요구는 매우 간명해진다.
2016년 8월, 당 중앙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 공동의 <关于改革社会组织管理制度促进社会组织健康有序发展的意见(사회조직 관리제도의 개혁과 사회조직의 건강하고 순차적인 발전의 촉진에 관한 의견)>’ (이하 <의견>) 에 따르면, 사회조직은 4가지 방면에서 복무(四个服务)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服务国家、服务社会、服务群众、服务行业’가 그것인데, 이 가운데 ‘服务国家’, ‘服务社会’, ‘服务群众’의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당과 정부의 중심임무를 완성하는 일에 사회조직이 일조하는 것이 ‘服务国家’의 핵심을 이루고 있고, 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정치건설, 경제건설, 사회건설, 문화건설 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세분화가 된다. 그리고 당과 정부의 집정기초를 확대하고 공고히 하는 데에도 사회조직은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사회조화와 국가안정의 유지, 보호에 공헌할 것과 국가이익과 안보의 증진을 위한 활동에 종사할 것을 사회조직에게 요구하고 있다. ‘服务社会’의 차원에서 사회조직은 사회치리의 혁신, 사회발전의 촉진, 사회안정의 강화 등에 공헌하는 것이 큰 틀에서의 기초적 의무가 된다. 이와 관련하여 세부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시장조직)이 제공하기 어려운/하려 하지 않는 공공재와 사회적 서비스를 인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임무로 대두하게 된다.
또한 사회안정과 사회질서의 유지에 공헌해야 하며, 사회의 공공이익과 안전을 향상하는 활동에 종사해야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服务群众’은 한편으로는 바로 앞의 ‘服务社会’ 방면에서의 ‘인민/군중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 제공’ 역할을 포함하지만 그보다는 당정과 인민/군중을 연결하는 교량적 역할에 분명한 방점이 찍혀 있다.
사회조직이 군중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를 파악하여 자신들의 사업/활동에 반영함으로써 군중에 대한 당정의 관심(关怀)을 전해주는 역할, 당정의 결정과 방침을 군중에게 전달하는 역할, 그리고 그 결정과 방침을 군중이 수용/지지하여 자신들의 자각적 행동으로 발현하도록 만드는 역할 등의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결국 사회조직들에게 당정이 부과한 위의 4대 임무를 풀어서 정리하면 이와 같다. 당과 정부의 집권/집정능력 강화에 일조하라는 것, 안정적인 체제유지를 위해 기능하라는 것, 인민들의 사회경제적 욕구/요구 충족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 그리하여 인민들의 불만을 상당 부분 해소함으로써 당정에 대한 불만의 증대와 사회안정과 국가통합을 해치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라는 것, 그리고 사회경제적 서비스의 제공을 통해 당정의 통치비용의 상당 부분을 전가 받으라는 것 등으로 종합,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중국 사회조직들은 예나 지금이나 철저히 도구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社会组织在社会治理、化解社会矛盾、维护社会秩序、促进社会和谐稳定等方面发挥积极作用(사회치리와 사회모순 완화, 사회질서 유지, 사회안정의 촉진 등의 방면에서 사회조직의 적극적 역할의 발휘)’의 표현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임무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사회조직들은 당정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얻어 활동할 수 있고 존립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중국 특색의 사회조직이 가야 할 길이라고 당정은 강조하고 있고, 19차 당 대회 이후로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조직의 길(习近平新时代具有中国特色的社会组织发展之路)’로 그 표현이 변경되었다.
아울러 자선단체를 중심으로 한 사회조직들은 중국 유교문화의 유산을 대내적, 대외적으로 전파하고 선전하는 일에도 복무해야 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선단체들의 ‘저우추취(走出去)’를 당정이 특정 상황에서 일정 부분 허용하고 지원하는 것 역시, 중국의 오랜 전통인 유교적 덕치와 중국식 가치들을 전 세계에 홍보하여 중국의 매력과 소프트파워의 증진에 이바지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성민 |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