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는 황제(皇帝)의 역사였다. 황제는 천자(天子)였으며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땅도 그의 것이었고 그가 죽기 전까지는 모든 권력이 그에게 있었다. 최근 중국을 향한 화제의 중심은 시진핑 주석의 ‘영구집권’이었다. 지난 3월 중국은 현행 헌법의 국가주석 임기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시진핑 주석의 이름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 시진핑 1인 장기집권 체제로 전환하였다.
현대판 황제의 시대가 온 것이다. 중국에 기독교가 전래된 이후 천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황제로 인하여 진정한 하나님의 아들 즉 천자(天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의 존재 위치 때문에 토착화가 되지 못했다. 봉건왕조가 무너지고 공화정으로 바뀐 뒤에야 복음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에도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서 이 시대에 중국공산당은 다시금 중국을 황제의 국가로 만들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중국에서 종교사무조례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이것은 우려했던 것처럼 시진핑 정권의 권력 강화와 맞물려 상당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정권의 통제력이 강화되면서 종교 간섭 역시 심해졌다. 등록되지 않은 가정교회에 대한 탄압과 함께 중국선교 현장의 선교사들에게도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고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하여 발생되는 후폭풍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종교와 관련된 정책집행을 정부 산하의 종교부가 아니라 공산당 산하의 ‘통일전선부(統一戰線部, 약칭 통전부[統戰部])’로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정부 공인교회인 삼자교회와 등록된 가정교회를 묶어서 그동안 정부 통제 아래에 두었던 중국기독교의 ‘삼자애국운동위원회(三自愛國運動委員會)’라는 명칭을 좀 더 포괄적인 뜻이 담긴 ‘중국기독교협회(가칭)’로 변경하고 광범위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떤 지역의 지방 정부는 삼자교회를 포함한 등록교회에도 무자비한 핍박을 가하고 있다. 십자가 철거는 흔한 일이 되었고, 예배당을 폭파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성도들을 집단 구속하는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결국은 기독교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IT기술 발달로 안면인식 감시카메라의 확대 사용과 인터넷을 포함한 중국에 기반을 둔 모든 서버의 감시를 통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중국선교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교회 스스로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계속 주시하면서 흐름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선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비자취득에 있어서 비자법이 강화되면서 합법적으로도 비자취득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비자를 취득했다고 하더라도 주거에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선교사들에게는 큰 압박이 되고 있다. 선교사의 안정된 장기 거주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교전략의 전환 모색은 먼저 선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전문화로 비자 문제를 해결하여 안정된 사역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울러 그 대상도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을 포함한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교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들을 이미 중요한 선교대상으로 인식하고 선교역량을 모아 양육과 훈련을 통해 일꾼으로 세워서 중국으로 재파송하는 것이다. 새로운 황제의 시대는 중국교회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지만 이런 위기가 곧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초창기 중국의 가정교회는 실제로 가족단위로 모여 몰래 예배를 드렸기 때문에 가정교회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가정교회라고 불리기에는 세력이 커진 비공인교회들도 적지 않으며 경제발전과 도시화에 따라 대형화, 세속화, 번영신학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중국교회는 사도행전 속의 초대교회처럼 복음을 전하기 위해 흩어질 때를 만났다고 볼 수도 있다. 중국의 많은 성도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비본질의 것들을 추구하지 말고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중국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을 받는 것을 축복으로 알고 예수님보다 더 붙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교회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최근 만난 중국교회 지도자들 가운데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그리 어려워할 것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불법적인 모든 예배당과 가정을 포함한 예배처소를 모두 폐쇄한다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예배를 드리는 예배자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SNS의 발달과 도시화로 이어진 중국 사회 속에서 중국교회는 더욱더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고 중국교회의 진정한 부흥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CUM-Q 2018 봄 통권 69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필립 | 선교사, 중국대학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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