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말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은 전 세계의 변화와 관련이 깊다. 21세기 들어서 세계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이민화(Immigration)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2억 명을 넘어섰다. 이것은 엄청난 변화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의 터전에서도 실감나게 다가온다. 식당 옆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원어민 영어학원 강사, 베트남댁, 그리고 한국말에 익숙한 외국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다만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다. 이런 현장의 변화는 새로운 선교전략의 출현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이런 거대한 변화의 물결 뒤에는 하나님의 허락하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교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생겨난 기회에 주목하고 숙고해서 반응해야 한다. 디아스포라선교는 이런 반응 가운데 하나이다.
이 글은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 글이며, 그와 동시에 우리가 큰 도전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글이기도 하다. 필자는 일본에서 지난 13년 동안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을 하고 있다. 기회가 닿는 대로 국제단체와 네트워크를 통해 북미, 유럽의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을 접했고, 안식년 기간을 이용해 아프리카의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을 경험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에 대해서는 익숙하지만 다른 지역의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다. 이 점에 대해서 넓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다만 이 졸고가 필요한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디아스포라(Diaspora)’란
‘디아스포라’는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임시 혹은 영구적으로 이주하여 사는 특정 종족집단(Ethnic)을 가리킨다. 주로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지칭하는 것에서 출발한 이 단어는, 근래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규모 이민그룹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20,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기아, 정치, 경제적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민을 떠났다. 교통과 통신의 급속한 발달은 이런 대규모 이민의 흐름을 가속화하였다. 1965년 7,700만 명, 1995년 1억 2,000만 명, 현재는 2억 명에 이른다. 지난 40년 동안 2.5배가 증가했다. 인구 2억의 새로운 대륙 하나가 탄생한 것이다. 우리 옆에 새롭고 거대한 제7대륙 ‘디아스포라 대륙’이 등장한 것이다.
‘디아스포라’는 그들이 떠나온 고국(故国)과 새로 정착한 국가에 동시적·쌍방향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1세대뿐만이 아니라 2세대, 3세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 두 곳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경제, 정치, 종교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이 영향력이 디아스포라선교가 가지는 ‘사역적 파급력’이다.
성경으로 보는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이야기는 성경에서부터 그 기록이 시작되었다. 사실 성경은 디아스포라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에덴을 떠나야 했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부르심을 쫓아 떠났던 아브라함 이야기, 고향을 떠나 살았던 요셉 이야기, 그리고 나라의 멸망으로 바벨론의 포로생활을 했던 이스라엘 이야기, 하늘 아버지 집을 떠나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던 우리 주 예수님 이야기, 그리고 밧모섬에 강제로 이주되어 우리가 영원히 이주할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던 나그네 된 디아스포라 요한의 이야기가 나온다. 성경에는 디아스포라가 된 이들을 하나님이 어떻게 부르시고, 사용하시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만민의 하나님, 과부와 고아들의 하나님이신 것처럼, 또한 디아스포라들의 하나님이시다.
선교역사로 보는 ‘디아스포라’
개신교의 선교역사는 시대의 변화라는 새로운 도전(挑战)과 이에 응답하는 응전(应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울러 최종적인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뜻이 관철되는 역사였다. 시대 조류의 변화는 세계선교 패러다임 전환의 신호였다. 디아스포라선교는 그 흐름의 끝자락에 서 있다.
《카이로스》라는 선교 교재의 ‘다섯 확장기의 세 시대’ 부분을 기초로 하여 선교역사의 흐름을 간단히 살펴보면,
첫 번째 시기는 연안선교(沿岸宣教) 시대였다. 윌리암 캐리를 필두로 하는 이 시대는 비교적 안전했던 식민지 거점인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선교가 시작되었다.
두 번째 시기는 내지선교(内地宣教) 시대이다. 내지선교는 허드슨 테일러를 출발점으로 한다. 이는 혁명적 선교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세 번째 시기는 미전도종족선교 시대였다. 카메론 타운센드, 도날드 맥가브란이 이 중심에 섰다. 1974년 로잔대회를 기점으로 미전도종족선교는 세계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네 번째 시기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선교(From Everywhere to Everywhere)의 시대이다.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선교가 가능해진 것이다. 모든 곳이 피선교지이면서 동시에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는 파송지가 된 것이다. 디아스포라 사역도 이 시대의 틀 속에서 시작되었다. 선교지가 바로 우리 곁에 온 것이다. 선교사 파송은 더 이상 서구교회가 파송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국가와 민족그룹에서 파송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나름대로 혁명적인 변화이다. 하지만 이상의 네 시기는 모두 일정한 한계를 드러냈다. 즉 여전히 발전된 지역에서 덜 발전된 지역으로, 재정적으로 넉넉한 곳에서 가난한 곳으로,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라는 일방통행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모두는 시대의 산물이라 그런 한계가 존재한다. 이것은 태생적 한계이다. 그렇지만 디아스포라선교는 이런 한계에서 태어나 다음세대로 넘어가는 가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뒤부분 ‘중국선교의 새로운 길,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에서 더 다루도록 하겠다.
디아스포라선교의 10가지 특징
1. 디아스포라 사역은 시대의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사역이다. 우리는 2억 명에 이르는 이민자들, 그리고 그런 이민의 흐름을 허락하셨던 하나님의 섭리를 숙고해서 반응해야 한다. 새롭게 생겨난 거대한 디아스포라 대륙 선교의 필요에 주목하고 그들을 위한 선교사를 파송해야 한다. 기회를 놓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2. 디아스포라 사역은 추수의 때(Season)가 명확한 사역이다. 디아스포라 사역은 이동하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동주기를 고려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뿌려야 할 때와 추수해야 할 때가 명확하기에 때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사역의 문이 열렸을 때 신속히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추수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3. 디아스포라 사역은 국내외의 모든 사람이 선교를 더 쉽고 빠르게 접근하고 동참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선교의 대상자들이 이미 내 옆에 와 있기에 바다를 건너지 않아도, 또 다른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직장과 가족을 떠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디아스포라선교는 가능하다. 디아스포라 사역은 선교로의 진입장벽을 낮추어서 모든 사람에게 선교동참의 기회를 제공한다.
4. 디아스포라 사역지는 블루오션(Blue Ocean)지역이다. 블루오션은 경쟁이 거의 없는 시장을 말한다.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은 남미, 유럽, 아프리카, 일본 등지에서 거의 블루오션 지역이다. 마음껏 사역할 기회가 많다.
5. 디아스포라 사역에서는 좋은 마음밭을 가진 양떼를 많이 만나게 된다. 좋은 밭을 가진 양은 디아스포라 사역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으로 이동해 살게 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타국생활에서 오는 외로움, 고독, 두려움들로 인해 마음이 가난해진 경우가 많다. 디아스포라 사역을 하면서 스펀지가 물을 빨아 들이듯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을 많이 보았다.
6. 디아스포라 사역은 영향력이 큰 사역이다.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은 평생 자국(自國)의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서 끊임없이 연락하고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오늘의 발달한 통신과 교통은 이 네트워크를 더 강력하게 해 주었다. 외국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면 그와 관련하여 자국의 가족, 친척, 친구들도 그 선한 영향력을 받게 된다. 우리 가운데도 한 사람으로 시작해 가족 전체가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었다.
7. 디아스포라 사역은 강한 선교적 DNA를 갖고 있다. 디아스포라 사역의 특징은 흩어짐이다. 우리 교회(동경닛포리국제교회)의 경우 평균 3, 4년이 지나면 60-70%의 교인들이 귀국하거나 또 다른 곳으로 이민을 떠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된 목회를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은 생명의 씨를 가지고 떠나는 선교사이다. 디아스포라 교회는 3, 4년마다 교인의 60-70%의 교인을 선교사로 파송하는 선교적인 교회가 될 수 있는 태생적 특권을 가졌다. 일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들 가운데는 일본에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가정교회를 개척하거나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선교사적 삶을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이 많다.
8. 디아스포라 사역은 더 강한 부르심의 확신을 필요로 한다. 부르심의 확신은 어느 사역에나 필요한데 디아스포라 사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일본에서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을 하면서 같은 사역을 하는 동역자를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역적인 협력의 기회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외국인 대상의 디아스포라 사역을 하는 경우도 선교사로서 후원자들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다. 그러기에 디아스포라 사역에 대한 하늘로부터 오는 더욱 확실한 부르심이 있어야 한다.
9. 디아스포라 사역은 Total & Long Care(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목양)를 지향해야 한다. 디아스포라 사역을 할 때 섬기는 대상의 상당수는 언젠가 귀국할 사람들이다. 그들이 귀국해서 신앙을 떠난 생활을 한다면 이처럼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사역은 초기단계부터 귀국한 뒤의 삶까지 염두에 두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귀국한 뒤에도 연락과 방문을 통해서 그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신앙생활에 대해 도와야 한다. 디아스포라 사역은 이런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목양의 틀 속에서 진정한 열매를 맺는다. 귀국자에 대한 사역도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사역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10. 디아스포라 사역은 다양한 준비과정을 필요로 한다. 선교사가 타문화권에서 또 다른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역할 때 다중문화에 노출되는데 최소 3개의 문화가 교차한다. 본인뿐만이 아니라 자녀들도 그런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들을 미리 예견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상 10가지의 특징은 디아스포라 사역에서 나타나는 주된 특징으로 디아스포라 사역이 어떤 사역인가를 보여준다. 이처럼 디아스포라 사역은 재생산성이 강한 선교적 DNA를 가진 사역이다.
세계 디아스포라 중국인 현황
세상의 거의 모든 곳에 중국인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가장 많은 숫자의 외국인들은 중국인들이다. 가장 번화한 명동거리에서 아프리카 사파리 관광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중국인들의 물결이 밀려든다.
세계 최대의 화인선교기구인 ‘세계화인복음사역연락중심(世界华人福音事工联络中心, CCCOWE, Chinese Coordination Center World Evangelism, 이하 CCCOWE)’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화인은 71,385,700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동아시아와 북미에 자리를 잡았지만 중국이 개방화하고 경제가 성장하면서, 동아시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프리카,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에서 중국인 이민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인 이민의 증가는 새로운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의 필요를 보여주고 있다.
북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
여기서는 전 세계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의 필요를 중심으로 필자가 아는 범위 안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제한된 경험과 지식의 한계에 대해 독자들의 넓은 양해를 구한다. 이중 북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이미 성숙의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북미 현지교회의 적극적인 협력과 이미 자리를 잡았던 대만계, 홍콩계 교회의 도움으로 ‘중국인이민교회’는 이제 북미에서 ‘한인이민교회’를 이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북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한다. 북미에 유학했던 중국 지식인들 가운데 수많은 이들이 신앙을 갖게 되었고, 헌신해 신학을 공부했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은 교회 사역보다는 기관 사역에 참여했다. 그래서 북미에는 전 세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서사역단체, 신학교육단체 등 기관 사역이 많고 강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후에 북미에서도 적지 않은 사역자들이 목회사역에 뛰어들었다. 장보리(张伯笠),공밍펑(龚明峰) 등은 대륙 출신으로 다양한 형태의 교회개척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헌신된 인력도 계속해서 많이 나오고 있다. 북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인력과 재력 면에서 안정되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인력과 재력이 선교적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선교의 개발과 동원에는 여전히 개척의 여지가 많다.
북미의 경우 한국인선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이미 기존의 교회개척과 사역개척이 많이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물론 하려고 하면 교회개척 사역 등도 가능하나 더 유용하고 필요한 사역은 현장 선교 경험이 충분한 선교사 출신이 북미의 선교자원을 제3세계 선교현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선교동원 면에서는 여전히 할 일이 많은데 북미는 이런 점이 매우 취약하다. 현장 출신의 경험이 있는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사가 북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교회들이 주님의 선교명령에 순종하는 교회가 되게 도와야 한다.
유럽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
유럽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북미에 비해 열악하지만 아프리카에 비해서는 발전되어 있다. 유럽의 각 나라에 디아스포라 중국인교회들이 있으며 대륙 출신 중국인목회자들이 목회하는 곳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COCM(基督教华侨布道会)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의 중국인유학생 사역, OMF 등을 중심으로 하는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 각 지역의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디아스포라 중국인유학생 사역,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한 원저우(温州)교회의 사역은 유럽의 디아스포 중국인선교의 기초가 되고 있다.
곳곳에서 작지만 모범적인 디아스포라 중국인 선교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북미에 비해 여전히 교회개척 사역, 캠퍼스개척 사역의 여지가 많다. 유럽의 디아스포라 중국인교회는 많은 경우 초기 개척단계에 있다. 유럽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의 전반을 살펴보면 아직 신자들의 헌신, 신학훈련, 사역 개척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운동의 동력이 될 만한 역량은 아니다. 유럽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전도, 교회개척, 목회, 캠퍼스 사역 등 도전할 만한 곳이 많다.
아프리카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
아프리카의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회는 현재 폭발 성장 중이다. 아프리카 전역에 중국인의 물결이 일렁거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带一路)정책에 힘입어 아프리카 전역에 중국의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중국 기업의 특징은 필요한 모든 인원(하급 노동직 포함)을 할 수 있으면 중국에서 데려온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현지에 잔류해 자신의 비즈니스를 개척한다. 최근 아프리카 중국인의 숫자는 대륙 전체에 약 200만에서 250만으로 추정된다. 아프리카 중국인들의 급격한 증가와는 달리 이들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일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CCCOWE의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아프리카 전역에 32개의 중국인교회와 4개의 기독교 단체가 있다. 200여만 명의 인구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이다. 케냐의 경우는 중국인 5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중국인교회는 단 4곳, 모든 교회의 인원을 다 합쳐도 70-80여 명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활발한 중국인 사역이 펼쳐지는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곳에는 (전체) 아프리카 (전체)의 중국인 절반 정도가 거주하며 중국인교회도 절반 정도가 이곳에 있다. 아프리카에는 신(新)이민의 형태로 중국인 사회가 급속히 형성되고 있는데 이해 반해 디아스포라 중국인교회는 아주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에 아프리카의 교회는 중국인 사역을 하고 싶어 하며 지원할 준비를 갖춘 교회도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2011년 SACON(South Africa Chinese Outreach Network)이 결성되어 현지 중국인선교를 위해 현지교회들이 나서서 애쓰고 있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그 자체로도 강력한 필요가 있다. 복음을 듣지 못한 200만-250만 명에 이르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 지금이 추수의 때요 일해야 할 때이다. 또한 아프리카 중국인 사회가 신이민 사회로서 기초를 놓고 있는 이때에 복음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면, 복음에 기초한 사회 기초를 놓을 수 있다면, 남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중국인 신이민 벨트에 복음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중동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선교 루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은 개척자를 필요로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인선교사들이 들어올 것이고 그것이 바람직하나, 이에 앞서 기존의 선교사 네트워크를 거점으로 다리를 놓아주는 중간역할을 할 선교사들이 필요하다. 한국인선교사들은 그 역할에 적합하다.
일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
일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의 숫자는 약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현재 증가 추세이다. 일본 전체 중국인교회의 숫자는 2017년 현재 69개다. 교인 수 등을 비교해 볼 때 전체 디아스포라 중국인의 0.2-0.3% 정도만이 매주 교회에 출석해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99.7% 이상의 중국인들이 교회 밖에 있다.
이렇게 일본 디아스포라 중국인 가운데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일본에 교회가 적기 때문이다. 북미 디아스포라 중국인의 경우는 북미가 가진 기독교 배경의 문화와 역사로 인하여 복음을 접하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기독교가 소수종교이다. 일상생활에서 기독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기독교에 대해 들을 기회도 볼 기회도 없으니 알 길은 더더구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중국인 디아스포라는 복음에서 소외된 그룹이다. 하지만 일본의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의 중요성과 가능성
먼저는, 일본 중국인 디아스포라선교가 중요한 것은 그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곳의 중국인 가운데 99.7%가 아직 복음을 들어보지 못했다. 이들을 접촉해 보면 늘 느끼는 것인데 마음은 준비된 사람들이 많은데 전하는 사람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들의 필요는 마게도냐의 환상처럼 우리를 향해 부르짖고 있다. 우리는 이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
둘째, 일본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은 중국 대륙의 교회들이 해외선교에 적극 참여할 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선교 지도자 배출 기지(基地)가 될 수 있다. 일본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의 젊은층 비중은 매우 높은데 20-40대가 주류를 이룬다. 대부분이 유학생 출신이라 지적인 준비도 잘 되어 있고 다문화 경험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서 백지장처럼 여백이 많은 이들의 신앙에 선교의 그림이 제대로 그려질 수 있다. 10-20년이 지나면 중국교회는 선교하는 교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가장 필요한 것은 선교현장 경험을 가진 선교 지도자들이다. 일본의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은 그들을 길어내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재일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은 일본인선교를 위한 교두보로서 잠재력이 크다.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많은 외국인이 중국인이다. 일본인과 국제결혼을 해서 살아가는 중국인들도 상당수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학교, 직장에서 일본인들과 같이 살아간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마음밭은 일본인들과 많이 다르다. 일본에 오래 있어도 여전히 중국인은 중국인이다. 이들의 마음은 좀 더 열려 있고 듣는 복음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 변화의 폭도 크다. 필자는 중국인들 가운데 있는, 그리고 중국인과 접촉이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인 가운데만 있는 일본인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복음에 대해 반응하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는 것을 보았다.
일본선교에 있어서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의 존재는 일본인들의 복음에 반응하는 반응점의 높이를 낮춘다. 또 중국과 일본의 불행한 역사는(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인들이 일본인을 향해 복음을 증거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의 사랑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수의 중국교회 파송의 중국선교사가 일본에서 서구선교사들과 한국인선교사들의 뒤를 이어 일본선교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다. 일본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그들과 일본선교를 연결하는 다리다.
중국선교의 새로운 길,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
시대의 변화는 디아스포라라는 새로운 선교지, 선교의 제7대륙을 발견하게 했다. 이 새로운 대륙에서 가장 많은 이들은 역시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이다.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는 지금 시대의 변화와 맞물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어떤 선교의 시대가 도래할까?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기는 무슨 선교의 시대일까? 단정 지울 수는 없지만 추측해 볼 수는 있다. 미래의 선교는 네 번째 시기, 즉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것이다.
필자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의 선교’의 중심에 ‘디아스포라선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아스포라 사역은 다음 시대의 선교를 여는 많은 핵심어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디아스포라 사역으로 시대적 도전에 응전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시대 선교의 유전인자(DNA)들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시대의 선교를 열게 될 것이다. 아마도 다음 시대의 선교는 선교의 일방통행이 아닌 다방향 선교로, 일방적인 시혜(施惠)가 아닌 공유의 선교(Sharing Mission)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긴 기간의 수준 높은 선교사 선발 과정, 일정 규모의 선교 재원 모집, 안정된 케어 시스템’ 구축이라는 250년 된 3단 선교 구조를 넘어서는 새로운 선교 구조가 나타날 것이다. 이 구조는 소외되었던 선교사 공급지역과 선교 수요지역을 초밀착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선교 구조는 기존의 전통 시스템이 접근할 수 없었던 그러면서도 가장 많은 선교사 후보군이 있는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 남미의 선교자원을 혁신적으로 계발해 낼 것이다. 이런 새로운 선교에 대한 힌트가 디아스포라 사역에 많이 담겨있다.
마무리하는 말
글로벌화와 이민화가 초래한 이 거대한 변화는 우리에게 선교적 반응을 요구한다.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은 최소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는, 중국교회의 선교 리더십 양성이다. 중국교회가 세계선교에 참여할 때 가장 큰 필요는 현장 경험이 있는 준비된 다수의 선교 리더십이다. 이런 선교 리더십은 해외 디아스포라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리더십은 현장의 오랜 숙성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의 현장은 그런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두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아스포라 사역은 미래의 새로운 선교의 시대를 여는 데 의미 있는 키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의 답답한 선교 구조를 넘어서는 공유의 선교, 다방향 선교의 DNA가 디아스포라 중국인선교 안에 있다.
※ 참고 자료
• 한눈에 보는 디아스포라 선교, 日本華人基督徒中心(Japan Chinese Christian Center),
• 박수민 http://www.tokyo-jcc.com/images/Diaspora2016web-k.pdf
• 르몽드 디플로 마티크 기획, 최서연 이주영 옮김, <르몽드 세계사 2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1)>(서울: 르몽드 디플로 마티크 코리아, 2015), 62.
• <把握时机 - Kairos 宣教生命过程 第4版>(Living Spring International),华福中心研究及发展部, “海外华人人口与华人教会统计,” <今日华人教会> 2011년 2월 10일.
박수민 | 대학에서 중문학을, 중국에서 경영관리 석사를, 합신에서 목회학 석사를 공부했다. 2004년부터 일본에서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을 하고 있다. 삿포로 국제교회 중국어 예배부를 거쳐, 현재 동경 닛포로 국제교회를 섬기면서 JCC(Japan Chinese Christian Center)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