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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6.2  통권 178호  필자 : 유관지  |  조회 : 3209   프린트   이메일 
[발행인통신]
개미를 보고 지혜를 얻으십시오
-성령강림절을 맞아 중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


이번 호 《중국을주께로》의 ‘발행인 통신’은 중국교회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쓰려고 합니다. 여기에서 ‘중국교회 지도자’들은 양회(삼자, 중국기독교삼자애국운동위원회와 기협, 중국기독교협회)에 속해 있는 삼자교회 지도자들, 가정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디아스포라중국인교회(海外华人教会) 지도자들(격월로 연재되고 있는 ‘글로벌Talk, 중국인디아스포라 선교현장’코너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모두를 포함합니다.

《중국을주께로》가 3년 전에 ‘펩진(종이잡지)’에서 웹진으로 전환한 다음에, 중국 현지에서도 《중주》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습니다. 《중주》가 아직은 한글판만 발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족(汉族) 중국교회 지도자들은 이 잡지를 직접 읽지 못하겠지만, 요즘은 매체들이 워낙 다양해졌기 때문에,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한족 지도자들에게도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이 통신을 띄우고 있습니다. 또, 중국교회 지도자들 가운데는 조선족들도 여럿 있다는 사실도 생각했습니다.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생일, 잘 돌아보고, 잘 내다보십시오
6월 4일은 성령강림절입니다.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생일입니다. 사도행전 2장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과 같이,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특히 베드로가, 앞장을 서서, 전도를 했고, 전도를 받은 사람들이 모여 세례를 받고,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에 힘써서 교회가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각 교회마다 생일(설립기념일)이 있고, 나라별로도 교회의 생일이 있고, 교파별로도 생일이 있습니다.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는 아펜젤러 선교사와 언더우드 선교사가 인천에 도착한 1885년 4월 5일을 한국교회의 생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교회는 어떤가 궁금합니다. 혹 모리손 선교사가 마카오에 도착한 1807년 9월 4일을 생일로 여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감리교는 감리교 창설자인 웨슬리 목사가 회심한 1938년 5월 24일을 생일로 여기고, 매년, 그 날이 들어 있는 주간의 주일을 웨슬리회심기념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성령강림절은 개신교는 물론, 가톨릭, 정교회 모두의 기원이 되는 날이기 때문에 교회의 ‘큰 생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일을 맞이하면 파티를 하고, 선물을 받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끝나는 것은 생일을 잘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생일이 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바르게 걸어왔는가 살펴보는 것이 성숙한 모습입니다. 또 앞을 내다보면서,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생일은 이와 같이 돌아보고 내다보는 날입니다. 제게는 생일이 되면 조용한 곳에 가서 그렇게 하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올해의 성령강림절에 중국교회가 돌아보기와 내다보기를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1807년 로버트 모리손의 입화(入华)에서 지금까지 210년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된 이후 70년 가까이 된 기간은 어떡하였는가, 특히 중국의 개방정책으로 교회가 다시 문을 열게 된 1979년 이후 지금까지 40년 가까운 기간은 어떡하였는가, 자세하게, 그리고 꾸밈없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성령강림절, 중국교회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절기
성령강림절은 중국교회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절기입니다. 지금 성령이 중국에서 가장 강하게 역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취하기 전까지, 다시 말해 중국교회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중국교회는 이제 거의 없어졌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심한 제약을 받았고, 반종교교육을 받았고,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특히 그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이 열린 다음에 중국교회가 살아있고, 뿐만 아니라 배증(倍增)되어 있는 것을 보고 모두 놀랐습니다. 저는 당시 중국을 중요한 대상의 하나로 삼고 있는 선교방송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가장 빠르고, 생생하게 접하면서 감격도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아, 성령의 역사로구나!’ 그 뒤 중국교회가 빠르게 성장하고, 특히 타문화권선교에 앞장서는 것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의 깨달음을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남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들으면서,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중국교회의 소생과 성장의 주인(主因)은 성령의 역사이다.’라는 사실에 대해 누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속으로 ‘몰라도 한참 모르네!’ 일축해 버립니다. 성령은 강림 당시에는 예루살렘에서 강하게 역사하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로마, 유럽, 미국, 얼마 전까지는 한국, 지금은 중국에서 강하게 역사하고 계십니다. 2000년 전에 예루살렘에서 일어났었던 여러 가지 감동되는 일들이, 중국에서 재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령이 강하게 역사하던 지역의 교회들이 그 시대의 교회운동을 선도하고 주도했는데, 21세기의 중국교회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여름 동안에 예비하십시오
지금 중국은 성령의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한국교회가 그러하였습니다. 여름에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김매기에 힘써야 합니다. 여름이 되면 잡초가 왕성한 번식력을 갖고 퍼져 나갑니다. 잡초는 제때 뽑아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한 번은 지방도시에 간 일이 있었는데 친구 하나가 귀농해서 그 부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나 지금 가까운 곳에 와 있으니 나올 수 없느냐고 했더니, “미안해. 못 나가. 나 지금 제초작업을 하고 있는데 여름 잡초라는 것이 하루만 늦게 뽑아주어도 금세 온 밭을 뒤엎어 버려. 나도 당신 보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뤄야겠어.”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교회의 잡초는 이단들입니다. 이단 문제는 중국교회의 화급한 과제가 되어 있지요. 여름에 가을을 준비해야 합니다. 성령의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찾아옵니다. 지금의 한국교회를 보면 성령의 가을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성령의 가을이 되면 교회는 성장보다는 성숙을, 넓이 보다는 깊이를 추구해야 합니다. 꽃이 아닌 열매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기독교 가치관에 바탕을 둔 신앙의 생활화가 확산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교회는 성령의 가을을 맞았음에도, 이런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성령의 여름에 대한 향수병만 열심히 앓고 있습니다. 중국교회, 미리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잠언서는 “게으른 자여 개미에게로 가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지혜를 얻으라 개미는 두령도 없고 감독자도 없고 통치자도 없으되 먹을 것을 여름 동안에 예비하며 추수 때에 양식을 모으느니라”(잠 6:6-8)라고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개미에게 배우시기 바랍니다. 참, 중국어문선교회 본부에는 북카페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개미카페(蚁巢书咖啡厅)입니다. 제주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한 번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카페에 이 말씀을 써 붙여 놓아야겠네요. 외람된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중국교회를 사랑하는 충정에서 나온 이야기임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호는 앞에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이 중국인디아스포라 선교현장이 격월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교회에 건강한 신학과 실천 동력이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기획’ 글이 실렸습니다. 중국교회에 건강한 신학이 뿌리를 내리고 실천 동력으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성하(盛夏)의 푸름이 주변을 온통 덮고 있습니다. 마음도 푸르고 교회도 푸르러지기 바랍니다.





 


유관지|중국어문선교회 고문, 본지 발행인, 성화감리교회(분당)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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