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화교들이 수천만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중국에서 가까운 동남아시아에 가장 많은 인구가 분포하며 그 다음이 미주라고 한다. 거대한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화교들은 주로 소규모 기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교육열이 남다른 그들의 2,3세들은 전문직을 통하여 사회의 주류에 진입을 하였다. 중국계로서는 최초로 주지사를 역임하고 주중대사로 일했던 게리 로크가 대표이다.
반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였던 화교들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밝은 이재정신을 기반으로 하여 지역 경제를 아예 장악하였다.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화교가 상업과 제조업의 총자본 중 약 90%를 지배하여 사실상 경제를 통제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태국이나 필리핀 화교의 경우에는 해당 나라의 문화와 언어생활에 상당히 동화되어 있는 편이지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과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배타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상당하다고 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화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유일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단행하였던 수많은 차별정책과 장애물들로 인하여 화교 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으며 화교들의 경제력도 거의 소멸되다시피 하였다. 토지등기를 할 수 없어서 한국인을 내세워 토지를 소유하였다가 사기를 당한 경우도 많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이 산동성(山东省) 출신이 많기 때문에 큰 부를 축적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남아에 진출한 화교들은 주로 상인정신이 충만한 푸젠성(福建省) 출신인데 한국에 온 산동성 출신 화교들은 화통은 하나 이재에는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인적 자원의 특징으로 한국 화교와 동남아 화교의 차이를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즉 화교들이 전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부지런함과 적극성인데 이러한 특징이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국민성이 낙천적이고 느린 편인 동남아에서는 화교들의 인적 자본이 경쟁우위가 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최근 한국의 화교 숫자는 2만여 명으로 떨어졌다. 상당수의 화교자녀들은 한국의 화교 배척 분위기와 한국 경제 규모의 성장으로 인하여 화교임을 드러내지 않거나 아예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하였다. 한국의 가혹한 화교정책으로 우리의 경제를 화교들이 장악하지 못한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지만 현재 중국의 고속 성장에 적응할 중요한 인재풀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가 중국에 진출할 때에 현지 파트너를 찾거나 조선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의 국가 정체성은 완전히 중국이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어렵다. 하지만 한국에 동화되고 영주권을 획득한 화교들의 경우 사실상 절반의 한국이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한다면 보다 능동적이고 한국 주도의 중국 공략이 가능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다른 국가의 많은 화교들이 해당 국가 기업의 중국 진출의 선봉에 서서 투자와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설영흥 고문, 오리온의 담철곤 회장의 성공적인 중국 공략 전략은 바로 이들이 화교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우리도 한국에 거주하는 화교들을 양지로 올려서 이들의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할 시기가 되었다.
최성진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