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지난호 
북쇼핑
2016.9.1  통권 169호  필자 : 나은혜  |  조회 : 2362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꼬마 왕위바이

왕위바이는 샤오왕과 샤오바이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그 애의 이름은 그러니까 부모의 성을 한자씩 따고 가운데다가 ∼와(위)자를 넣은 것이다. 그래서 왕위바이인데 우리나라말로 하면 ‘왕과 백’이다.

이 아이는 마주 바라보고 있는 자기 집과 우리 집 사이를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달리기를 해서 오곤 했다. 나는 왕위바이가 맨발로 달려와서 우리 집의 우유 빛이 나는 옅은 베이지 색 헝겊 소파에 올라가고 할 때마다 질색을 했다. 그래서 뛰어 들어오는 녀석을 와락 품에 안아서 화장실로 직행해서 발을 씻긴 다음 내려놓을 때도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는 교회를 개척하고 한동안 우리 집 거실에서 새벽기도를 드렸다. 그때 그 왕바위는 슬며시 들어와서 앉아 있거나 거실 타일 바닥에 깔아 놓은 전기동판온돌에 뒹굴뒹굴하다가 일어나서는 먹을 것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쇠고기 스프를 끓여주거나 우유에 시리얼을 넣어서 주곤 했다. 아이 엄마는 자기 집에서는 입이 짧아서 잘 안 먹는데 우리 집에 와서는 잘 먹는다며 신기해하였다.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는 왕위바이를 위해서 요구르트를 많이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고는 아이가 유치원엘 가는 기척이 나면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왕위바이는 다른 일로 외출할 때도 복도에서 일부러 큰소리를 낸다. 나더러 문을 열고 내다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문을 열고 내다보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요구르트나 막대사탕을 건넨다.  


왕위바이에게 한국어를 좀 가르쳐 보려고 했는데 너무 어려서인지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왕위바이는 내가 가르쳐 주는 한국 노래를 곧잘 따라했다. “사랑해 위바이 정말로 사랑해”라는 노래를 왕위바이는 특히 좋아했다. 노래의 의미를 모르면서도 나의 사랑이 느껴지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집에 가자” 등의 몇 마디 말은 곧잘 했다. 그런데 가끔 “집에 가자”라는 말을 잊어버려서 “집에 동동”이라고 말해서 우리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였다. 


만다린과 광동어 양쪽 언어를 다 사용하는 부모의 언어습관 때문에 두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힌 왕위바이는 광동어로 전화를 받으면서 만다린으로 통역하며 대답을 하고 또 그 반대로 말하곤 한다. 하루는 내가 이웃집에 놀러 갔을 때였다. 꼬마 왕위바이는 내가 광동어를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광동어를 사용해서 제 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를 골리려고 일부러 능청을 떠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 집의 단골 꼬마 손님인 왕위바이를 위해서 왕위바이가 좋아하는 동화와 동물 이야기 VCD를 많이 준비해 두었다. 이 꼬마 손님은 종종 놀러 와서는 공룡을 보여 달라, ‘라이언 킹’을 보여 달라고 요구를 해댄다. 또 우리 딸들이 가끔 한국에서 돌아올 때는 다른 것은 몰라도 왕위바이의 선물만은 꼭 특별하게 챙겨서 가져오곤 했다. 왕위바이는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현지 꼬마 친구 가운데 가장 잊지 못할 이웃사촌이다.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