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중에서 앞에 ‘헤이(黑)’가 붙으면 보통 등록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헤이하이쯔(黑孩子) 또는 헤이쯔(黑子)는 중국의 1가구 1자녀정책 때문에 공식 등록하지 못하고 키우는 아이들을 가리킨다. 학교나 의료시설 등을 정상 이용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어둠의 자식들이다.
헤이처(黑车)는 불법으로 영업하는 택시를 의미한다. 중국에서 택시등록증을 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과거 한국에서도 택시 영업권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부러움의 대상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보통 택시 영업을 10년 정도 하면 양옥 주택 정도는 산다고 했었다. 그렇게 부를 이룬 사람도 많았는데 그중에 파스퇴르 최명재 회장도 택시 운전으로 창업의 종자돈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중국에 가보면 한국보다 택시 잡기가 훨씬 어려운데 택시허가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법 영업인 헤이처가 판을 치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베이징(北京)에만 수만 대의 헤이처가 영업 중이라고 한다. 아파트단지 앞에는 아예 헤이처들이 항상 진을 치고 손님을 기다린다.
헤이처에 사용되는 차량은 보통 저가의 중국 소형차 브랜드지만 고급 중대형 외제차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한국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국제학교나 학원으로 태워 보내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대중교통 상황이 좋지 않은 중국에서 헤이처가 어둠의 경제에서 나름대로 효용을 창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에서는 헤이처를 매우 흔하게 볼 수 있고 친숙한 시민의 발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등록을 하지 않고 누구나 영업을 하다 보니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으며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먼 거리를 돌아가는 식의 사기를 치기도 한다.
더 황당한 것은 등록을 한 택시와 외양이 똑같은 헤이처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헤이처는 일반 자동차의 외양이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만 택시처럼 똑같이 도색된 헤이처는 의도하지 않게 속고 타게 된다. 이런 종류의 헤이처는 보통 폐차된 정식 택시를 불법으로 빼돌려 수리하여 영업하는 경우로 일반 헤이처보다 더 주의를 요한다.
이런 가짜 택시를 구분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조수석 앞 구석 유리에 조그만 마이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모든 중국의 등록택시는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어 중앙에서 택시 내부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범죄 예방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의 감시 도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헤이처의 경우 보통 이런 장치가 없다.
두 번째는 조수석 사물함에 붙어 있는 등록증이다. 기사의 사진과 회사 정보가 있어야 정식 택시이다.
마지막으로 실내 인테리어를 유심히 보면 회사에서 관리하지 않는 가짜는 어딘가 허술하고 낡은 것이 많다. 택시미터기도 사제로 달았기 때문에 이상하게 생겼다. 아무튼 정식 택시와 유사한 외양의 가짜 택시가 있다는 사실은 황당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 중국 공항 면세점에서 가짜 술을 팔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것도 비슷한 사례일 것이다. 진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가짜인 경우가 중국에서는 일상이다. 그런데 그 가짜가 진짜를 보완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는 게 또 중국이다.
최성진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