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TEE는 신학연장교육(Theological Education by Extension)의 약자로 당시 과테말라 선교사로 있던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가 1960년대 초 중남미 선교현장에 맞도록 창안한 교육방법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받도록 되어 있었고 신학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신학교가 소재한 대도시 인근의 교회 목회자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지방교회 목회자들은 여건상 장기간 교회를 떠나 신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이에 랄프 윈터 박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지방목회자들이 그들의 목회현장을 떠나지 않고 신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아예 신학교육 시스템을 그들이 있는 곳으로 연장해 가는 방법을 창안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TEE 교육은 중남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제3세계의 많은 지역으로 퍼져나가, 지금은 70여 개국에서 300여 개 TEE 프로그램을 통해 10만여 명의 목회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중국에도 1990년대 말 TEE 프로그램 중 토니 바라트(Tony Baratt) 선교사가 존 스타트(John Stott) 박사의 감수 하에 계발한 TEE SEAN이 한국선교사들에 의해 소개되어 지금은 100여 개 지역에서 수천 명의 목회자들이 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발제자도 중국어 TEE SEAN의 보급에 직간접으로 참여하였으나 조선족 교회를 대상으로 한 한국어 TEE SEAN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 조선족교회에서 TEE SEAN의 입문과정인 『풍성한 생명』을 통해 탈북민 사역에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을 보고, 조선족 교회의 TEE 사역을 통한 탈북민과 북한 안 가정교회 지도자 교육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본 발제에서 TEE 학습방법의 내용을 살펴 본 후 구체적으로 TEE SEAN을 통한 북한 안 지하교회 지도자 교육에 맞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TEE 교육프로그램의 3대 요소
TEE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2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 번째 요소는 프로그램화한 교육자료이다. 이것을 전통 학교교육에서 선생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학생이 스스로 예습할 수 있도록 제작된 학습서이다. TEE 학습서는 목회경험이 많지 않거나 학력이 높지 않은 목회자도 다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기초와 중요내용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학습서가 충실하고 적절하게 프로그램화가 되지 못하면 학생은 사전에 충분한 예습을 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인도자는 부득이 강의중심의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TEE에 내재된 위험 중의 하나는 부적절한 학습서를 사용함으로써 TEE 본연의 장점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인도자와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공부하는 세미나 모임이다. TEE의 세미나 모임은 얼핏 학교수업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인도자가 강의를 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TEE에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불리는 인도자는 학생들이 예습하면서 갖게 된 의문에 대해 상호토론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도록 격려하고, 그것이 실재 목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TEE 프로그램에서는 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과목별로 인도자 지침서를 줄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인도자 훈련 워크숍을 통해 세미나 인도 능력도 높여주고 있다. 또한 TEE 프로그램에서는 인도자와 학생들의 정기적인 만남을 세미나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상호토론을 통해 지식과 목회현장의 경험이 통합되는 모임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세 번째 요소는 학생이 공부하는 동안에 수행하는 삶과 사역이다. 학생들이 학습서를 스스로 공부하면서 배운 것이나 세미나를 통해 얻은 것을 가지고 삶과 사역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TEE 프로그램에서는 이것을 위해 각 단원마다 여러 가지 실천과제가 주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생활 중에 실천하고 그것을 보고하라는 과제가 주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증거하라는 과제가 주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생은 배운 것이 실제 삶과 사역현장에서 작동하는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TEE에서는 정보나 지식을 교사의 강의를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화한 학습서를 학생이 집에서 스스로 공부함으로 얻고, 세미나 모임에서 토의와 나눔을 통해 그것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배운 것을 실제 삶과 사역에서 검증하고 체험하며 그것을 다음 세미나에서 다시 나눔으로써 지식과 삶과 사역을 통합하도록 돕게 된다.
TEE 학습방법의 원칙
A. 예습의 원칙
TEE에서는 일차 지식습득이 학습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은 강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통 교육방법과 크게 다른 점이다. 그만큼 TEE에서는 학생들의 예습여부가 TEE 학습방법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자습을 하지 않고 세미나에 참석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① 그날의 학습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세미나에서 그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나눌 수 없게 된다.
② 모임에서 그날의 주제와는 관계없는 발언을 하게 되어 전체 학습에 방해가 된다.
③ 예습을 안 해오는 분위기가 확산되어 다수의 학생들이 예습을 해오지 않게 되면, 인도자가 부득이 강의를 하게 되고 그 결과 학습의 흥미와 역동성을 반감시켜 학생들로 하여금 다음 공부에 참가하지 않게 만든다.
B. 또한 자습한다는 것은 단순히 배울 내용을 사전에 학습한다는 것 외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강의 방식으로는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라도 자습방식을 통해서는 충분한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학습능력이나 학습성향에 따라 각기 정보를 습득하는 속도가 다르다. 이 학생들을 강의방식으로 가르칠 경우 학습 속도가 빠른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학습속도가 느린 학생들은 미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60%, 40% 심지어는 10%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자습의 경우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학습능력과 학습경향에 맞추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부할 수 있다. 이처럼 TEE 예습방식은 교실에서 개인학습 차이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공동체 학습의 원칙
공동체 학습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세미나 모임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경험을 내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상호 검토하여 서로서로 가르치는 일이 가능해 지며, 이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나게 된다.
교사가 아닌 인도자
이때 세미나 모임의 인도자는 단지 가르치려는 태도나 행위를 취하지 않는데 그치지 않고, 이 공동체 학습의 원칙에 입각하여 학생들이 서로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세미나 모임의 인도자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여 가르치려고 하거나 인도자 지침서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여 상호 가르침의 역동성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TEE 학습방법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그래서 TEE에서는 인도자 훈련 워크숍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TEE에서는 『역동적 소그룹 인도법』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모든 학생에서 공동체 학습의 원칙과 효과 있는 소그룹 인도법을 가르칠 뿐 아니라, 각 과목 인도자를 모아 해당과목의 인도자 훈련 워크숍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인도자 선발
인도자를 세울 때 한가지 주의할 점은 모든 학생이 규정된 과목을 이수한다고 해서 전원이 다 인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디모데후서 2:2에서 바울은 배운바 내용을 또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는 이른바 “충성된 사람”을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충성된 사람이란 말씀 사역에 사명감과 은사가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써, 바꾸어 말하면 규정된 과목과 훈련을 모두 이수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인도자로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도자를 선발하고 훈련하는 것은 TEE공동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사역 중의 하나이다.
실천의 원칙
TEE에서는 예습의 원칙과 공동체 학습의 원칙뿐 아니라 실천의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TEE에서는 예습과 공동체 학습에서 배운 것들을 일정기간 실천에 옮기도록 하는 실천과제를 내어주는데, 실천과제를 정하는 방법과 나눔을 통한 역동적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자
실천과제 정하는 방법
효과 면에서 보면 지도자가 과제를 정해서 내주는 것보다 학생들이 그날 토론 내용에 근거하여 실천과제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중국이나 북한과 같이 수동학습에 익숙한 문화에서는 인도자 지침서에 제시된 과제를 내주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어느 정도 토론문화에 적응되었을 경우에는 학생들 자신이 실천과제를 정하도록 함으로써, 실천과제가 학생들의 상황과 수준에 더 정확하게 부합되고, 스스로 정한 실천과제이므로 실천 동기가 더 강하게 부여되며,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의 경험이 공유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나눔을 통한 변화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이기 때문에 성경의 진리에 근거하고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기 위해 주어진 실천과제를 하는 것은 성도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러나 자신이 한번 겪었다고 해서 자신의 가치관이나 성품의 변화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공동체 학습에서 나누는 소그룹 나눔이다. 그룹의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과제를 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눔에서 각자가 겪은 것을 말하고 듣는 가운데 자신의 경험에 객관성을 더하게 된다. 즉,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자신의 ‘일회적이고 주관적인 체험’이 나눔을 통해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믿음으로 강화되는 것이다.
조선족 TEE 교육을 통한 북한선교 방안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 안 TEE 교육을 통한 북한선교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TEE 프로그램의 계발 동기와 함께 교육정신과 진행 방식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 결과 TEE 프로그램이 고립된 북한교회 지도자 교육 문제에 돌파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TEE 프로그램 중 하나인 TEE SEAN을 통한 북한 지하교회 지도자 교육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A. TEE SEAN 프로그램의 적합성
TEE 프로그램 중 하나인 TEE SEAN은 현재 계발된 300여 개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한국과 중국에도 보급되어 호응을 얻고 있는 검증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북한교회 지도자 교육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존 스토트 박사가 감수한 신학이 건전하다.
② 중국에서 높은 호응을 고려할 때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북한에서도 통할 것이다.
③ 학생용 학습서와 지도자용 지침서가 상세하게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④ 조선족 교회에도 일부 보급되어 있어서 경험이 있는 조선족 인도자를 찾기 쉽다.
⑤ 교육 내용이 개인별 학습 능력에 관계없이 쉽고,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육의 전수성이 높다.
B. 보완해야 할 점
① 북한교회 학습자의 학습 이해도와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 조선어 버전 작업이 필요하다.
② 북한의 수동적 학습 경향을 고려하여 지침서를 더 상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③ 북한교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커리큘럼의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
④ 북한의 고립상황을 고려할 때 1주 1회 세미나가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⑤ 핸드폰 사용자를 위한 전자책 버전의 계발이 필요하다.
맺는 말
북한은 당분간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의 접근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선교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북·중 접경지역에 위치한 조선족 교회의 존재는 북한선교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도, 양육, 훈련 등 직접 사역의 경우 조선족 교회를 통한 접근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논의된 ‘중국교회를 통한 북한선교 방안’은 시의적절한 주제였다고 생각된다. 이 분야의 연구가 앞으로 계속 발전되어 북한선교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 이요한 | 동아시아신학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