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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  통권 165호  필자 : 나은혜  |  조회 : 1658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울고 있는 연이

 복음으로 낳아서 처음 제자를 삼았던 희야가 죽고 난 후, 한 주간이 지났을 때쯤이다. 나는 희야와 함께 제자훈련을 받던 연이를 불러서 멋진 커피숍에 데리고 갔다. 연이는 희야와 같은 대학에 함께 유학을 왔는데 모태신앙을 갖고 있던 자매였다. 기숙사에서 불교신자였던 희야와 늘 충돌하다가 희야가 예수님을 영접하니 연이는 참으로 기뻤다. 그리고 희야와 함께 일대일 제자훈련을 받겠다고 해서 성경공부를 하였는데, 함께 공부하고 함께 기숙사에 있던 희야가 말기암으로 홀연히 죽자, 연이는 크게 상심했다.   
 

어느 날, 우리가 살던 선교지에서는 유일한 4성급호텔의 커피숍에 연이를 데리고 갔다. 연이는 이곳에 이렇게 좋은 곳도 있느냐면서 모처럼 즐거워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해야겠다며 좋아하는 연이를 보니 내 마음도 기뻤다. 당시 연이는 한국에 군인인 애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애인이 불신자인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말을 듣고 힘들어 할 연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연이가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고 살기를 원치 않았기에 “연이 일생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할 때, 네가 좋아하는 것을 택할 게 아니라 어려워 보여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택해야 해”라고 했다. 그런데 연이는 그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튿날, 주일인데 연이는 예배를 드리러 오지 않았다. 오후 2시에 약속한 성경공부 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나는 택시를 잡아타고 연이가 묵고 있는 대학교의 기숙사로 달려갔다. 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다. 아무리 두드려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더 든 나는 사람을 불러서 출입문의 못을 뽑아 낸 후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식 구조였던 기숙사의 거실에는 들어갔지만 침실이 있는 방은 안으로 또 잠겨 있었다. 다른 작은 방 탁자 위에는 QT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노트에는 내가 들려줬던 면류관의 주인공인 A인생과 구원받지 못한 F의 인생을 비교하면서 ‘나는 주님의 말씀을 따르고 제자가 될 수 없으므로 아마도 구원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 남자친구가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기가 떠난다면 너무도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기에 그럴 바에는 자신이 죽는 게 나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나는 가슴이 와들와들 떨렸다. ‘불과 일주일 전에 희야가 죽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더욱 불안해진 마음에 달려가서 침실 문을 힘껏 두드렸다. 하지만 연이는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침실 문을 뜯어내고서라도 들어가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관리실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왔다.   


그렇게 소란을 떨고 있는데 연이가 문을 열었다. 나는 관리인을 얼른 내보내고 울고 있는 연이를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 기도해 주었다. 연이는 내 품에 안겨 울면서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는 제가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아니, 모태신앙이라는 연이의 믿음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연이는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연이를 다독여 주면서 “연이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않아도, 혹 말씀을 불순종해도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네가 어떻게 하든지 하나님은 변함없이 하나님의 자녀인 연이를 사랑해”하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연이는 마음이 가라앉는 듯 했다. 연이에게 커피를 끓여오라고 이르고 성경공부 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QT를 나누고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성경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에 잠겼다. 연이가 모태신앙이라는 타이틀도 있고 고등학생 때 중생의 체험도 했다고 하여서 좀 더 성숙한 믿음을 요구했는데, 구원의 확신까지도 흔들리는 제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 제자양육,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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