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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3  통권 164호  필자 : 김주한  |  조회 : 2735   프린트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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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사람을 잇는 원리는 무엇인가(주자학 역사의 전개 4)
-주돈이, 성리학 우주론의 정립-


“주돈이 철학이 갖는 궁극의 목표는 현실세계에서 변화하고 있는 자연 만물의 내면에 대한 구체적인 관찰을 통하여 그 속에 있는 본래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반영된 것이 곧 인간의 본래성임을 자각함으로써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려는데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죽음으로 인해 멸절되는 인생의 무상감을 극복한 성인이 되고 결국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른다는, 현실에 있어서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이론을 확립하는 데 주돈이 철학의 중요한 목표가 있다. 따라서 주돈이는 인간의 도덕적 본질을 강조하여 인성 속에 자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太极)을 내재화함으로써 인간과 하늘을 내면적으로 연관시켜 인성(人性)과 천도(天道), 인간과 자연을 본질적인 면에서 동일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확립하며, 나아가 사회, 국가, 세계의 공동체의 질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함현찬- 


인간성 상실의 시대

송대 이전의 유학은 경전의 해석과 문자의 풀이에 치중한 훈고학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오직 정치이념의 전파와 사상의 통일을 위한 획일적인 기능만 있었을 뿐 인간의 마음과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덕과 수양의 기능이 상실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종교의 위안을 주는 도교와 불교가 유행하였습니다. 이러한 훈고학의 맹점과 도교와 불교의 도전에 맞서 유학의 목적을 인간 본성의 실현으로 보고 그 근거를 인간론을 넘어 우주론까지 확장시켰던 것이 바로 주돈이입니다.

주돈이는 도(道)의 자연적 의미를 추구하는 도교와 성(性)의 자각을 중시한 불교에 맞서 그들이 사용하는 개념인 도와 성의 철학의 의미를 주제로 유학의 내용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를 인간의 근원과 우주의 원리를 하나의 도식으로 담아낸 것이 바로 주돈이의 <태극도설> 입니다. 곧 무엇이 보편의 진리인지 알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 유불도 각축의 시대에 유학이 추구했던 인간의 자아실현은 인간성의 근원을 우주의 이치까지 소급하여 진리의 보편성에 호소함으로써 그 사상의 영향력을 확고히 해간 것입니다.

인간의 도덕성을 단순히 인간의 내면에서 찾지 않는 것은 주자학의 가장 주된 특징입니다. 그것의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이론의 출발점인 <태극도설>은 우주와 사람의 관계를 과연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사람의 존재의 깊이를 우주로까지 확장했던 주돈이는 우주에 대한 체계적인 해설을 통해 인간성이 상실된 시대를 어떻게 이겨나가려 했던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새롭게 바라보는 우주와 자연

주돈이는 <태극도설>을 통해 ‘태극-음양-오행-인간-만물’을 하나의 논리체계로 설명합니다. 여기에서 우주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태극이라는 개념을 통해 무한하면서도 역동적인 우주론(无极而太极)을 전개합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데에는 우주의 법칙, 각 사물의 원리로 표현되는 형이상학의 리(理)와 우주의 형태와 각 사물의 내용인 형이하학의 기(气)가 있습니다. 바로 이 두 가지 리와 기는 서로 떨어질 수 없고(不相离) 서로 섞일 수 없는(不相杂) 속성으로 인간과 만물을 생성합니다. 이렇게 리는 기를 통해 온전히 실현되고 기는 리를 통해 오롯이 지탱되어 자연과 만물은 어느 것 하나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이 없이 음과 양의 끊임없는 작용과 오행의 조화로 살아간다는 것이 <태극도설>의 내용입니다.

주돈이는 인간도 그러한 태극의 무한한 우주의 근원성과 만물의 끝없는 생동성 속에서 함께 살아가며 한 개인의 사심으로 남과 나, 세계와 나를 구분할 것이 아니라,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우주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체득하여 그러한 조화의 가치를 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올바로 실현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본성(性)이 우주의 이치(理)와 부합한다는 성리학의 핵심인 성즉리(性卽理)입니다. 이는 또한 우주와 사람을 하나로 보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을 높게 보고 음을 낮게 보는 시각이나, 오행 중 한 가지를 중심으로 다른 것을 해석하려는 부정적인 음양오행설의 해석은 지양되고, 끊임없이 역동하는 역(易)의 원리와 이를 성실히 따르려는 중용(中庸)의 의미, 그리고 이를 상생으로 풀어가려는 화(和)의 의미가 중요하게 됩니다.  


우주의 이치 안에서 발견한 인간성

주돈이가 밝힌 우주론의 무한한 조화의 원리는 유학이 추구하는 인간성을 사적인 개인의 영역에서 사회와 자연, 우주와 같은 공적인 공동체의 영역으로까지 확장해나간 것입니다. 유학이 추구해왔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균형은 현실관계의 문제들을 도외시하고 고상한 차원의 철학의 논쟁에만 빠지지 않고, 또한 현실의 실리만을 중시하여 대의명분을 놓치지 않도록 수양론의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늘 고심하였습니다.

이제 우주와 자연의 생명적인 돌봄은 사랑의 선한 본성으로 우리 안에 이미 내재해 있으므로 우주와 자연의 주재로 상징되는 천(天)은 더 이상 외재적인 숭배의 차원이 아닌, 인간 본성의 자각과 실천으로 드러나는 수양의 근거이자 목적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의 수양과 실천이란 우리 안에 없던 선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있는 본성을 있는 그대로 일깨우는 일이 됩니다.

주돈이는 <태극도설>을 통해 우주의 원리는 지극히 선한 것이며 그것은 인간과 만물의 본성 속에 그대로 내재해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의 세태와 외부의 것을 소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시대의 가치관 속에서 우리 안의 것을 발견하려는 성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아의 실현을 외부에 두지 않고 내면에 둠을 통해 나의 주체성을 더욱 면밀히 하고 사회의 규칙이나 법에 의한 강제적 사랑이 아닌, 진정으로 마음에 우러나오는 사랑을 실천할 때 이 세계는 더욱 평화로운 자연의 상태와 같이 될 것입니다. 주돈이 또한 선이 우주의 근본이고 자연과 만물을 잇는 사랑의 돌봄이며, 인간과 세계의 조화의 원동력이라는 성선(性善)을 주장하며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은 바로 우주와 사람을 잇는 원리인 사랑임을 주목했던 것입니다.  


 

김주한 | 길가에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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