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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  통권 163호  필자 : 김영철  |  조회 : 3816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천위산(陈玉珊)의 《나의 소녀시대 (我的少女时代, Our Times)》
-첫 사랑과 재회


천위산(陈玉珊)의 《나의 소녀시대 (我的少女时代, Our Times)》는 2015년 8월 13일 대만에서 상영돼 최고의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그해 10월 제52회 대만 진마장(金马奖)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 후보에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19일 중국에서 개봉된 《나의 소녀시대》는 3.6억 위안의 수입을 올렸으며,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였다. 또한 2015년 11월 20일 미국, 캐나다, 영국에서 상영되었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 토론토 아시아 국제영화전시회 (Toronto Reel Asi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선정되었고,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Open Cinema」에서도 영화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다.
 

《나의 소녀시대》는 2012년 주바다오 감독이 제작한 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여학생 버전으로 설정하여 대만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달성했던 4억2천만 뉴타이완 달러의 흥행 성적을 단숨에 깨뜨릴 정도로 성공하였다. 천(1974 ~) 감독은 ‘대만 아이돌 드라마의 대모’로서 29세에 드라마 총감독을 맡아 10편의 아이돌 드라마를 제작하였고, 영화 《나의 소녀시대》는 그녀의 영화감독 데뷔 첫 작품이다. 《나의 소녀시대》는 1990년대를 살았던 대만 여고생의 첫사랑을 전개하면서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복고풍을 내세워 90년대의 음악, 인기 연예인에 관한 소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톈푸전(田馥甄)이 부른 OST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독차지 하고 싶은 사랑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갈망이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내면의 불안한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누군가를 좋아하며 자신이 그에게 사랑받는 유일한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거나, 서로의 사랑이 어긋나고 깨어질 때 고통과 좌절을 느끼며 가슴 아파한다.

《나의 소녀시대》에 등장하는 여고생 린전신(林真心, 宋芸桦 분)은 외모도 평범하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서 부모님은 늘 오빠만 챙겨주기 때문에 집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이지만, 밖에서는 엉뚱 발랄하고 귀여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동급생인 어우양페이판(欧阳非凡, 李玉玺 분)은 외모도 훤칠하고 농구도 잘하고,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도 뛰어난 모범생이라 여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린전신은 내심 어우양페이판을 좋아하면서도 말 한마디조차 건네지 못했다. 일진 대장 쉬타이위(徐太宇, 王大陆 분)는 학교에서 말썽꾸러기인데 곱상하고 예쁜 타오민민(陶敏敏, 简廷芮 분)을 좋아하지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였다. 쉬타이위는 린전신한테 어우양페이판과 타오민민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것 같으니 힘을 합쳐 둘 사이를 갈라놓으면 짝사랑하는 대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그들의 작전은 1990년 10월 홍콩 그룹인 “차오멍(草蜢)”이 유행시킨 노래 “실연자의 동맹(失恋阵线联盟)”의 가사를 패러디한 것으로 영화에서 고등학생들이 캠핑에서 함께 춤을 출 때,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에서도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청소년기에는 세상 경험이 부족하고 시야가 좁아 마음속에 좋아하는 사람을 독차지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심지어 쉬타이위와 린전신처럼 질투를 느껴 남의 사랑을 차지하겠다는 설정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허무맹랑한 구성으로 보이지만 청소년들의 욕구와 심리를 대변한다.  정체성의 혼란과 갈등을 겪는 청소년들은 타인을 모방하거나 추종하여 또래 집단의 공감을 사고 싶어 한다. 쉬타이위는 오토바이를 몰고 와서 멋있게 헬멧을 벗으면서 영화 《천장지구(天若有情, 1990)》의 ost 추몽인(追梦人)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주인공 류더화를 흉내내고 친구들까지 동원하여 타오에게 사귀자고 고백했지만 결국 실패하였다. 1980년대 홍콩 영화는 최고의 흥행기를 맞아 당시 총생산가치는 미국 할리우드 다음으로 세계 2위에 랭크되어 아시아 최대 영화 생산기지였다. 《나의 소녀시대》에 90년대 홍콩 아이돌 스타인 류더화(刘德华)와 차오멍이 등장한다.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장궈롱, 메이옌팡, 탄융린, 장쉐유, 궈푸청, 리밍, 류더화 같은 스타들은 가수면서 주연배우로 활약하여 아시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소년들은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어 멀리 있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꿈같은 사랑을 찾아 헤맸다. 청소년기에 점점 이성에 눈뜨기 시작하지만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아 그들의 시선은 학교와 연예계의 스타에 쉽게 빠져든다.


청소년 심리 발달의 관점에서 볼 때 대중스타에 열광하는 것은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긴장과 다양한 갈등심리의 해소, 현실도피, 대리만족, 역할모델 대상의 추구 등을 반영하며 더 나아가 자신과 비슷한 사고와 행동을 구현하는 집단 체험의 장이다. (김선숙, 2013. 《청소년 팬덤 활동에 미치는 영향》, 169쪽)
 

청소년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친구들과 함께 유명 연예인이나 스타들을 따라다니며 모방하고 부모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면서 억압되고 갇힌 공간에서 탈출구를 모색한다. 90년대 대만 청소년들은 홍콩 아이돌 스타를 추종하여 가정과 학교에서 어른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마음속에 청소년기의 멋진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나의 소녀시대》에서는 청소년들이 스타에 열광한 현상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학교나 가정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다고 여기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 스타와 만나는 꿈이 실현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타인의 꿈을 이뤄주는 사랑
한국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사람들은 흔히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라고 여긴다. 2016년 새해 개봉한 영화 《좋아해줘》(감독 박효주)에서는 SNS를 통해서 남녀의 사랑을 조명하였다. 현대인의 사랑의 방식은 자주 변해서 초조함이 가중된다. 린전신과 쉬타이위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시도하는 위험을 무릅쓰지만 내심 불안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이성교제는 청소년에게 상처를 남기기 쉽다.
 

청소년의 이성교제에 대한 현상을 두 가지 측면으로 정의를 내려 볼 수 있다. 하나는 이상형, 매력, 느낌, 사고 등 개인 내적 환상에 의한 정의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교제 경험을 통해 정의 내리는 것으로서 이성친구와 실제 교제해 보는 것을 말한다. (안월분, 2002, 《청소년의 이성교제에 따른 사회심리적 특성 비교》, 55쪽)
 

청소년들은 이성교제를 할 때 결혼에 대한 생각은 고려하지 않는 단순한 만남으로 시작하지만 이성에 대한 환상과 실제 교제경험 사이에서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린전신과 쉬타이위는 어우양페이판, 타오민민, 류더화 같은 이상형을 바라보며 이성교제의 달콤한 환상에 빠졌지만, 두 사람이 실제교제하며 갈등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첫사랑의 느낌을 감지하였다. 그들은 자신의 이상형에서의 매력이나 느낌과는 거리가 있지만 실제 이성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가까운 사람에게 관심 갖는 법을 익히며 사랑을 배웠다. 남의 사랑을 뺏고자 시작했던 린전신과 쉬타이위의 만남은 어느새 점차 상대방의 남모를 상처와 고민을 알아가게 된다. 처음에 품었던 이기적인 사랑에서 출발하여 성숙한 사랑으로 점점 나아갔다. 쉬타이위는 어우양페이판을 좋아하는 린전신의 순진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도와주었다.
 

어느 날 어우양페이판이 농구를 하다가 다리를 삐끗해서 매점 앞에서 앉아있자 쉬타이위는 린전신의 등을 떠밀어 그녀가 산 아이스크림을 어우양페이판에게 건네주어 어우양페이판이 린전신에게 호감을 갖도록 도와주었다. 린전신의 생일 전날에 쉬타이위는 커다란 류더화 사진의 입간판과 카세트테이프를 린전신에게 주라고 친구들에게 부탁하였다. 린전신의 생일날 쉬타이위는 자신이 타오민과 사귀는 것처럼 린전신에게 보여주고, 쉬타이위는 어우양페이판에게 린전신이 시험을 잘 보게 도와주고 두 사람이 잘 지내라고 부탁하였다. 쉬타이위는 전에 린전신과 계획한대로 린전신이 좋아하는 어우양페이판과 함께 있길 바랐다. 쉬타이위는 린전신을 괴롭히겠다는 타교 일진에게 자청해서 몰매를 맞고, 병원에 입원해서 학교에 가지도 못해 시험도 못보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거짓말을 남기고 떠났다.

쉬타이위는 자신을 희생해서 좋아하는 사람의 사랑을 완성하게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겼다. 이러한 사랑이 고귀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인간은 이기심 때문에 한계와 시련을 맞이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류더화는 콘서트를 하기 위해서 타이베이에 와서 우연히 길에서 린전신을 만났는데 그녀가 청소년 시기부터 자신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콘서트에 초청하였다. 린전신은 콘서트 입구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류더화의 콘서트 이름 “진심으로 너를 사랑해 (真心爱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쉬타이위는 류더화의 콘서트의 스태프로 활동했는데 고등학교 시절 린전신에게 류더화가 언젠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엔딩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첫사랑이 어쩌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였다.
 

편견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청춘
쉬타이위는 학교생활에 충실한 린전신에게 교복입고 땡땡이 쳐보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후회한다고 말해주며 억압하는 권위에 도전하며 반항하는 모습이 몸에 배었다. 그러던 쉬타이위는 린전신의 도움으로 학교생활에 성실하게 적응하며 맥도날드에서 함께 공부하여 성적도 올라갔다. 그러나 학생주임은 그가 시험을 볼 때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여겨 학생들에게 고발하라고 강요하였다. 학생주임의 이런 부당한 처사에 쉬타이위가 벌컥 화를 내자 주임은 쉬타이위에게 운동장을 오랫동안 뛰게 하여 육체의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학교 강당에서 성적 우수자를 호명하였는데 학생주임은 쉬타이위의 성적을 의심하여 일부러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러자 린전신은 분개해서 자신의 치마를 손으로 걷어 올리며 학생주임에게 치마가 무릎위로 3센티나 올라왔고, 양말은 흰색이 아니라고 알리면서 자신을 처벌해달라고 외쳤다.
 

“점수와 규칙으로 우리들을 규정할 수 없고,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잘못을 할 수 있고 불량학생도 좋은 학생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누가 말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스스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청소년과 비행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인간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고 사회와 어른들의 편견의 담벼락을 고발하였다. 사회나 어른에 대한 청소년의 반항하는 행동은 권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쉬타이위의 불합리한 권위에 대한 도전은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당시 대만 국내외의 불완전한 정세를 대변하였다. 1990년대 대만은 정치와 경제가 상당히 불안하여 1990년 2월 대만의 주가지수는 12682.41 포인트까지 전례 없이 폭등해서 1년 내에 2485 포인트까지 폭락하였다. 1949년 5월 19일에 시행된 대만 계엄령은 1987년 7월 15일 38년 만에 해제되었고, 1992년 11월 7일에는 진먼(金门)과 마주(马祖) 지역까지 계엄이 해제되었고 그 해 대만은 한국과 단교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외교의 고립을 겪었다. 19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감독은 당시 상황을 개인의 심리 요소와 계엄 후 대만 격동의 상황을 고려하여 앵글에 담았다. 청년은 종종 외부세계의 편견과 권위에 맞서지만 무엇보다도 마음속에 있는 어둠에서 빠져나와야만 진정으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린전신은 쉬타이위에게 롤러스케이트 시합을 하자고 권하고 자꾸 넘어지면서도 시합을 계속하여 먼저 목표점에 도달하였다. 린전신은 몸에 상처를 입어 쉬타이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하지만 린전신은 지더라도 다시 시합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쉬타이위에게 친구의 죽음은 그의 잘못이 아니니까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라고 권고하였다. 과거 중학교 시절에 쉬타이위는 어우양페이판과 다른 세 친구와 함께 바다에서 장난 삼아 수영시합을 하다가 한 친구가 익사하였다. 죽은 친구에 대한 미안함으로 쉬타이위는 올림피아드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우수했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좌절하여 비행청소년으로 전락하였다. 쉬타이위는 린전신의 격려로 교실에서의 태도가 바뀌었고 린전신과 밤늦게까지 공부를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그를 일진의 나쁜 학생으로 규정하여 결국 냉혹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트라우마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정신 충격 때문에 계속해서 진행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말한다. 쉬타이위는 중학교 때 겪은 불의의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오랫동안 자책감에 시달리다가 파멸의 길을 걸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쉬타이위는 린전신에게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실패와 잘못을 직면하고 용서해야 성숙해 진다고 여겼다. 요즈음 유행하는 흙수저, 헬조선이라는 말은 청년들을 우울하게 하는데 이 영화는 학교와 사회에서 받는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의 실패로 인한 절망감과 열등감에서 오는 부정의 감정을 떨쳐내자고 호소하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린전신과 쉬타이위의 재회는 두 사람의 첫사랑이 실현될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설사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후회는 없다고 말하며 후회 없이 사랑을 다시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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