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지난호 
북쇼핑
2015.12.1  통권 160호  필자 : 이관  |  조회 : 1966   프린트   이메일 
[선교현장 이야기]
은내천을 꿈꾸는 민들레 가정들 # 마지막

꿈, 기록, 실행의 삼각관계  
소설가 앙드레 지드가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고 말하듯 꿈이 삶을 힘차게 이어가게 하는 동력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에 반해 실행이란 단어는 꿈과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괴리감을 주는 단어입니다. 꿈은 있지만 실행하기에는 자신의 처지가 부족하다는 지레짐작으로 중도에 접거나, 아니면 꿈만 꾸고 공상으로 치부해버리는 소심함이 그 이유일 수 있겠지요.
 
그래서 중간에 기록이 중요합니다. 기록은 꿈의 씨앗을 더욱 구체적으로 발화시켜주고 주기적인 돌봄의 기능을 합니다. 또 기록은 실행의 과정에서 만나게 될 두려움의 허상을 깨주고, 막연함의 함정을 지나게 하는 교량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꿈과 실행의 사이에는 기록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이 기록의 의미와 효과를 알기에 14번에 걸쳐 회족복음화라는 꿈과 선교적 실행 사이에서 중주 웹진을 문서삼아 기록을 이어왔습니다. 회족개관과 사역을 위한 필독서를 포함하여 때로는 현장사역자들의 목소리도 함께 실었고, 단기팀 보고와 회족사역에 대한 소회 등을 기록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15회차로 은내천 사람들에 관한 기록의 한 마디를 끝맺습니다. 작은 기록이 하나의 도화선으로 쓰여 더 큰 전문기록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기록은 읽기를 목적으로 합니다. 읽기 없는 기록은 관객 없는 연극과 같아 공감과 공명이 없는 기록은 생명력의 소실로 이어집니다. 회족 복음화에 대한 꿈은 계속 이어지고, 그에 도전하는 실행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지속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꿈이 멀다 느껴지고, 실행이 더디다 여겨질 때마다 기록의 사역은 쉼을 주고, 힘을 모아가는 고속도로의 휴게소와 같이 쓰임 받을 것입니다. 
 

논술을 오랫동안 지도해 오셨던 한 목사님이 계십니다. 한번은 그분이 지도하는 학생 중에 영어와 수학은 평균 이하이고 국어는 약간 웃도는데 유독 글쓰기인 논술은 강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목사님 물어보았습니다. “너 책 좋아하니?” “아닌데요.” “그럼, 책 많이 읽니?” “거의 안 읽는데요.” 글쓰기인 논술은  타고난 재능이 있지 않는 한 독서를 잘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기에 이상하게 여기며 다시 물었습니다. 

 “뭐라도 읽을 텐데?” 뜸을 들이며 그 학생은 말합니다.  “무협지요. 제가 무협지는 안 읽어 본 것 없이 죄다 보았어요.” 그러면서 그 목사님께서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어떤 책이든 읽으면 효과가 있다. 심지어 무협지라도 독파하면 이치에 맞게 사고하고, 글을 쓰는 데 큰 보탬이 된다. 하물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랴...’
 
하나님 나라의 원대한 꿈과 성도와 교회의 끊임없는 순종을 위해 하나님께서는 말씀의 기록인 성경을 주셨습니다. 꿈과 실행의 사이에 기록이 있는 것은 하나님의 방법입니다. 마찬가지로 회족과 선교 사이에도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기록을 모으고 쌓아가면 선교역사의 나이테가 되고, 사역적 장벽을 만나고 길이 막힐 때마다 들추어보면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는 것이 바로 기록입니다.


기록은 곡선의 힘

하나의 생각이나 주제를 잘 풀어쓴 글은 사람의 마음을 비추어주고,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오랜 생활 가운데 익숙해진 습관이나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좋은 책을 만나면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치 만두밀대가 만두피를 쭉쭉 넓혀가며 밀듯이, 좋은 글들은 마음과 생각이 굳어지거나 오그라들지 않도록 쭉쭉 밀어서 넓혀줍니다.
 

그래서 좋은 책을 소개받고, 좋은 책을 선물받는 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얻었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생의 한 폭을 넓혔다’, ‘삶의 지혜를 한 뼘 늘렸다’라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꿈과 실행의 사이에서 기록의 효과가 저평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록의 효과가 낮아서가 아니라 기록의 효과가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에 읽은 책 중에 ‘곡선이 이긴다’(유영만 저, 리더스북 출판사)라는 책이었습니다. 내용의 요지는 인생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고, 그러기에 곡선을 살아내는 법과 음미하는 법을 배워야 함을 말합니다.
 

실제로 직선과 속도가 각광을 받는 이 시대 속에서 곡선의 여유와 성찰을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같은 길을 두고 직선길이 아닌 우회하는 곡선의 길을 가면 손해 보는 느낌이고, 내려가는 것 자체를 견딜 수 없는 실패감으로 여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곡선(기록)이 있기 때문에 직선(꿈, 실행)이 직선다워질 수 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직선형 삶과 곡선형 삶의 차이를 가치관 측면에서 비교해줍니다.
“직선형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발전이고 성장이며, 위로 올라가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전진하지 못하고 후퇴하거나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내려가는 것은 곧 좌절이요 절망이며 실패라고 생각하지요. 반면 곡선형 삶을 추구하는 삶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 위로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1보 전진을 위해서 필요한 2보 후퇴도 있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잠시 내려가서 숨을 고를 필요도 있다는 관점으로 전 인생의 과정을 옹호합니다.”
 

꿈과 실행은 직선적 성격을 갖습니다.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 꿈이다 말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 실행이다 말합니다. 그러나 기록은 이 두 가지의 모습에 의미를 보태고 붙들어주는 끈이요, 서서히 효과를 드러내주는 힘입니다. 


기록은 영적 금맥을 파내는 삽

신대륙 미국이 19세기말 온통 금광열풍에 빠져있을 때의 한 사건이 떠오릅니다. 달비라는 사람도 언젠가는 광산에서 금맥을 찾아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전재산을 투자하여 광맥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가장 유력한 산을 발견하여 200m나 깊이 파들어 갔음에도 작은 양의 금만 나왔을뿐 금맥이 발견되지 않자, 그는 결국 광산을 포기하고 모든 장비를 고철상에 팔아치우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달비로부터 채굴기를 산 고철상은 매우 궁금해 했습니다. '그 유력한 산에 그 정도의 금밖에 없단 말인가!'하는 의문을 품으며 직접 금광을 인수하여 다시 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개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까지 발견한 어떤 금광보다 풍부한 광맥을 발견하게 되어 큰 부자가 됩니다. 그 발견한 위치는 앞서 달비가 중도에 포기했던 곳에서 불과 3피트 즉 1m도 채 떨어지지 않는 바로 그 밑에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기록의 효과가 이러합니다. 멈추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1m만 더 파낸다라는 심정으로 모으고 쌓아가면 그 아래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금맥의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모든 사역자들에게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1m만 더 파십시오. 사역적 기록과 나눔을 멈추지 마시고, 공감과 공명으로 조금만 더 파내려 가십시오.
 

모든 사역의 마침후에 좋은 정리가 되고, 모든 동역자와 후임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위로를 가져오는 영적금맥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은내천의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주 웹진안에 기록되고 있는 모든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기록을 통해 활자의 나열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에 대한 감사와 이루어가실 일에 대한 소망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곧 기록이 가장 넓은 꿈이요 가장 강력한 실행입니다. 더 많은 사역의 기록자들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한 기록을 담은 많은 배들이 더 많이 도착하고 떠나는 기록의 나룻터로 이 웹진《중국을주께로》가 쓰임받기를 소망합니다. 



이관 | 전 중국선교사
 

편집자 주
이번 12월호로 이관 전 중국선교사와 회족 사역자들이 함께 써내려간 “은내천을 꿈꾸는 민들레 가정들”의 이야기를 마감합니다. ‘동·문·회’를 기억하시나요? ‘회족’이 주께로 돌아와 예배하는 그날을 꿈꾸는 은내천의 사역자들. 다음세대들이 꿈꿀 수 있도록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가며 ‘문서’ 사역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멈추지 않고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민들레 홀씨가 되어 이 땅의 빈 마음을 노랗게 물들여가도록 ‘동원’에 힘씁시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독자님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