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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  통권 158호  필자 : 최성진  |  조회 : 1590   프린트   이메일 
[변화하는 중국]
중국의 가족기업<1>

 

 

 홍콩의 대표적인 가족인 이금기소스의 회장과 가족들 


가족기업은
전통적인 중국의 기업조직이다.
공산당 지배 이후 국영기업의 비중이 아직도 높긴 하지만 현재 창업하는 속도와 기업 숫자를 기준으로 하면 민영기업, 그중에서도 가족기업은 가장 보편적인 중국의 기업형태이다. 
 

가족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중국의 제도와 관련이 깊다. 후쿠야마 프랜시스는 《역사의 종언》이라는 저서에서 중국을 저신뢰 사회(Low Trust Society)로 규정지은 바 있다. 자본주의의 물적 토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재산과 거래 계약을 보호할 수 있는 신뢰받는 제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시장 친화적인 법률 제도가 충분히 발전하기 못했으며 그러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장치가 가족이라는 것이다. 가족 사이의 신뢰와 의리가 제도의 미비로 인한 시장 실패를 메우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가족기업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연구가 있었다. 베이징대학교 경영대 진리 교수팀은 중국 내 500여개의 가족기업 경영자들과 이들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2세 자녀들 중 무려 70%가 부모의 가업을 대물림 하지 않고 본인들의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약 20% 정도만 물려 받고 싶다고 대답했으며, 나머지 10% 정도는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의 길을 선호했다.


이러한 변화는 유서 깊은 중국의 가족기업 전통을 생각해보면 의외의 결과이다. 부모들의 부를 물려 받는 건 감사하게 받겠지만 그 사업을 물려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인데 이는 거의 무조건 기업의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부모들이 중국이라는 거친 경영환경에서 이전투구를 하면서 기업을 이끌어 온 것을 본 자녀들이 그 사업에 매력을 느끼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본인들은 편안하게 부모가 물려 준 부를 향유하고 그 책임은 다하지 않으려는 의도일까? 반대로 이미 이루어 놓은 기득권을 그대로 물려 받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는 기업가 정신의 발로일까?


중국의 많은 기업이 현재 2세대 승계를 현재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연구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어쩌면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이들 신세대 경영자들이 중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다음 호에서는 중국 가족기업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성진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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