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하나, 훌륭한 피아노 선생님 되기
저는 신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고 한국교회의 중국어 예배부에서 찬양인도자로 섬기고 있습니다. 제가 왜 한국으로 유학을 왔는지 얘기하자면 “그냥 원하는 대학에 붙지 못해서”라고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엄마가 시켜서 배운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에서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것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결국 엄마한테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의 아버지는 돈벌이를 위해 한국으로 떠나신 뒤였습니다. 평범한 가정이라 거액의 피아노를 사기엔 너무 부담스러워 처음엔 그냥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더 피아노 치는 것이 좋아졌습니다. 부모님께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제 저에게는 꿈 하나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피아노를 가르치는 훌륭한 선생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음악을 배우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 지를.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엄마는 아빠랑 같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야 피아노를 계속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친척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전화통화를 할 때면 부모님도, 저도 전화통을 붙들고 같이 우느라 몇 번이나 전화를 끊었는지 모릅니다. 피아노 연습을 열심히 해서 보란 듯이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난생 처음 눈앞이 캄캄해지고 앞이 보이지 않아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시련이 닥쳤습니다.
제가 가고 싶었던 음악대학은 입학정원 200명에, 피아노 전공은 매년 30명을 뽑았는데, 제가 수시를 본 그해는 25명만을 뽑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안타깝게도 27등이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 제 자신에 대한 실망감, 조금만 더 열심히 했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저 하나만을 위해서 10년간 타지에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이루 말로 포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엄마도 제 곁에 같이 계셨는데 죄송스런 마음에 일주일간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냈습니다. 그런 저를 안쓰러워하시며 애써 괜찮은 척 하시는 엄마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울 손녀딸,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하나님께 기도해
그 당시 저희 집은 외할머니만 예수님을 믿으셨는데 ‘울 손녀딸,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해, 그러면 들어주실 게야’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 믿음이 뭔지도 모르는 제가 혼자서 울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정말 당신이 살아계신다면 도와주세요. 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그냥 아무 대학이라도 가야 하는 건가요? 정말 당신이 살아계신다면 저의 앞길을 열어주시고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세요.”
며칠 후, 우연히 엄마는 엄마의 친구를 통해 한국에서 10년간 공부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중국인목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그 대학에서 중국인유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생각에 고민도 하지 않고 한국 유학을 결심했습니다. 공항에 마중 나오신 아빠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아빠”하고 부르며 달려가 와락 안겼습니다. 너무 행복한 마음으로 부모님이 사시는 집에 도착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부모님은 저 혼자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크고 좋은 집을 장만해 주셨는데, 부모님은 습해서 곰팡이가 피는 좁은 집에서 10년을 사셨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믿음이 없는 제가 그때부터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독대학교의 기숙사에 살면 새벽기도회에 반드시 참석해야 합니다. 중국에 있을 때 외할머니께서 예수 믿으라고 하면 저는, “할머니, 할머니 혼자 천국가면 되지, 왜 자꾸 우리한테 예수 믿으라고 강요하는 거야, 우린 상관하지 말고 할머니 혼자 믿고 천국엘 가”라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새벽기도회 때, “하나님 아버지, 정말 당신이 살아계신다면 저희 부모님을 불쌍히 여겨주셔서 그들을 보살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두 가지씩 기도에 응답해 주시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고, 믿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예수님을 거부했던 제가 학교에서 전혀 힘들지 않게 예배를 드리고, 믿음의 언니, 오빠들을 따라 교회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깨끗하고 아담한 곳으로 옮기게 해주셨습니다.
오래전부터 하나님은 이 모든 것을 계획하셨고, 외할머니의 기도를 통해 제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처럼, 저의 기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구원받고, 저의 가정도 믿음의 가정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하나님께서 일하여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
♠ 정려 | 중국인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