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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9.1  통권 157호  필자 : 김성민  |  조회 : 2777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중국판 ‘기러기 아빠 + 부패 공직자’, ‘裸官’

  

‘裸官’은 ‘裸体官员’의 줄임말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벌거벗은 관리’이다. 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 용어를 검색하면 ‘配偶和子女均在境外定居或加入外国国籍的公职人员’라고 정의되어 있는데, ‘배우자와 자녀가 해외에 거주하거나 또는 (배우자와 자녀가) 외국의 영주권/국적을 취득한 공직자’가 된다.
 

裸官의 정의만 보면 한국의 ‘기러기 아빠’들을 떠올리기 쉽다. 자녀의 영어교육과 해외 명문대 졸업장 취득을 위해서, 그리고 자녀의 해외 영주권 취득을 위해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 년에 이르는 가족 간 생이별(?)의 아픔과 홀로 남게 된 외로움 등을 모두 감내한 채로, 뼈 빠지게 돈 벌어 해외에 있는 아내와 자녀에게 송금하는 불쌍한 기러기 아빠들.
 

“중국도 이제는 상당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소득수준도 높아졌을 테니, 아내와 자녀를 등록금과 물가가 비싼 해외 선진국에 보내놓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며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공직자들이 많아졌나 보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국의 裸官은 한국의 기러기 아빠와는 실상이 다르다.
 

중국의 裸官들은 한국의 경우와 달리, 자녀의 영어교육과 외국 명문대 학위 등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공직생활 중 뇌물수수 등 불법으로 축재한 돈을 가족이 있는 해외로 빼돌리거나, 영주권 취득 등 적절한 시점에 혹은 감찰 등 유사시에 자신 역시 중국에서 몸을 빼내어 해외로 도피하는 것이다. ‘언제라도 도피할 수 있도록 몸 상태를 가볍게 하고 있다’, ‘가벼운 몸 상태를 위하여 가족과 재산을 일찌감치 해외에 보내 놓았다’ 등의 의미가 ‘벌거벗었다’는 용어에 담겨 있다고 짐작된다.
 

출범 초기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반(反)부패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 정부이기에 이들 裸官에 대한 감독과 처벌 역시 광범하고 강도 높게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중국 정부는 전국적으로 부처장급 이상 裸官 약 3200명에 대한 정리작업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들 3200명 가운데 배우자와 자녀가 해외에서 귀국하기를 거부하는 1000여 명의 裸官들은 직위해제 되었다.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는 지난해 2월, 裸官에 대한 엄격한 관리를 위해 <배우자가 국외에 체류하는 국가공직자 관리방법>을 제정했다. 배우자나 자녀가 국외에 체류하는 공직자는 당정기관과 국유기업의 주요 보직에 오를 수 없고 또한 군사, 외교, 국가안전 등의 부서에 근무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裸官은 전국적으로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분포를 보면, 지역별로는 광동성이 가장 많고, 업종별로는 해외투자기관, 금융기관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재산도피처로 선호하는 국가는 미국, 유럽, 호주, 캐나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로스엔젤레스는 ‘裸官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 김성민 |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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