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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시62:5)
제주에 오자마자 집을 정리하면서 중국인들의 현황을 알아보려고 뛰어 다녔다. 지역교회들을 방문하며 선교현황에 대해 듣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말이 한국이지 이곳이야말로 선교지 임을 실감했다.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도청, 시청, 다문화가정센터 등 중국인 관련기관을 방문했다. ‘2013년 외국인 주민 현황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운데 중국 국적이 4654명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비해 21.6%나 급증한 수치이다. 이처럼 제주에 정착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정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제주도가 추진하는 각종 대규모 개발 사업에 따른 기업 투자자들의 정착, 유학생 및 근로자들의 증가 등 다양한 형태의 이주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 영어교육 도시에 세 곳의 국제학교에서 공부하는 중국인학생들이 150여 명인데 기숙사의 부족으로 학부모들이 고급아파트를 구입하여 그들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주에 정착한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교회는 어떻게 사역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제주에는 대형교회로부터 미자립 교회까지 400여 개 이상의 교회가 있는데, 그중 중국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주대학을 포함하여 7-800여 명의 중국인유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다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그나마 유학생들은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하지만 대중국 교역량이 늘어나면서 제주항에 몰려드는 화물선이 동시에 접안을 할 수 없어 외항에서 대기 중인 선박에 중국인선원들이 많이 있고, 고기잡이배를 타는 선원들도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기 때문에 도움이 절실하다.
제주에 정착하는 다양한 부류의 중국인들에 대한 선교가 시급한 이때에 제주 지역교회들의 대응이 소걸음을 하는 것처럼 지지부진하지만 저 역시도 쉽지 않음을 피부로 느낀다. 우선 제주에 찾아온 중국인들의 수준이 중상층 이상이고, 노동자나 취업으로 온 사람들은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한국어 개인지도를 해준다고 하여도 짬을 낼 수가 없다나. 더구나 파룬궁이나 구원파와 같은 이단들 때문에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어서 노방전도가 오히려 적대감을 품게 하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
결국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관계중심의 선교를 해야 한다. 제주의 교회들이 중국선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도전을 해야 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서로 연합하고 서로 협력하여야 만이 지금 제주에 머물고 있는 저들을 하나님나라 자녀로 삼을 수 있다. 제주에서 출발해 세계로 나가는 선교중국 시대를 함께, 함께 열어 나갑시다.
너희에게 인내가 필요함은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을 받기 위함이라 (히10:36)
중국인들과 함께 예배도 드리고 말씀도 전하며 전도와 제자훈련도 시도해 보았다. 싹을 기대하며 수고해 보았지만 한 해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몸과 마음이 지치려고 할 때 ‘대나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온갖 정성을 다하여도 변화가 없다가 3년이 돼야 고개를 내민 죽순이 4년이 되어도 고작 30센티미터 밖에 자라질 않다가 5년째가 되서야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것을 보았다. 수년간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었지만 땅속에 5년간의 뿌리 내림이 있었기에 마디마디가 성장하고 어느새 저 하늘 끝에 닿을 만큼 자란 대나무를 만들어 냈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얻기 위해 25년을 기다렸다. 요셉은 13년간을 노예로 살며 때를 기다렸다. 모세는 광야에서 40년간의 고독을 이겨냈다. 그리고 끝내 그들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없었다면, 주를 앙망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들의 삶에 해피엔딩은 기대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각양각색의 백화가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의 여왕, 6월. 제주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시작되었다. 제주대 정문 앞에 중국어문선교회 제주센터의 문을 열었다. 중국인유학생들이 즐겨 찾아 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동역자들과 함께 서투른 솜씨지만 정성을 다해 실내를 꾸몄다.
책 보고 인터넷도 하고 차도 마시고 교제를 할 수 있는 북카페를 만들었다. 그룹스터디 공간을 만들면서는 내 머리 속은 온통 중국인유학생들이 이 공간에서 주님을 만나는 희망의 그림을 그렸다.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일에 다시 한 번 집중하기를 소망한다. 사명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상황과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가 달려갈 길은 아직도 멀지만 우리의 서툰 노력과 어색한 의사소통에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귀한 뜻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성령께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한 방법들로 일하시고 계심을 믿기에 연약한 무릎을 일으켜 세우며 또 다시 일어선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제주의 디아스포라 중국인들을 섬기는 일에 초심과 첫사랑을 회복하여 나의 심장을 뛰게 하고 싶다.
중국어문선교회 제주센터 사역은 기도합주회/ 노방전도 및 관계전도/ 문서 사역/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중국어 교실/ 중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실/ 제자훈련/ 상담 등 많은 일들이 진행될 것이다. 기도 부탁합니다.
박애린 | 중국어문선교회 J센터장,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