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청탁을 받았을 때 그다지 깊이 생각지 않고 수락을 했다. 그런데 막상 수락을 하고 난 후 걱정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내가 과연 이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럴만한 자격이 있을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연락을 하여 취소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필자가 독자들(다른 중국선교사님들)보다 중국어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필자에게 ‘사역자의 언어능력 향상 노하우’라고 할 만한 특별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과 갈등 가운데 문득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을 향한 고백이 떠올랐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 3:12).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나의 사역 언어 향상 노하우에 적용을 시켜보았다. “그렇다. 나는 사역 언어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역 언어를 마스터 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서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역 언어를 배우고 익히고 사용하기 위하여 열심히 달려가리라.” 이렇게 적용을 하고 나니 부족한 필자의 경험들을 더듬으며 정리할 수 있고, 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

사역자의 언어능력 향상 노하우라는 주제에 대해, ‘언어 습득의 중요성, 언어 습득의 자세, 언어 습득의 실제(필자의 경험)’ 세 부분으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본 글의 목적이나 초점이 세 번째 부분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사역자의 언어 습득의 중요성이나 자세에 대해 다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필자 자신 뿐 아니라 독자 여러분에게 있어서 역시 이것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 사역자의 언어 습득의 중요성

첫 번째는 선교사로서의 기본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사는 선교지의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보냄을 받은 자이다. 그런데 선교사가 복음전파라고 하는 사명에 앞서 가져야 할 자세는 선교지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고, 그들과 함께 기꺼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섬기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들과 허물없이 더불어 살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선교지의 언어를 익힌다는 것은 선교지의 언어를 통하여 선교사와 현지인들과의 거리를 좁혀주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다. 또한 보냄을 받은 자로서의 목적인 복음전파의 사명을 보다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선교사가 선교지의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선교지의 현지인들을 제대로 잘 섬기고자 하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선교지의 문화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서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지만 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때론 피상적일 수 있고, 주관적 판단을 하기 쉽다.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볼 뿐 아니라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리고 그들이 기록으로 남겨놓은 글을 읽어봄으로써 보다 객관적이고 사실에 가까운 문화의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종종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이 현지인들과 깊이 사귀지 못하거나 깊이 있는 사역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한 까닭이다. 선교사가 언어 습득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선교지의 문화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그러다가 보면 자연 선교지 중심이 아니라 선교사 중심이 되기 쉽다. 

세 번째는 효과적인 사역을 위함이다

이것은 어쩌면 선교사가 언어를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교사가 선교지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선교사는 말을 잘하고자 힘쓰기보다 좋은 내용을 전하고자 힘을 써야 한다. 사역에 필요한 언어(성경과 신학, 그리고 선교사 자신의 전문분야)는 물론 현장감 있고 현지 문화가 녹여져 있는 언어가 잘 준비된 선교사는 그 사역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질 것이다.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언어 습득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사역자의 언어 습득의 자세

<버려야 할 것>

첫 번째는 순수하지 못한 동기들이다

선교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발견하게 된 사실은 적지 않은 선교사들이 동료 선교사들과의 관계 속에서 언어 문제로 인해 적지 않은 갈등들을 겪는 것을 보았다. 동료 선교사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경쟁 심리나 비교의식 속에서 출발한 언어 습득은 교만(우월감)과 위축(열등감), 스트레스 등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두 번째는 완벽한 언어 구사 추구이다

사실 현지에서 태어나고 현지인들과 함께 자란 사람이 아니라면, 그것도 성인이 되어 선교지에 들어가서 언어를 배운다고 한다면 완벽한 언어 구사는 불가능하다. 사역 언어를 완벽하게 준비해서 사역을 하겠다고 한다면 아마도 사역을 할 기회도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친 교만은 아닐까.

세 번째는 쉽게 포기하는 것이다

어느 선교사가 말하기를 “현지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선교사는 아무리 현지 언어를 습득하여도 현지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말 속에 담겨진 또 다른 의미에 주의해야 한다. 현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거나, 통역 사역을 정당화 시켜준다거나 사역 언어를 습득하지 않아도 사역을 할 수 있다고 하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몸부림쳐도 현지인이 될 수 없다고 해서 선교사가 언어 습득 자체를 포기한다거나 최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현지인처럼 되고자 하는 열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취해야 할 자세>

먼저, 언어 습득 역시 사역이라고 하는 의식이다

우리는 흔히 선교사가 선교지에 들어가면 초기 언어 습득의 기간을 갖고 어느 정도 언어가 준비되면 사역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언어 습득을 ‘공부’로, 사역을 ‘일’로 구분하게 되는 잘못을 범한다. 그러나 선교사에게 있어서 언어 습득은 그 자체가 사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은 선교사나 후원 교회로부터 ‘사역은 하지 않고 공부만 한다.’ 혹은 ‘빨리 사역을 해야 할 텐데’라고 하는 오해나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준다. 언어 습득 역시 사역이라고 여긴다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명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언어 습득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조급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 필자가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배웠던 중국 속담들 - “胖子不是一口吃的”(한 입에 뚱보 되는 게 아니다), “万般起头难”(모든 일은 시작이 어렵다), “万丈高楼平地起”(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도 평지로부터 올라간다) - 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언어 습득은 마치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때가 되어 유창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언어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선교사의 인격과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언어는 사실 도구요 수단이다. 언어가 인격을 통해 전달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아무리 말을 잘 한다고 해도 그 사람의 인격에 문제가 있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지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겸손함과 그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랑의 자세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인 복음이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사역 언어가 잘 준비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언어 습득의 실제(필자의 경험)
자, 이제 이 글의 본론 부분인 ‘사역자의 언어능력 향상 노하우’로서의 필자의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그러니까 한ㆍ중수교가 이루어지기 10년 전인 1982년 대학에 입학을 하면서부터이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중국어를 좀 더 잘 하기 위해 여러 독자들과 같이 이런 저런 많은 방법들을 써보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즘엔 중국어 관련 인터넷 사이트도 많고, 학습교재도 많다. 게다가 한국 내 중국인들도 많고, 중국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중국어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필자에게 가장 효과적이었고, 지금도 중국어 학습에 관하여 문의를 하는 분들에게 소개하는 필자 나름의 노하우인 ‘통째로 중국어 학습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어떠한 언어이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의 네 가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공부를 수십 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여전히 어렵고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이유는 문법 위주의 혹은 시험 위주의 공부를 해온 까닭일 것이다. 우리가 중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같은 한자 문화권이기에 서양선교사들보다 유리한 점도 있지만 사실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중국어를 말하려고 하면 성조와 발음에 신경이 쓰이고, 막상 중국어를 쓰려고 하니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네 가지 분야를 따로 공부할 수도 없으니 중국어를 배우는 시작 단계부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필자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자라면 누구나 갖는 생각은 ‘언어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름붙인 필자의 학습법을 ‘통째로 중국어 학습법’이라고 부른다.  

이 학습법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필자가 중국어를 배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중국어 교재 가운데 하나가 있었다면, ‘송재록 중국어’였다. 손에 쥐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그러나 다소 두꺼운 송재록 중국어 전편(빨강색 표지), 속편(파랑색 표지) 두 권의 책에는 일상회화와 문법 등 다양한 내용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짧은 문장들로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아래위로 편집되어 있었다. 물론 송재록 교수가 직접 녹음한 테이프도 있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필자 스스로의 언어 학습의 방법인“통째로 중국어 학습법을 터득할 수 있어서 지금도 그 방법으로 중국어를 익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한다.

아래에는 독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현재 시제로 자세히 소개한다.

① 테이프의 수에 따라 교재를 찢어 분리한다.
② 테이프 한 개의 분량은 교재 안의 여러 과가 함께 있기에, 교재의 각 과마다 다시 익혀야 할 순서로 표시를 해둔다.
③ 테이프 한 개의 분량을 하루에 끝내는 것으로 목표를 정한다.
④ 테이프 한 개의 분량 안에 있는 각 과의 내용을 공부한 후에는 반드시 점검을 하고, 점검이 끝나면 잠시 휴식을 갖는다.
⑤ 하루 목표로 잡은 본문의 내용을 순서대로 나누어 한 과씩 읽고, 쓰면서 철저히 외운다.
⑥ 읽고(보고) 쓰면서 외운 부분을 반드시 점검한다. 점검할 때 먼저 볼펜으로 각 문장의 아래에 있는 한국어 부분을 가린다. 그리고 위에 있는 중국어 부분을 읽고 쓴다.
⑦ 가렸던 볼펜을 떼고 맞는지 틀린지 확인한다. 맞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고 틀리면 문장 왼쪽 끝부분 여백에 X를 한다. 일부분 틀리면 ⧍를 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한다.
⑧ 그 다음에는 반대로 볼펜을 중국어 부분을 가리고 한국어를 보면서 중국말로 말해본다. 역시 맞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고 틀리면 오른쪽 여백 끝부분에 표시를 한다.
⑨ 점검이 끝나면 틀린 부분이나 일부 틀린 부분을 다시 읽고 쓰기를 한다. 그리고 다시 볼펜을 가리고 점검을 한다. 이렇게 점검이 끝나면, 무조건 밖에 나가 휴식을 취한다.
⑩ 휴식을 갖는 시간은 사실 휴식이 아니라 듣고 말하기 시간이다. 가능한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읽고 쓰면서 외운 내용을 테이프를 들으면서 큰 소리로 따라 말하고, 통역을 한다. 송재록 중국어는 한 문장을 중국어로 두 번 읽어주기에 첫 번째는 따라 읽고, 두 번째는 들은 문장을 우리말로 통역했다.
⑪ 휴식이 끝나면 다시 그 다음 과를 똑같은 방법으로 읽고, 쓰고, 외운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며 배우고 익힌 부분을 테이프를 들으면서 큰 소리로 따라 말하고, 우리말로 통역을 한다.
⑫ 하루의 분량이 끝나면 그 이후의 시간은 당일 읽고, 쓰고, 외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테이프를 틀어 놓고 듣고, 따라 말하고, 통역을 한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어갈 때도, 차를 탈 때도, 무엇을 하든 테이프를 들으면서 따라하고 통역을 한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교재의 내용을 완전히 외우고 말하고 쓸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중국어에 자신감은 물론 성취감도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학습법을 다른 교재를 구입해서도 적용을 했다. 짧은 회화의 내용뿐 아니라 고급의 문장들도 중국어와 한글로 문장을 나누어 점검할 수 있도록 따로 편집을 하여 공부했다. 읽고, 쓰고, 철저히 외웠다. 그리고 테이프나 CD를 들으면서 따라 읽고, 통역을 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제법 중국어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필자가 독자들에게 권하고자 하는 것은 초급, 중급, 고급의 수준에 맞게 적절한 교재를 구입해서 위에서 소개한 방법대로 해보라는 것이다. 선교사로 처음 파송을 받고 언어 습득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이 방법을 적용하면 좋겠다. 언어 습득 자체가 사역이라 여기고 이 방법에 푹 빠져보라. 물론 교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든 어떠한 것이든 상관없다. 성경이나 사역언어로 만들어진 교재들을 구입하여 이 방법을 따라 해도 좋다. 어쨌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는 별개로 할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통째로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도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게 되어 사역을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통째로 중국어 학습법이라고 하는 필자의 언어 학습 경험 이외에도 이런 저런 방법이 있지만 지면 관계상 약한다. 그리고 위에서 소개한 방법은 그저 필자 개인의 경험과 방법이기에 독자 여러분들의 넓은 이해와 너그러운 마음을 바란다. 앞에서 이미 언급을 했듯이 필자는 사역 언어의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역 언어를 마스터 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서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끊임없이 사역 언어를 배우고 익히고 사용하기 위하여 열심히 달려가고자 한다.  

“活到老,学到老”(살아 있는 동안은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

하영인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