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战国策》<魏策一>에 연횡(连横)을 주장했던 장의(仗义)가 소진(苏秦)의 합종(合纵)을 무산시키고자 진나라의 무력으로 위(魏)나라 애왕(哀王)을 위협하면서 하던 말 가운데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事秦，则楚韩必不敢动；无楚韩之患，则大王高枕而卧，国必无忧矣。”(만약 진을 섬기게 되면 초나 한이 쳐들어올 수 없을 것이고 이들 나라로 인한 화만 없다면 전하께서는 '베개를 높이 하여 편히 주무실 수 있으며 나라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위나라의 탈퇴로 6국 합종은 결국 와해되고 韩•魏•赵•燕•齐•楚 6국은 차례로 진나라에 의해 멸망한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고침안면(高枕安眠)으로 ‘베개를 높이 하여 베고 편하게 잔다.’ 즉, 근심 걱정이 없이 편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현대 중국어로는 ‘高枕无忧(gāo zhěn wú yōu)’라고 한다.

지금 이 시각, 지구 한쪽에서는 이념과 이권을 앞세운 전쟁으로 납치, 살해, 파괴 등 불행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그들만의 논리로 생명을 경시하고 어린아이들까지 살생과 파괴에 동원하는 비인륜적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950년 6월 25일, 이념과 이권을 앞세운 전쟁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났다. 북한의 기습적인 침공으로 어린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황망 속에 가족을 잃고, 터전을 잃고, 미래를 잃어야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휴전. 그 후 60여 년, 대한민국은 폐허 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여 전 세계적인 행사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나라,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국민적 단합으로 이겨낸 나라, 세계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한 경제 선진국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방위력은 아직도 자립하지 못하고 우방국의 신세를 지면서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휴전국 상태로 언제 다시 전쟁이 발발할지 알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사는 우리이기에 북한의 움직임과 주변국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 것임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한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은 전략적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운영비 분담을 압박해 오고 있고, 중국은 자국의 국방력 노출을 우려해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정세에 편승하여 어부지리 외교력으로 실리와 명분을 모두 얻었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지 못한 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연횡과 합종을 고민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이러한 처지가 개탄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를 약소국의 한계라 치부하기엔 대한민국은 이미 너무 발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대국에 의지하여 얻은 안전은 우리의 주권을 담보로 한 것이기에 진정한 안전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고침안면을 위해서는 자주국방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 다시 6월이다. 조국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과 지금도 전방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 아들과 딸들의 충성스러운 수고가 헛되이 되지 않도록 군 수뇌부를 비롯한 모든 군 관계자와 일반 국민 모두, 국가안보에 대해 심기일전해서 이제 더는 군대 안전사고나 방위산업 비리와 같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행여 잘못된 외교적 판단으로 만시지탄(晩时之叹)하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또한 진심으로 바란다.

박애양 | 중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