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의 편중성
데이빗 바렛(David Barret)과 타드 존즈(Tod Jones)는 이미 복음이 들어간 지역에 편중된 기독교 선교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기독교 문서의 99%, 선교사의 90.9%, 전임사역자의 95%, 기독교 라디오와 TV의 99.9%가 이미 복음이 들어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일어난 일이어서 단순한 비판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러한 것들이 남은 과업 완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는 또 하나의 편중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선교의 의사소통 방법 사용에도 편중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 선교사의 90% 이상*이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랐던 문자 문화권 의사소통 방법으로 피선교지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피선교지의 사람들, 특별히 미전도종족의 75%가 구전 문화권에 속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인도네시아에서 신학교 학장을 지냈고 지금은 스토리텔링 사역에 주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에브리 윌리스(Avery Willis)**는 2000년에 와서야 비로소 구전 문화권에 사는 선교대상의 75%를 놓쳤다고 후회하면서 세계 구전 문화권선교네트워크(International Orality Network)를 만들어 로잔위원회나 다른 구전 문화권선교를 이끌어 가고 있다.   

구전 문화권 사람들을 위한 선교
구전 문화권에서 교회개척이나 성경 번역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사역이 더 좋고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피선교지 사람들이 더 많이 글을 배우고 더 많이 성경을 읽고 더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이 사역자 자신들은 그동안 대부분의 것을 읽음과 씀으로 중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어왔지만, 자신들이 사역하고 있는 피선교지 사람들은 듣고 말함으로 의사소통하며 학습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구전 문화권 사람들에게 마치 새로운 방법이나 가치를 세워주는 것이 선교의 목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구전 문화권의 학습이나 의사소통 방법이나 가치가 수준이 낮거나 잘못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입장에서의 의사소통과 학습의 가치 그리고 그러한 방법의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구전 문화권 사람들은 글을 통해서, 책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얻는 사람들이 아니고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서 들음으로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외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문자가 없다면 글을 만들어줄 수 있고, 그들을 위한 문자가 있지만 배울 기회가 없었다면 문자를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한 것은 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전할 수 있는 구전 형태의 복음을 주는 것이다. 그들에게 복음의 돌파구가 열릴 때 성경 말씀에 대해 사모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그래서 성경 말씀이 글로 주어졌을 때 읽을 수 있게 되며 그에 따라 그들의 신앙에 도움이 되는 다른 책들도 번역하여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는 구원의 돌파구를 여는 과정에서 그들이 문화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편하며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들이 선호하는 문화 형태 의사소통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성경 스토리텔링 사역의 유효성과 선교의 남은 과업 완성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고 말씀을 공부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좋은 설교, 복음적인 성경공부나 강의 코스 등이 그러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전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방법들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구전 문화권 사람들은 보고 듣고 말함으로 배우고 의사소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구전 문화권에서 스토리텔링이 유일한 구전적 의사소통 방법은 아니다. 문화권에 따라 드라마나 노래, 춤이나 찬트(chant) 같은 것도 특정한 문화권에 익숙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구전사회에서 이야기가 보편적인 의사소통 방법인 것도 사실이다.

모든 것을 들음으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그것을 나름대로 소화하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외워서 전하는 사람들에게는 75%가 이야기인 성경을 이야기 형태로 보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사역자는 문자/인쇄 문화권에서 태어나 자라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피선교지 사람들이 구전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쉬울 수 있다. 그러나 구전 문화권에 사는 피선교지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학습 방법이 스토리텔링 방식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도 복음을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들었어도 자생적인 교회가 생기지 않아 여전히 미전도종족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로 양육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일 것인가?

그것은 주님께서 창조주이심에 불구하고 인간이 되셔서 우리들에게 인간으로 오셔서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신 그 방법–성육신적 선교 방법을 따르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교 원리가 품고 있는 전달자 중심이 아닌, 수용자 중심의 선교 방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전달자 중심이 아닌 수용자 중심 원리에서 볼 때 그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가장 편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전적 의사소통–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고 제자양육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선교의 남은 과업을 생각하고 선교지의 구전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선교 방법에 있어서 그리고 선교적 도구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미주_________________________
* Claydon, Davis. 채천석 역, 󰡔구전 문화권 사람들 제자화하기󰡕, 한국강해설교학교 출판부: 서울. 2007, p. 15.
** 그의 활동에 대해서는 www.averywillis.or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김연수 선교사는 오랫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성경번역선교사로 사역했다. 지금은 스토리텔링사역연구소(SMI)를 설립하여 스토리텔링 사역으로 선교사를 돕는 사역을 하고 있으며 또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국제총무로도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