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은내천' 지역을 다시 방문할 계획입니다. 교회 선교주간에 은내천 지역이 지속적으로 함께할 지역임과 소수민족임을 일깨우고, 앞서 언급한 [웹진『중국을주께로』2015년 2월호] 문고형도서관 설치에 대해 실제적으로 준비하고 기도하는 일로 방문합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번의 방문은 더 구체적 반응과 행동이 있어야 함을 느끼게 했고 작은 실천이나마 이어가고자 하는 다짐을 하게 했습니다. 문득, 처음 그곳을 방문했을 때의 감동을 사진을 보며 나눔으로 돌아봄과 내다봄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은내천 입성
지금부터 꼭 11년 전 중국 도착 1년 후인 2004년 4월, 은내천 지역을 가족과 함께 첫 방문하였습니다. 그해 여름단기팀과 함께 갈 답사여행을 다녀온 것입니다. 은내천 지역은 아래로는 황토 빛의 고원지대를 가로 지르는 황허와 위로는 방파제처럼 서북 지역의 모래바람을 막아주는 허란산맥을 통해 샌드위치 식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그러한 자연환경 및 천연자원의 혜택 속에 예로부터 ‘변방지대의 보배’로 불렸습니다. 당시 일정은 은내천 지역과 변방의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고자 하였으나 16개월 된 딸과 아내와의 동행이었기에 시내 중심과 주요 관광지만을 살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 딸이 깔고 앉은 자리에 은내천 지역의 기념 동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슬람 사원 남관 칭전쓰
은내천 시내는 어디를 가든 단아한 정형미의 이슬람 사원 칭전쓰를 볼 수 있습니다. 그중 시내 중심에 위치한 남관 이슬람 사원은 청나라 초기에 남문 밖에 세워졌다가，1953년 확장 공사를 거쳐 1,200㎡의 63칸짜리 대전과 남북으로 41칸으로 이루어진 각방 등 그 규모가 은내천 지역의 사원 가운데 으뜸입니다.
이른 시간 어린아이와 함께 온 모습이 생소한지 입구에서 입장표를 팔던 관리인이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놀라시며 자원하여 안내해주셨습니다. 여름에 한국 여행팀과 다시 올 것이라는 말에 환영의 인사말과 함께 미리 잘 보고 가도록 친절히 대해주셨습니다. 3개월 후에 다시 학생들과 왔을 때는 관리자가 여자 분으로 바꿔서 다시 뵙지 못해 아쉬웠지만, 대신 우리 여행팀이 그분께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기념품과 친절한 환대로 갚아주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 1981년에는 아랍 양식으로 이루어진 사원이 중건되어
전형적인 아랍 이슬람 건축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동방의 피라미드
둘째 날 처음 찾은 곳은 동방의 피라미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서하왕릉을 답사했습니다. 이곳은 70년대 초 우연히 유적지가 발견된 이래, 중국 고고학 역사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지금까지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대략 천 년 전 중국 서남부에서 살던 탕구트족은 티베트인이 세운 토번제국에 밀려나며, 거친 여정 끝에 허란산맥 아래에 정착하게 됩니다. 후에 세력을 키워 송나라를 상대로 한 전쟁에서 대승한 뒤에 세운 나라가 서하제국이었습니다. 그 후 1227년 몽골제국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약 200년 동안 번영을 누리게 됩니다. 지금은 반경 50km나 되는 황량한 사막지대에 9기의 황제능원과 250여 채의 귀족 무덤만이 남아 있어 장안과 서역을 중계하며 번성했던 제국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해 학생들과 다시 찾았을 때에도 가장 큰 탄성을 자아내며 주목을 받은 장소입니다.
▲ 가장 잘 알려진 능탑은 높이 34m로 동방에 피라미드로 불리며,
독특한 장례풍습을 반영하고 있다.
허란산 암각화
허란산은 은내천의 서북부 방향으로 50km 떨어져 위치해 있고, 자체 길이는 남북으로 250㎞에 해당되는 방파제와 같은 산맥입니다. 예부터 여러 북방의 소수민족들이 이곳에서 장기간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왔으며, 암각화는 그들이 남겨 놓은 역사의 흔적입니다.
처음 이곳을 찾을 때는 교통편을 몰라 택시 기사와 하루 전체 일정을 런민비 2백 위안으로 계약하고 기사아저씨의 소소한 설명과 함께 편안하게 다녀왔습니다. 허란산 정상에 오를 때는 리프트를 왕복으로 이용하여 올라갈 수 있고 정상 부근에는 연인들이 각자의 이름을 새겨 넣은 약속의 자물쇠 수백 개가 철망 구조물에 묶여 있었습니다.
허란산 계곡의 암각화 보존지역은 그 면적 12㎢로 암각화의 분포 상황에 따라 보호지역을 6개의 구역으로 나눕니다. 풍부한 내용의 암각화에는 고대인들이 당시의 방목, 수렵, 제사, 전쟁 등의 생활상과 양, 소, 낙타,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도안과 추상적인 부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각의 그림 배경에는 원시부족의 자연숭배·토템숭배·조상숭배라는 문화의 이면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 중국의 인류문화사와 원시종교를 연구하는 문화의 보고로 알려져 있는
갖가지 모양의 암각화이다.
새로운 방문을 기약하며
지금도 꾸준히 회족사와 은내천 지역에 관한 자료와 관련된 주요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하며 챙겨보고 있습니다. 은내천에 대한 기행과 기록문화는 지금도 다양하게 이어가야 합니다. 관련 신문기사이든 여행기와, 사업교류이든 숨어있는 지역 소식의 공유와 대중화를 통해 문화교류의 고립이 영적인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와 기도의 끈을 이어가야 합니다.
지금은 직항이 없어 베이징을 경유해 들어가지만, 현재 은내천 지역의 교역대상국 4위가 우리나라이기에 더 많은 물자교류와 방문교류가 필요합니다. 특별히 단기팀들이 오랫동안 꾸준함으로 소외 지역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이번 가을의 방문을 통해 답사기 형식의 작은 안내 소책자가 나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소책자가 많은 교회의 기도책자로 옮겨지기를 기도합니다.
이관 | 전 중국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