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지난호 
북쇼핑
2015.4.1  통권 152호  필자 : 노성경  |  조회 : 3287   프린트   이메일 
[특집] - 특집/ 키워드로 보는 중국선교(II)
은퇴를 앞 둔 선교사에게

은퇴선교사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는 선교대회, 세미나, 포럼 등을 통해서 10년 전부터 이루어져 왔으나, 아직까지는 한국교회나 대부분의 한국 선교단체들은 은퇴한 선교사들을 위한 실제적인 대책이 전무하다. 어쩌면 선교사의 은퇴 후 복지문제는 한국교회가 체감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에서 노후나 은퇴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지만, 한국 중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을 제외하면 담임목사의 은퇴 후 복지 문제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교사의 은퇴와 복지는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사의 은퇴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간단하지만 주요한 몇 가지 논점들에 대해서 나누고자 한다.

은퇴선교사 예측 현황
한국교회는 1980년부터 해외선교사를 본격적으로 파송하기 시작하여, 2014년 12월 말까지 한국선교사는 총 170개국에 26,677명(이중소속 선교사 수의 절반 제외) 파송된 것1) 으로 나타났다. 하나님의 은혜로 복음의 불모지였던 한국이 해외선교사 파송의 30년 역사를 이어가게 되었다. 30여 년 전에 청년으로 선교지를 향하여 힘차게 발을 내디뎠던 선교사들이 이제는 노령기를 맞이하여 선교현장에서의 은퇴를 앞두고 있다.

2013년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발표한 ‘한국선교 현황’ 따르면,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1만9798명(2012년 기준) 중 60대 이상은 7.2%이며 현재 활동 중인 선교사들은 40-50대가 가장 많다. 국내 최대 선교사 파송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에 따르면 총 2365명의 파송선교사 중 40-49세가 950명(40.1%), 50-59세가 917명(38.7%)이다. 60대 이상은 299명으로 전체의 12.6%를 차지한다. 10년 후엔 60대 이상이 절반(51.3%)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할 때, 선교계는 앞으로 10년 후 20년 내에 은퇴하는 선교사(65세 기준)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아직은 은퇴선교사가 한 해에 30명을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가까운 시일에 3000명에 이르는 선교사들이 은퇴하게 된다.
 
 

 

은퇴선교사에 대한 주요 논점

▷ 은퇴 연령: 선교사의 은퇴 연령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와 은퇴 연령을 없애자는 견해로 나누어진다. 선교사에게 은퇴 연령이 필요한 이유는 리더십 이양의 지연과 현지 동역자들과 후배선교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역에도 끝이 있고 그 끝을 안다는 것은 복이다. 선교사를 부지런하게 하며, 주인의식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만들며, 지도자와 일꾼을 세우며, 최선을 다해 복음에 힘쓰도록 만든다. 선교비가 필요한 젊은 사역자들에게 재정적으로 지원되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그렇지만 노년이 되어도 선교사가 사역을 계속 감당할 열정과 능력이 있고 현지 사역에 덕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옳다. 특별히 선교사가 절대로 부족한 사역지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에는 은퇴한 성도나 목회자가 실버선교사로 보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선교사는 같은 나이에 철수하라는 것도 합리적이지 못하다. 선교사 개인에게도 한국보다 선교지 환경이 더 고향 같고 친숙할 것이다. 그러나 은퇴의 시기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하나님과 현지 교회와 동역자, 후배 선교사들의 입장에서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은퇴 없이 현지에 뼈를 묻는다.’ 이 말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006년 개최한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이다. 포럼에 참석한 선교사들은 ‘가급적 은퇴 연령 없이 사역하다가 현지에 묻힌다.’는 방안을 압도적인 의견으로 채택했다. 은퇴목회자 은급·후원도 힘든 판국에 은퇴선교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시기상조란 이유에서다.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러한 환경에 의한 결정은 잘못되었다. 말은 거창하게 복음을 위해서 은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한국에 돌아가도 대책이 없고 막막하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선교지에서 머물겠다는 이중적인 생각과 태도는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옳지 않다.

▷ 은퇴 후 주택: 은퇴를 앞둔 선교사들의 설문조사에 의하면2) , 주택이 없는 선교사는 전체의 83%이다. 타문화권 선교지를 삶의 근거지로 삼아 온 선교사들에게 주택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교사가 개인적으로 한국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유산으로 물려받는 특별한 경우들을 제외하고는 은퇴 후에 독립주택을 소유하기가 불가능하기에 다세대가 살 수 있는 주거시설의 은퇴관 건립과 계획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앞으로 밀려올 은퇴선교사들의 필요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최대 선교회인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의 경우에도 은퇴관 문제는 쉽지가 않다. 2006년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주택 2동을 구매하여 18개의 미션하우스를 운영하는 미비한 수준이다. 현재 73명이 은퇴했으나 주거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자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다시 나간 상태이다. 은퇴선교사의 주거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서 경기도 화성 팔탄면에 40여개의 원룸주택을 건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은퇴할 선교사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3) 남서울은혜교회는 선교사케어에 좋은 모델이 된다. 은퇴선교사들을 위한 지난 5월 은퇴선교사의 노후를 위해 ‘생명의 빛 예수마을’을 경기도 가평에 건립했다. 현재는 19개인 게스트하우스는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예배, 세미나, 식당과 카페 시설을 갖추고 있고 향후 상담 및 선교사 위기관리센터와 상주 의료진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은퇴선교사들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단과 단체들 사이에서 교파를 초월, 공동주택, 선교사 마을 등을 건립하고 그것을 임대해 주는 방법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대지를 기증받는다 하더라도 초기 비용 부담이 크고 허가와 건축 등의 진행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 은퇴 후 생활비: 파송교회와 후원교회가 은퇴한 선교사를 위해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후원해주는 경우는 아주 적다. 자녀교육이나 사역을 위한 비용이 지출되지 않더라도 한국에서의 기본적인 생활을 하려면 안정적이며 정기적인 재정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의 생활비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국민연금, 교단의 총회연금, 개인이 가입한 연금보험 등이 있다. 선교사로서는 현재 생활비도 여유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은퇴연금을 납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최근에는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에서 연금납입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해가고 있다. 교단선교부는 교단연금제도가 있어서 선교사가 국민연금과 교단총회연금을 동시에 가입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선교단체들이 선교사 개인이 알아서 준비하도록 하고 있어서 은퇴 후 기본적인 생활고가 예상된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은퇴 후의 의료혜택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경우가 51%로써 과반수를 넘는다. 의료혜택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생활비 중에서도 의료비 비중이 점차 커지는데 의료혜택을 받을 경우 전액혜택을 받기가 어렵고 개인부담이 따르므로 은퇴선교사는 생활비에서 의료비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은퇴 후의 사역: 선교사가 지속적으로 현지에 머물며 지내는 것과 한국으로 들어와서 지내는 것 아니면 제3국으로 가서 노후를 보내는 것으로 나뉜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은퇴 후에도 지금까지 하던 일이나 유사한 일을 계속하겠다는 경우가 약 89.3%를 보였다. 그러나 주택과 생활비, 재적응의 이유들로 한국으로 귀국하기를 피하고 있다. 꼭 한국으로 들어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의식주가 기준이 아니라 헌신된 종족과 대상들을 향해 지속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중심으로 터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2007년도에 영국에 있을 때, 일주일 동안 영국선교사들의 은퇴 후 사역에 대해 경험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선교사들에게도 좋은 모델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잘 아는 런던과 그 주변만 하더라도 과거 식민지시절에 이주해 정착한 홍콩,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의 사람들로부터 최근까지 유입된 사람들이 국가별로 모여 살면서 자신들만의 촌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선교사협회에서는 이를 분류해서 지도와 정보자료를 만들어서 추방을 당하거나 현지에 머무를 수 없어서 귀국한 선교사, 은퇴한 선교사들이 자신이 사역하던 나라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정착해서 사역하도록 가이드하고 있었다. 영국임에도 불구하고 선교사들은 현지에서와 똑같이 그들의 문화와 언어 속에서 복음을 전하며 살아가는데 만족감과 안정감을 가지고 있었고 은퇴 역시도 사역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어서 국민연금을 통해서 기본적인 생활비지원과 의료서비스의 무료혜택이 많기도 하지만 삶의 수준을 영국 사람이 아닌 선교사로서 섬기는 만족에 맞추어서 검소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140여만 명의 이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그 성장 속도가 빨라서 2025년에는 400-500만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주민선교 사역을 하는 단체와 교회는 500여 개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를 이루어가면서 이주민선교는 한국교회의 피할 수 없는 필수과제가 되었지만 헌신된 사역자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위의 영국의 사례처럼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은퇴선교사야말로 국내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다문화 가족들을 돌볼 수 있는 최고의 사역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사들이 은퇴 이후의 사역에 대해 고민할 때,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이주민 사역에 열정을 쏟는 일도 하나님나라와 한국교회를 위해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누가 은퇴선교사를 돌볼 것인가

국가에 의지할 수 없다. 은퇴선교사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선교사와 단체들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근본적으로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연금, 의료, 복지 혜택들과 민족성 등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복지 정책에 많은 변화와 시도를 통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한국교회에 의지할 수 없다. 필자가 선교사 은퇴에 관한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하면서 대안을 ‘교회가 선교사의 주택과 생활비와 사역의 장까지 지원해주어야 한다.’ 는 내용들로 다루어졌는데 답은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교회는 1990년, 2000년대의 교회와는 완전히 다르다. 한국교회는 영적, 내적, 외적인 위기에 처해 가파르게 쇠퇴하고 있다. 한국의 초대형 교회조차 성장을 멈추기 시작했고, 성도의 수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교회 안에는 주일학교와 청년부가 점차 사라져가고 교회 구성원들도 고령화되면서 그들의 은퇴, 성전건축 등으로 교회가 재정적으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도 문제이지만 교회 안에 주일학교와 젊은이들이 사라져가고, 전도도 쉽지 않아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현재 담임목회자들의 노후대책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단선교부에 의지할 수 없다. 교단은 한국목회자 노후 문제가 더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은퇴선교사를 위한 정책들을 논의하고 은퇴관 설립에도 애쓰고 있지만 많은 시간과 재정이 요구된다. 은퇴촌이나 선교사 마을이 설립된 다 하더라도 필요를 아주 부분적으로 공급하는 수준이다.

선교단체에 의지할 수 없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현역 선교사들의 관리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며 단체 본부 사역자들조차도 은퇴에 대한 생각과 준비를 하지 못할 정도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한 동안 선교단체들은 젊은 층의 선교사 후보생이 주춤해지자 은퇴한 성도와 목회자들을 향해 선교지에서 노후를 헌신하도록 도전하고 파송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은퇴해서 선교지에서 돌아오는 선교사들에 대해서는 미쳐 생각하고 준비하지는 못했다. 선교사를 보내기에만 급급했던 우리들의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마디로 은퇴선교사를 돌볼 사람이 없다
글을 써가면서 ‘위의 내용들이 부정적, 비관적으로 치우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선교사 은퇴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돌덩이 하나를 더 얹는 아픈 마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막연한 희망이나 방법론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몇 가지 제언을 하면서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첫째, 당신을 부르셨고, 보내셨고, 사역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선하심과 신실하심으로 삶을 이끌어 가실 것에 대한 믿음을 구하자. 은퇴 후의 삶에 대해서 염려가 되겠지만, 그 생각을 통해 마귀가 틈타게 된다. 염려를 감사로 하나님께 아뢰고, 미래의 걱정과 염려로부터 마음을 지켜주시고, 하나님 품에 안길 때까지 하나님의 충성스러운 일꾼으로 드려지도록 자신을 위해서 기도하라(빌립보서 4장 6,7절).

둘째, 선교사 은퇴 후에 선교단체가, 교회가 또는 어떤 사람이 나를 도울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고, 대가를 당연히 생각하여 요구하지도 말아라. 하나님께 대한 수고와 헌신이었다면 사람들에게 대한 보상 심리를 내려놓아라. 그러나 노년에 덕을 세우기 위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 삶에 필요를 채워주시도록 기도하라.

셋째, 한국과 한국교회, 특별히 파송교회와 후원교회, 선교단체, 후원자들에게 현재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영적인 위기를 돌파하게 하시고 선교적 열정을 회복하도록 간절하게 기도하자. 선교의 모체가 ‘교회’라고, ‘교회가 살아야 선교가 산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교회를 위해서 얼마나 자주,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가? 선교사가 한국을 떠나서 살고 사역하지만 국가와 교회, 후원자들은 영적·육적으로 우리의 울타리가 되어준다.



노성경 | 선교사, 참빛교회, 한국위기관리재단


미주>---------------------------- 

1)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015년 1월 8일에 발표한 통계.
2) 2012년 한 교단에서 은퇴 후의 선교사를 위한 복지정책에 관해 진단하고자 “은퇴와 그 후의 복지”라는 제목으로 파송 선교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설문조사를 하였다. 선교경력이 15년 이상 되는 ‘시니어 선교사’ 82명을 대상으로 20문항을 조사하였는데 은퇴를 앞 둔 선교사들이어서 은퇴선교사들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되어 부분적으로 인용하고자 한다.
3) 한국교회,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 2014 .10 .24. 국민일보.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