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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1  통권 152호  필자 : 나은혜  |  조회 : 2916   프린트   이메일 
[나은혜 선교문학]
손가락에 작은 가시

선교지에서는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하나님의 도움으로 해결 받지 않으면 안 될 문제들이 참으로 많이 발생한다. 그것은 때로는 법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며 자녀교육이나 가족의 건강상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선교지에서의 삶은 오직 하나님을 향한 믿음으로만 가능한 삶이라고 나는 정의한다. 기도할 수밖에 없고 기도하면 하나님께서는 분명하게 응답해 주시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가복음 1장 말씀으로 QT를 하다가 한센병자에 대해 깊이 묵상했다. 본문에서 한센병자를 만나신 예수님은 민망히 여기시고 손을 내밀어 그 한센병자에게 대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그러자 결과는 곧 한센병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고 깨끗해진 것이다. 나는 그날 QT를 마치면서 예수님이 원하시면 어떤 질병이든 깨끗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마가복음 1장에서 한센병자가 예수님의 말씀으로 치유되었다는 내용을 묵상하고 이틀 후의 일이다. 막내딸이 수영장엘 다녀왔다. 그런데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쓰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 아닌가? 손가락은 퉁퉁 부어 있었고 딸은 아프다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하였다. 학교에 보냈지만 오른쪽 손가락이라서 글씨를 쓸 수가 없었다. 나는 아파하는 딸을 지켜보기가 가슴 아팠다. 그래서 가족들을 다 모아 놓고 기도 하자고 했다. 먼저 막내딸에게 하나님 앞에 잘못한 것이 있으면 회개하라고 했다. 그런 후에 우리 가족은 모두 막내의 손가락을 붙잡고 합심해서 기도하였다. 막내의 손가락이 낫기를 위해 기도한 이튿날이었다. 막내의 손가락은 여전히 퉁퉁 부어 있었고 우리는 계속 기도하였다.

막내 딸아이가 퉁퉁 부어오른 자기 손가락을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자기의 아픈 손가락을 들여다보던 딸은, 족집게를 가져다가 무언가를 뽑아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한참을 손가락을 들여다보면서 몰두하던 막내딸이 갑자기 “엄마∼”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왔다. 달려온 딸아이의 손바닥에는 1.5센티를 족히 넘을 것 같은 침처럼 생긴 가느다란 가시가 올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가시는 가늘고 옅은 베이지 색깔을 띠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잘 보이지도 않는 그 가느다란 가시를 딸아이는 자기 약지 손가락손톱 밑에서 빼낸 것이다. 그 놈이 우리 막내의 손톱 밑에 박혀서 손가락을 퉁퉁 부어오르게 했던 것이다. 손가락에 낀 아주 작고 가느다란 가시 하나가 아이의 일상생활을 온통 흩트리고, 온 가족을 근심하게 하였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한 마음으로 합심하여 기도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 가시를 발견해 내고 빼낼 수 있는 지혜를 막내딸에게 주신 것이다.
 

 


그 후로 아이들은 건강으로 인해 큰 어려움 격지 않고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생각해보면 선교지에서 우리 가족이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크게 아프지 않고 살아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이것저것 한국에서 챙겨왔던 구급약도 별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사실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온 것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보호하심 때문이었다. 또 하나님의 보호하심의 은혜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은 막내딸의 손가락에 낀 작은 가시 사건을 통해서였다. 이 사건 이후 우리 가족은 훨씬 더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누리게 되었다. 가족들은 가정예배에 더욱 열심을 내어 참석하였다. 가정예배 때 드리는 기도가 응답도 잘 된다는 것을 아이들도 잘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 일은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세밀하게 돌보아 주시는 지를 깨닫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 저자 나은혜는 장로교(통합) 목사로서, 1997년 3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총회 세계선교부 파송선교 중국선교사로 사역하였다. 사역하던 곳에서 비자발적 입국거부로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미국 인디애나 주 그레이스신학교에서 선교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중국선교 동원사역을 하고 있으며, 사이버 <선교문학>에 선교수필을 써서 복음을 전하는 일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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