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과거에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미 북장로회와 미 감리회 최초의 공식 선교사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인천(당시 이름 제물포)에 발을 디딘지 130년이 되는 해이다. 이에 한국교회는 선교 130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다채롭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언더우드․아펜젤러의 입국이 곧 한국기독교 역사의 시작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기독교에는 그 이전에도 여러 가지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사건들은 주로 중국 동북지역을 발판, 또는 무대로 하고 이뤄졌다.

첫째, 중국은 한국 선교를 시도한 선교사들의 출발기지였다. 한국을 최초로 방문한 선교사로 기록되어 있는 귀츨라프(K. A. Gützlaff)를 태운 로드 암허스트가 1832년 2월에 출발한 곳은 중국 광동이었다. 이 배가 처음 기착한 곳은 서해안의 장산곶 부근, 현재의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康翎郡) 지역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의 한국선교와 관계있는 인물로 스코틀랜드성서공회 중국 주재 책임자인 윌리엄슨(A. Williamson)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동강에서 순교한 토마스(R. J. Thoms) 목사에게 중국에 와 있는 한국인 천주교 신자들을 소개했고, 다량의 한문성경을 제공했다. 윌리엄슨은 한국 변경 지역을 몇 차례 방문하여 한국인들을 만났고 이와 같은 일들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개신교 선교사로서는 최초로 한국을 소개하는 책자를 집필하였는데 이 책은 1870년에 런던에서 간행되었다. 윌리엄슨은 지푸(芝孚)에서 일하며 이런 활동을 하였다. 토마스 선교사가 한국을 향해 출발한 곳도 지푸였다. 윌리엄슨은 중국에 와 있는 로스와 매킨타이어가 한국선교에 관심을 갖는 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로스는 고려문을 몇 차례 방문하여 한국인들을 상대로 선교 활동을 하였다.

둘째, 한국교회 역사에서 최초의 세례가 행해진 곳도 중국이다. 1879년 1월에 한 청년이 매킨타이어에게서 세례를 받았고, 이어서 백홍준(白鴻俊)이, 또 이응찬(李應贊)이, 그리고 이응찬의 친척인 의사가 차례로 같은 해에 세례를 받았다. ‘성례는 기독교의 중요한 의식이니 첫 성례가 행해진 1879년을 한국기독교의 출발점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셋째, 한국교회의 역사에서 최초의 성경 번역이 이뤄지고 간행된 곳도 중국이다. 이 일은 로스 선교사에 의해 계획되고 진행되었다. 이응찬을 비롯한 의주 출신의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번역을 담당했는데 나중에는 서울 출신의 학자들도 참가하였다. 이 일은 1877년 여름에 시작되어 1887년에 「예수셩교젼셔」(일명 「로스역」)가 간행됨으로 완성되었는데 번역은 우장(牛莊) 등에서, 출판은 심양(沈陽)에서. 이렇게 중국 동부지역에서 이뤄졌다. 이 일로 인해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이전에 자국어 성경을 가진 나라’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넷째, 한국교회 역사에서 최초의 해외한인교회가 세워진 곳도 중국지역이다. 1898년 김청송(金靑松)이 고향인 길림성 집안(集安)에 세운 이양자(裡陽子)가 그 교회이다. 주민들은 이양자교회가 있었던 곳을 교당골(敎堂溝)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곳의 냇가에는 ‘야소교 초립 1898 됴선인’이라고 새긴 큰 자연석이 있다. 이렇게 한국교회의 초기 역사가 형성되는 데 중국은 발판 역할을 하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가톨릭의 경우는 그와 같은 모습이 더욱 강하다. 한국의 가톨릭의 시작은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자발적인 각성과 노력에 힘입은 바 크지만 그 통로 역할을 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현재 북한교회의 역사를 변화시키고 있다
분단 후 북한기독교 역사의 시기는 일반적으로
① 소극적 박해기(1945-1950)
② 적극적 박해기(1950-1956)
③ 말살기(1957-1971)
④ 재출현기(1972-현재)로 구분된다. 이 시기구분은 사람에 따라 용어와 연도가 약간씩 다르다. 예를 들어 소극적 박해기를 제한적 박해기, 말살기를 진공기, 또는 암흑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수성향이 강한 이들은 재출현기를 ‘위장전시기’ 또는 ‘역이용기’라고 부르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 1998년 이후 현재까지를 ‘지하교회 활성화기’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구분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별로 없지만 필자는 이것은 확실한 사실이며 또 이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이런 구분을 확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탈북민들을 광범위하게 대하며 조사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일반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이 북한의 종교 실태에 대해 사례 분석을 통한 귀납적 결론으로 1998년 이후를 ‘불법종교활동 제재 강화기’로 규정한 것을 보았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법종교활동’이라고 불리는 것이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바로 지하교회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불법 종교 활동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었다는 것은 지하교회 활동이 활성화되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북한의 지하교회는 분단 이후 가냘프게 맥을 이어오다가 1990년 중반 이후 경제난, 특히 식량난을 계기로 활성화되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많은 북한주민들이 살길을 찾아 ‘월강’을 하여 중국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남한의 선교사들, 또 조선족교회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 북한으로 돌아와서도 신앙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는 아예 ‘고향의 부모형제, 친지, 친구들에게 이 복음을 전해야하겠다.’는 각오로 ‘역도강(逆渡江)’을 감행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으로 탈북한 가족으로부터 복음을 전달 받아 믿음을 갖게 되고, 살고 있는 곳의 주민 수백 명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전도를 하다가 남한으로 온 탈북민을 알고 있다. 상당한 엘리트이고 좋은 ‘성분’으로 우대 받는 계층이었는데 ‘주체사상이 밥도 못 먹여주네!’ 하는 환멸감과 공허감을 갖고 있다가 복음이 그 환멸감을 씻어주고 공허감을 채워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 탈북민은 현재 교역자의 길을 걷고 있다.

북한 지하교회 확산에는 조선족 성도들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오면 제일 먼저 시흥에 있는 합동신문(訊問)센터에 머물게 되는데 그곳에서 예배를 인도할 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혹시 북한에서 예배를 드린 일이 있는 분 계세요?”

물어왔다. 몇 해 전까지는 전혀 반응이 없었고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얼굴들이었는데 지금은 손을 드는 분이 종종 나온다.

“아니, 누가 인도했어요?”

물었다가,

“중국에서 장사하러 온 분이 인도해요.”

라는 대답을 들은 일이 몇 번 있다. 지하교회 활성화 현상은 하나님의 오묘한 손길 아래서 이뤄지는 일로서 북한교회 역사를 크게 변화시키는 일이고 북한교회의 미래와 연결고리가 되는 일이다. 이는, 중국의 공산화 이후 중국교회는 거의 소멸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가정교회들과 소규모 모임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몇 배 더 성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북한교회의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하교회 활성화를 거의 주도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이라는 사실을 통해 한국교회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이 북한에서는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북한선교 분야에는 ‘현재 북한선교의 앞문은 잠겨 있지만 뒷문을 통한 선교는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앞문’은 북한에 들어가서 직접선교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하고 ‘뒷문을 통한 선교’는 중국을 통한 선교를 말한다. 뒷문은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또 감사하게 생각하며, 뒷문이 더욱 넓게 열리기를 바라게 된다. 

중국은 앞으로 북한선교에 이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부터는 중국이 앞으로 북한과 북한교회에 이런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것은 다소 추상적이고 소망 내지 기대사항이지만 필자는 이렇게 되리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우리나라와 인접된 동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이것은 중국과 중국교회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첫째, 중국의 번영이 교회의 문을 연 것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가능성과 이로 인한 종교정책의 변화가 기대된다. 중국은 1980년대 이후 급속한 발전을 해서 그 국격과 위상이 끝없이 높아지고 있다. ‘대륙굴기(大陸崛起)를 외치는 가운데 G2의 자리를 이미 확보하였고 G1에 오르기 위해 미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머잖아 그렇게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명동에, 신촌에, 무엇보다도 제주도에 넘치는 ’요우커(遊客)‘의 물결은 이를 실감나게 해 주고 있다.

중국을 이렇게 변화시키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개방과 실질적인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경제정책 때문이다. 조선족 동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조중 변경의 한 곳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강 건너편에는 가난에 찌든 모습이 펼쳐져 있고 곳곳에 각종 구호가 요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조선족 동포는 구호들을 보고 픽 웃으며,

“개방만 하면 중국보다 더 잘 살 수도 있는데….”

하였다. ‘개방’의 위력을 실감한 처지이기 때문에 저절로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중국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신앙의 자유를 주고, 교회의 문을 연 것과 중국의 번영은 관계가 없을까? 관계가 있다고 필자는 분명히 믿고 있다. 아니 그것이 중국 번영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확신한다. 중국의 지도층이 이 사실을 알기 원하고, 나아가서는 북한이 이것을 알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북한을 출입하는 조선족 크리스천 동포들이 이 사실을 북한 동포들에게 말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와 있는 탈북민들은 대부분 중국을 거쳐 왔는데 북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를 할 때 이런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다. 북의 정보 집산처인 장마당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시편 19편의 기록과 같이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여 언어도 없고 말씀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지만 이 사실이 북한 온 땅에 통하고 북의 전역에 골고루 이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종교정책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체제교회와 지하교회에 대한 양극논리의 걸림돌이 제거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여기 ‘체제교회’는 필자가 만든 말로서, 평양에 있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그리고 조선그리스도교련맹과 평양신학원 등 북의 지상교회들을 말한다. 현재 한국교회의 주류는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지하교회와 교제하고, 지하교회 돕기를 원하고 있다. 보혁 간의 갈등은 한국교회의 고질 가운데 하나인데 체제교회에 대한 인식의 상극성은 그 핵심에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이 북한교회와 관련된 담론이나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1980년대 중국교회에도 있었다. 그때는 공인교회인 삼자교회와 가정교회의 마찰이 심했다. 둘 사이에는 비난이 오갔고 물리적인 충돌까지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둘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정도다.

중국교회에 대해 한국교회에서는 1980년대와 90년대까지 ‘삼자교회는 가짜이고 가내교회는 진짜’라는 양극논리가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 ‘하나님은 삼자교회를 통해서도 일하신다’ ‘성령은 삼자교회 안에서도 역사하신다’ ’가정교회 안에도 문제점들이 많다‘는 말을 점점 많이 들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체제교회와 지하교회에 대한 이 같은 양극논리가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욱 성숙해진 눈으로 북한교회를 보고, 열린 마음으로 북한교회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며 통전적인 선교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북한선교’에서 ‘선교북한’으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선교’라는 말 대신에 ‘선교중국’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이 말이 낯설지 않은 말이 되어 있다. 이것은 참으로 놀라운 전환이다. 20년 전, 30년 전만 하더라도 누가 이런 전환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필자는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선교’에서 ‘선교북한’으로 전환될 날이 오기를 소망하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오픈도어 선교회는 지난 13동안 매년 북한이 세계기독교 박해지수가 제일 높은 나라라고 발표 해 오고 있는데 이는 보다 큰 전환을 이루기 위한 섭리 속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욥 23:10)를 “그러나 북한교회가 가는 길을 우리가 아나니 하나님이 북한교회를 단련하신 후에는 북한교회가 순금같이 되어 나오리라”로 바꾸어 읽어보라.

이 말은 중국교회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인데 북한교회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순금 같이 된 교회의 증언은 핵무기 이상으로 말할 수 없이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중국은 이와 같이 과거에도 북한교회에 영향을 주었고, 현재도 북한교회의 역사를 바꾸고 있으며, 북한교회의 미래의 모습을 예견하게 해 주는 거울이 되고 있다. 북한교회를 염두에 두고, 또 북한교회를 위해서 우리는 계속해서 중국교회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유관지｜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