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선교란 타문화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선교도 일반적인 의사소통에서 다루는 모든 문제들과 유사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에서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네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 발신자(sender):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을 말한다. 선교현장 이라면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를 의미할 것이다.
● 수신자(receiver): 메시지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선교현장에서는 선교사를 만나서 선교사가 전하는 메시지를 듣는 사람을 말한다.
● 메시지(message):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전하려는 내용으로 선교현장에서는 복음을 말한다.
● 미디어(media):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수단을 말한다.

선교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분명한 것은 발신자와 수신자가 완전히 다른 문화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발신자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코드를 매체로 삼을 것이다. 하지만 수신자는 외지에서 온 발신자의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지 못한다.  
 

위 그림에 나오는 예를 조금 더 생각해보자. 어느 학교의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자기 반의 1학년 여자 아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남자 아이는 자기가 여자 아이를 좋아한다는 표시를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남자 아이가 아침 일찍 학교에 갔는데 교실에 아무도 없고 자기가 평소에 좋아하던 그 여자 아이가 혼자 창문에 서서 꽃을 감상하고 있었다. 남자 아이는 살금살금 여자 아이에게 다가가서 뒤에서 발로 여자 아이를 차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 아이라면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

‘아, 내가 이렇게 꽃을 감상하는데 나에게 다가와서 발로 한 대 차는 것을 보면 나를 정말 좋아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할 아이는 없을 것이다.

이 남자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기 집에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아빠도 열심히 게임만 하고 있는 아들에게 발로 툭 차기도 하고, 자신도 아빠에게 관심을 보이기 위해서 발로 툭 차기도 했다. 하지만 여자 아이의 집에서는 관심과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서 아빠를 발로 차는 일은 절대로 없다. 그러니 여자 아이가 남자 아이로부터 자신을 좋아 한다고 하는 메시지를 받는 것은, 개구리 수염에 털이 나는 것보다 더 낮은 확률을 가진 일일 것이다. 아마도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가 평소에 자기를 얼마나 싫어했으면 이렇게 아무도 없을 때 와서 한데 때릴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했지만 실패했다. 왜냐하면 자기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했다면 여자 아이가 어떤 때 좋아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사탕을 좋아하는 것 같다면 가방에 사탕을 가지고 다니다가 아무도 없을 때 사탕을 주어야 한다. 이런 것을 수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아이가 아무리 자기가 좋아한다는 사인을 보내도 여자 아이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한 것이다.

이런 발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은 선교현장에서 실제적인 문제로 나타난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서 사역을 하는 동안 한국에서 한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한 적이 있었다. 목사님은 학생들에게 예수님이 제자들을 어떻게 훈련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예수님은 제자들에 강의식의 교육이 아닌 함께 살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목사님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잤으며, 함께 먹었으며, 함께 걸어 다녔다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목욕도 같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욕이라는 말이 나오자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얼굴이 모두 찌그러졌다.

인도네시아의 목욕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 학생들은 서로 옷을 벗은 상태에서 샤워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벌거벗은 상태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샤워하는 것을 생각지도 못한다. 인도네시아 문화코드로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목욕을 했다고 하는 것은 친밀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부적절한 관계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온 목사님이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예수님은 제자들과 친밀하게 지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목욕했다고 하자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매우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 목사님이 타문화 속에서 제대로 말씀을 전하고자 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아마도 학생들에게 친할 때는 무엇을 하는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흉허물이 없는 사이가 되면 두리안도 함께 먹는다. 두리안이라고 하는 과일은 먹기 전에도 이상한 냄새가 나지만 먹고 나서 트림을 하면 그 냄새는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것을 알았다면 목사님이 제자들과 예수님이 친했다고 하는 사실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두리안도 함께 드셨을 것입니다.’

만약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에게 이런 메시지가 전달되었다면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친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타문화에 전달되는 복음이 현지인들의 문화가 아닌 선교사의 문화적 코드로 전달된다면 복음은 낯선 것이 될 것이다. 또 잘못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나쁜 영향력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손창남 | OMF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