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공식적으로 공산당이 영도하는 체제이다. 유일한 집권당이며 사실상 정부보다 위에 있는 조직이다. 중국공산당은 2014년 기준 약 8,670만여 명의 당원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조직이다. 중국에서 공산당의 파워는 정치, 사회 각 분야는 물론 재계에도 미치고 있다. 원래 무산계급의 독재를 표방하던 중국공산당이 자본주의자들을 당원으로 맞이하게 된 것은 2001년이다.

장쩌민 당시 총서기가 3개 대표론 【△선진 생산력(자본가), △선진문화 발전(지식인), △광대한 인민(노동자ㆍ농민)의 근본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이론】 을 제창하면서 민간(私營) 및 개인 기업가들의 입당을 허용하게 되면서부터 이다. 정부와 당의 영도를 받는 국영 기업은 물론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에 당서기라는 직책이 있다. 당서기는 최고 경영자(总经理，CEO), 동사장(董事长，Chairman)에 버금가는 실세이다. 심지어 외국 기업과 합자를 맺은 사영 기업에도 공산당 조직이 있다. 공산당은 사실상 자원 배분의 최종 조정자이기 때문에 기업 내의 공산당 조직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산당이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对) 정부 로비의 브로커로서 또는 대리인으로서 기업의 공산당 조직과 공산당원이 활약하는 셈이다.

개혁개방 이후에 당직을 가지고 거부가 된 기업인들도 다수 출현하고 있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공산당원의 프리미엄이 기업 운영에 있어서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연구해 왔다. 즉 민간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공산당원인 경우 실제로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가 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했다. 얼핏 봐도 당연한 인과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 즉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가지는 이점을 고려해볼 때, 당원이라는 이름표가 기업에게 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여러 실증 연구를 통해서도 이러한 가설이 뒷받침 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공산당원의 프리미엄이 없거나 심지어 마이너스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된다는 것은 배경과 실력에 있어서 검증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창 시절에서부터 우수한 학업 성적이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고, 여러 단계의 검증 과정을 통해서 비로서 당원이 된다. 또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야심이나 공명심도 다른 학우들에 비해서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우월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최고 경영진의 당적의 유무를 가지고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통계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통제한 다음에 당원 그 자체의 프리미엄을 보니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정부 로비를 위해서 유력한 당원을 경영진으로 영입한 경우를 살펴보니, 단기적으로 정부 입찰이라든지 규제 회피 등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필요조건인 경영 역량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우수한 역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경영인의 덕목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원 프리미엄이 크지 않다는 것을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대 중국에 있어서 당의 간판이 이제 기업 운영에 있어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국영 기업의 영향력은 막강하지만 진정 혁신을 이루고 있는 부분은 당의 영향력 밖의 순수 민간 기업들이다.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무장한 수많은 벤처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사이에 중국 재계의 판도가 무섭도록 빨리 변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말한 하부구조인 경제 시스템이 상부구조인 당 영도 체제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아니면 권력은 절대적으로 총구에서부터 나온다는 마오쩌동의 말처럼 당의 지배력이 계속 유지될까? 급변 하는 중국의 경제와 정치의 힘겨루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최성진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