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광의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교회에서 하는 모든 일이 마치 선교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여자 성도들이 게장을 먹으면서도 여선교회 모임이라고 한다. 남자 성도들이 골프를 치면서도 남선교회 모임이라고 한다. 만약 모든 것이 선교라면 선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우리가 사는 나라를 대한민국이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아닌 나라가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만약 세상의 모든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대한민국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선교도 선교가 아닌 것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선교라고 부르는 것이다.

선교를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워낙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BAM(Business As Mission)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비즈니스를 하는 것 자체를 선교라고 한다. 그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타문화 사역을 하는 것을 선교라고 한다면, 광의로 해석하는 선교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게 된다. 교회에서 사역하는 전도사님, 목사님도 모두 선교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를 협의로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선교는 해외에서 하는 일과 동일시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 100년 전에는 타문화와 해외가 동일시 할 수 있는 개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100년 전, 독일 사람이 조선 사람을 보기 위해서는 조선에 와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독일에만도 수십만의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다. 100년 전, 조선 사람이 베트남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면 그는 베트남으로 가야만 했다. 하지만 안산시 원곡동에만 가도 얼마든지 베트남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오리지널 월남쌀국수를 먹을 수 있다.

어떤 한국 목사님이 가족들을 데리고 브라질에 갔다. 그 목사님은 그곳에 이미 와 있는 한국 사람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들 가운데 주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인교회가 만들어졌다. 한국 목사님은 주일마다 한국말로 설교하고 제자훈련을 하며 사역을 하고 있다. 이것은 선교라고 말하지 않고 교민목회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목사님의 사역이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타문화 사역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어떤 분이 한국에 와 있는 인도네시아근로자들을 위해서 인도네시아어와 문화를 배워서 한국에 와 있는 인도네시아근로자들을 위해서 사역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선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타문화적으로 사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교를 타문화에서 주의 복음을 증거하는 것으로 정의하면, 다른 어떤 내용보다 ‘타문화’라고 하는 단어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은 자문화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선교라고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교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단어는 바로 타문화가 되는 것이다.

선교사 출신의 학자인 폴 히버트는 다음과 같이 문화를 정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학문 냄새가 물씬 나는 정의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 번쯤 곱씹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되어 소개를 해보면,

“문화란 한 사회가 가지는 특유의 학습된 행동 양식과 개념과 산물들이 서로 통합된 체계이다.”

위의 정의가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폴 히버트의 정의 속에서 몇 가지 중요한 문화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문화가 학습된 것(learned)이라는 것이다. 어떤 문화도 어느 종족 속에 있는 DNA 때문에 결정되는 경우는 없다. 예를 들어 한국 아기가 어릴 때 미국에 입양되었다면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를 하고 서양 음식을 먹을 것이다. 그 아기의 DNA 속에 김치를 먹고 우리말을 하는 유전적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학습하면 다른 문화를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행동 양식과 개념, 그리고 산물의 통합된 체계라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네 가지 동심원으로 더 설명을 하겠지만 문화를 간단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여기 있다. 행동 양식, 개념, 그리고 산물의 관계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이것은 행동 양식이다. 이 행동 양식의 근저에는 손으로 먹는 것은 더럽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선입견이 있다. 이것은 개념의 문제이다. 그래서 손으로 먹는 것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숟가락을 만든다. 즉 숟가락은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산물이다. 이런 내용들이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어서 그 문화 안에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분석 없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자신의 문화에 대한 분명한 자각은 자기와 다른 문화와의 만남 속에서 확인된다. 그 전에는 마치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처럼 자신의 문화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위에서 언급한 폴 히버트의 정의보다 더 쉽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도 가장 간단하게 문화를 말하면 게임의 룰(rule)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게임이지만 동네마다 게임의 룰이 다를 수 있고 시간이 변하면서 게임의 룰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가 어릴 때 윷놀이에는 ‘빽도’라고 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이 새로운 룰을 첨가해서 더욱 재미있는 윷놀이를 즐기는 것 같다. 최근에는 윷판에 천국과 지옥을 넣어서 더 흥미로운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윷놀이를 하는 사람이 자기는 빽도를 인정할 수 없다든지, 천국과 지옥을 인정할 수 없다면 그 사람은 게임에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네 축구에서는 오프사이드(off-side)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이 오프사이드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그는 아마 FIFA(국제축구협회)로 보내져야 할 것이다. 선교지에 간 선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그곳의 룰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에게 남은 일은 아웃 밖에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이런 분들은 늘 이런 질문을 한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혹은

“이 사람들은 왜 이걸 안 하지?”

하지만 한국 문화는 한국에만 적용되는 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여기서는 어떻게 하나요?”

그리고 수시로 묻거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우리가 단기선교를 떠나든 장기 선교사로 떠나든 혹은 유학이나 이민을 위해서 타국에 간다고 할 때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한국의 룰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면 될 것이다.



손창남 | OMF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