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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30  통권 148호  필자 : 박애양  |  조회 : 1955   프린트   이메일 
[고사성어]
三人成虎
석 삼, 사람 인, 이룰 성, 범 호

《戰國策》〈魏策二)〉에 나오는 이 말은 “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대저 시장에 호랑이가 없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에서 온 말로 거짓말이라도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곧이듣는다는 뜻이다.

최근에 한 편의 드라마를 보았다.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 기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은 기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자는 거짓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런가? 드라마의 허구성과 극적 요소를 인정한다고 해도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의 기본 조건이 거짓말을 못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진실을 위한 거짓말이라는 말이 과연 ‘진실’일까?

기자의 사전적 정의는 ‘신문, 잡지, 방송 등의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기사는 그 특성상 일반(straight)기사, 기획(feature)기사, 논설(editorial)기사, 인터뷰 기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사실보도 기사는 대부분 일반기사로 이 경우 논설화법이 금지된다. 그래서 기자는 기사를 쓸 때 개인적인 생각이 드러나지 않도록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 또 기사의 공정성을 위해 다수의 취재원을 확보하여 작성된 기사는 정확성, 간결성, 구체성, 명확성, 객관성 등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기사를 읽은 독자나 시청자는 각자 해당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갖게 된다. 1)

 
그런데 만약 사실보도 기사내용에 기자 개인 의견이 가미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기사를 접하는 사람들은 사건과 함께 사건에 대한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까지 읽게 된다. 그리고 기사를 읽는 사이 무의식적 수용과정이 일어나 독자 개인의 견해에 얼마간의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미디어 공간에서 이러한 기자 편향적인 기사들이 자의든 타의든 여러 차례 ‘베껴져’ 인터넷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동안 기사 원문엔 없던 내용들이 덧칠되고 보태진다. 진실은 점차 화려한 수식어 속에 침전되어 버리고,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내는 삼인성호(三人成虎)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

요즘같이 미디어 글쓰기가 용이한 시대는 댓글 하나로도 사람의 목숨이 좌우될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나의 잘못된 기사가 의혹을 낳는 화수분이 되어 사람들을 미망에 빠뜨리고 불필요한 정신적 소모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자는 언론인이다. 언론은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자장의 힘이 얼마나 강고(强固)한지도 잘 알고 있다. 이 힘은 잘 사용하면 정의의 칼이 될 수 있으나 반대로 술수나 속임수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그 권리를 보호할 책임, 그리고 진실을 보도할 책임을 앞세워 거짓을 두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비판의 펜은 날카로워야 하며 정의로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늘 우리의 시각과 이해로 사물을 판단하려고 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 갇힌 진실만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더욱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로 보도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은 기자가 될 수 없다는 드라마의 반어적 역설을 통해 거짓 없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임을 강조할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미주>
1) 안정효,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모멘토, 2008. 153-156쪽 참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기초교과 글쓰기교과교재편찬위원회, 『대학글쓰기 세계와 나』, 2012, 309-340쪽 참고.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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