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를 처음 만난 건 한국어 때문이었다. 스무 두 살. 아담한 체구와 예쁘장한 얼굴에 큰 눈과 살짝 보이는 덧니가 귀여움을 더해주는 이 자매는 결혼할 남자친구가 한국 사람이라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나의 현지 사역자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우리는 점점 자기 삶의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고, 서로에게 영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YA의 지나 온 이야기들을 들으며 중국교회와 중국교회의 선교에 대해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YA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YA의 어머니께서 예수님을 믿고 사역자가 되었다. 이 때부터 어머니는 가정은 잘 돌보시지 않은 채 복음전도와 교회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셨다. 그래서 YA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나님은 엄마를 빼앗아 간 존재” 였다. 그러나 청소년기에 들어서면서 하나님의 강력한 은혜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게 된 이 자매는 본인이 어머니보다 더 헌신적인 주님의 일꾼이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동생마저도 사역자로 헌신하여 아버지께서 d열심히 일하셔서 세 명의 사역자들을 다 후원하고 계시다고 했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중국 남쪽 지역의 큰 가정교회 공동체에서 사역자로 세움을 받았다. YA는 말씀 사역을 하면서도 중등 교육과정과 영어훈련을 포함한 선교훈련을 4년에 걸쳐 받았다고 했다. 영어훈련은 필리핀으로 가서 받았는데 얼마 안 되는 시간에 영어성경을 완독했다고 했다. 그리고 스무 살에 선교사로 파송을 받았다.

YA를 파송한 그 중국 가정교회는 ‘백투예루살렘’을 외치는 그룹 중의 하나로써 선교의 열정으로 이 자매 외에도 10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을 동일하게 훈련하고 중동의 각 나라로 파송을 했다. YA는 또 다른 한 명과 함께 한 나라에 선교사로 파송을 받고 2년의 사역 후 돌아와서 대학과정(自考 )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 

여기까지 얘기만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그런 어린 나이에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었는지, 또 힘든 시간들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기특하고 고맙고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이 더해지면서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나의 마음을 너무 무겁게 했다.

이들을 파송한 교회는 선교사 멤버케어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 보니, 어린 사역자들을 현지로 파송을 하기는 했지만 그들이 타문화권에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야 하는 지 전혀 안내해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은 그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며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전혀 만들어 놓지 않았다. 어떤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잘 알아보지도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도 없이 그들을 그냥 방치해 버렸던 것이다. 덕분에 이들은 잘 지내고 있냐는 연락 한 번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어려운 시간들을 지내야 했다.

동역하는 사람도 없이 (물론 현지에서 만나게 되는 타문화권 선교사나 타단체의 중국인사역자들과 교제할 수 있지만)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래서 이 젊은 선교사들은 하나같이 다 탈진되어 2년의 기본 사역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거의가 1년 만에 선교지를 떠나 귀국하게 되었다. YA처럼 2년을 버티는 경우도 있지만 겨우겨우 억지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전혀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이들 가운데는 심지어 신앙생활 자체도 포기해버린 사람들도 있었다.

YA의 말에 의하면 그들이 사역자로 훈련을 받으며 배웠던 모든 과정은 공식적인 효력이 없어서 남은 건 중등과정 학력뿐이라고 했다. 선교현장에서는 그냥 언어를 배우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현지에서 더 발전하려고 생각해도 현지 대학의 정규과정에 들어갈 수도 없고, 언어연수로 받는 비자 외에 다른 종류의 비자를 받을 길도 없었다. 중국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중국도 대학 졸업자가 아니면 직장을 얻기가 더욱 힘들어졌는데, 이들은 현지에서나 고국에서나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잡기가 너무 어렵게 된 것이다. YA는 그나마 현지에서 교육선교의 비전을 품고 있어서 영어교육을 전공하며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내가 있던 도시로 와서 다른 시간제 일들로 돈을 벌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대학과정에 들어간 것이었다.  

이와 같은 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내면세계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우리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자 사실 YA도 나를 만나기 전에 늘 기운이 없었고 마음이 무겁고 지쳐서 어느 날은 지하철에서 ‘뛰어내려’ 하는 음성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신앙이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내면세계에 일어난 균열을 타고 사단의 공격에 쉽게 노출된 것이었다.

청소년기에 자연스럽게 거쳐야 할 지적, 사회적, 정신적 성장의 기회를 놓친 상태에서 전인격적으로 균형 잡힌 성장을 하지 못하고 어려운 선교사역에 나선 YA와 같은 이들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내적 안정감이 부족하고 결국 하나님의 일도 제대로 해낼 수 없게 된다. 선교사로서 받아야 할 훈련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돌봄을 받지 못한 이런 경우, 선교사는 쉽게 사역지를 이탈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하나님과 주님의 몸 된 교회에서 떨어져나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주님의 사랑 안에서 회복되어 돌아오는 데는 떠나간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나는 YA와 같이 기도하고 상담하면서, YA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하나님의 신실하신 사랑의 관점에서 다시 자기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전 교회가 어떤 잘못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 하나 하나 정리해 가면서 다시 선교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도 나누었다. 우리 인생 대부분이 그렇듯 이런 선교사의 문제에 있어서도 선하신 주님의 역사와 그릇된 인간의 잘못들이 얽혀 있다. 이 두 가지를 분별해서 나눌 줄 알아야 하고(100%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꼭 주님과 진지하게 의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맨 주먹, 붉은 피! 이 정신은 복음의 야성이 사라져 가는 오늘날 정말 필요하다. 하지만 맨 주먹과 붉은 피만 가진 채 선교지로 내몰린다면 우리는 너무나 소중한 주님의 사람들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한국의 선교사 멤버케어도 이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아직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선교하는 중국교회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민족을 품고 사랑해서 나아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의 영적, 육적 건강을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또 선교사 상호 간에, 선교사와 파송교회 사이에 서로 관리하고 돌보는 관계를 세우기 위해 연구하고, 기본적인 체계를 세워서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온 세계 모든 민족을 향해 나아가는 현지교회들이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길에 서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



밝은뜰 | 전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