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일 목사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목사님에 대한 두 가지 일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목사님을 뵙게 된 것은 저의 선교사 파송예배에서입니다. 선교사 파송예배 가운데 오셔서 말씀으로 권고해 주시고 몇 분 목사님과 함께 안수해 주셨던 기억입니다. 사실 저는 방 목사님에 대한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특별한 생각은 없었지만 말씀과 인품에서 따뜻하면서 강직함이 느껴지는 분이었다는 인상입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있고 확신을 갖고 말씀하시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저희 선교사로서의 첫 발걸음에 말씀과 기도로 안수해 주시고 선교지로 파송해 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에게는 방 목사님께서 파송예배에 오셔서 안수해 주심으로 파송해 주셨다는 사실이 영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많이 힘이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방 목사님의 존재가 선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도록 역할을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님과의 두 번째 만남은 선교지에서입니다. 첫 만남 후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을 시기에 대만에서 목사님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대만에 40여 분의 목사님들과 함께 오셨습니다. 목사님들과 함께 전세버스를 타시고 대만을 일주하시면서 성경공부를 진행하시는 여정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만나서 준비한 버스로 안내해 드리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며칠이 지나서 저희 교회를 방문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저는 사역적으로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과 40여 분의 목회자들이 저희가 사역하는 교회를 방문하시는 자체로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아주 긴 시간을 머무신 것은 아니지만 목사님의 뜻하지 않은 방문은 저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고 그 당시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저는 선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사역에 대한 고통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아주 큰 산을 앞에 두고 있었던 시기에 다시 한 번 선교사로 파송해 주시면서 큰 산을 넘을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다시 처음 마음을 품게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번의 만남이 제가 방지일 목사님을 뵙는 유일한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만남은 저에게 목사님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첫째는 고 방지일 목사님은 존재로서 영향력을 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만남을 많이 갖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목사님의 성경 공부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목사님의 존재가 저에게 큰 영향력을 주시 계셨다는 생각입니다. 목사님은 그야말로 저희들 가운데 존재해 주심으로 힘이 되고 격려가 되고 영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비록 저에게 많은 말씀을 하시지 않고 저희를 위해 많은 일을 하시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보다 많은 말씀을 하시고 많은 일을 하신 분으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평생에 수많은 사역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셔서 수많은 영혼에게 영향력을 주셨지만 오히려 목사님의 존재하시는 것을 통해 하신 사역과 전하신 말씀이 더 많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시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제는 생을 마감하시고 이 땅에 존재하시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계속 말씀하시고 사역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목사님은 바로 존재하시는 것으로 말씀해 주시고 사역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삶 동안 선택의 어떤 귀로에서 길을 가야 할지 알지 못해 방항하게 될 때에 주님은 아마도 목사님의 삶을 통해 저에게 분명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방지일 목사님은 주님이 저의 삶에 보내주신 중요하고 귀한 선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고 방지일 목사님은 선교지에 대한 열정과 선교사에 대한 사랑을 품고 계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40여 분의 목회자들이 전세 버스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면서 대만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좀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목사님들이 대만에 오시면 어느 한적한 곳을 정하여 머물면서 말씀을 강해하고 기도하시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목사님은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 할 수 있는 전국여정을 전세버스로 돌면서 말씀을 전하시고 기도하시고 또 다시 다른 장소로 이동하시는 아주 힘든 전도여행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저는 이렇게까지 여행하면서 말씀을 전하고 대만을 위해 기도하는 분은 뵙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숙소를 안배하는 가운데 한번은 성경학교 기숙사에 머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늦은 시간에 겨우 찾은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여관이나 호텔을 찾으면 쉬울 텐데 굳이 교회 수양관이나 성경학교 등의 숙소를 원하셨습니다. 목사님이 그렇게 하실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에 선교지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품고 계시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말로만 선교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전국을 발로 밟으면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시는 열정입니다. 진정한 선교사로서 선교지에 대한 사랑을 품고 선교지를 섬기는 모습을 목사님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 방지일 목사님이 저의 삶과 사역 가운데 찾아오셨던 이 두 번의 만남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방 목사님의 손을 통해 저의 머리에 안수하시며 선교사로 파송해 주셨고, 선교지에서 힘들어 하는 저에게 주님은 또 다시 목사님을 통해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해 주셨습니다. 방 목사님이 저에게 끼쳤던 인격적이며 신앙적인 영향력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저의 삶과 사역 가운데 깊은 여운이 되어 머물 것입니다.  

고 방지일 목사님을 추모하면서 저 또한 작은 소망을 갖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주님이 존재로써 사용하시는 선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도입니다. 그리고 말없는 말로써 더 많은, 그리고 더 깊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감히 가져 봅니다.

방지일 목사님을 깊이 추모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방지일 목사님을 통해 허락하신 은혜에 감사와 찬송을 올려 드립니다. ▩


 

한해빈 | 대만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