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일 목사님은 중국어문선교회의 고문이셨지만 아버님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목사님은 한국교회의 산증인이기도 하셨지만 일찍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중국선교사로 헌신하셨던 중국선교의 대선배님이셨습니다. 목사님은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중국선교를 위해 설립된 '중국어문선교회'에 고문으로 섬겨주셨고 선교회 행사 때마다 귀한 말씀으로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매년 설날에 저의 스텝들이 세배를 드리기 위해 목사님을 찾아 뵐 때면 아주 기쁘게 맞이해 주셨고 세배 돈 대신 베트남 쌀국수를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저에게는 저의 삶과 사역에 잊을 수 없는 목사님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제가 고2 때 인천 논현동에 위치한 남동교회에 출석할 때였습니다. 당시 이 교회는 출석성도 2백여 명이 모이는 작은 시골교회였습니다. 30여 년 전에 고인이 되신 최지학 목사님이 시무하실 때였습니다. 그때 고 방지일 목사님께서 부흥회 강사로 저희 교회에 오셨습니다. 저는 그 부흥회에 참석하여 큰 은혜를 받고 신학공부의 꿈을 꾸게 되었으며 제 인생에 획을 긋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목사님을 뵐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의 20여 년이 지난 1992년 중국어문선교회 선교사로 파송을 받을 때 방지일 목사님께서 설교말씀과 안수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때의 감동과 감사의 마음 또한 잊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은 목사님을 뵈었을 때 남동교회 부흥회 오셨던 일을 여쭤보았지만 전혀 기억을 못하시더군요. 그때 이미 연세가 80여 세 정도 되었기에 기억을 못하시는 것이 당연하시지요.

저는 파송을 받고 중국에 단기로 몇 번 다녀온 후 내내 방한중국인 사역을 했습니다. 중국인노동자와 중국인선원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고 지금은 인천에서 중국인유학생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2002년 방한중국인연합설수련회 때의 일이었습니다. 백봉산기도원에서 중국인과 스텝, 자원봉사자까지 500여 명이 모인 집회에 고 방지일 목사님께서 개회예배 설교를 맡으셨습니다. 당시 연세가 90세 정도 되셨고 선교지 중국 산동을 떠나오신 지 거의 40여 년이 지났는데도 중국어로 설교를 하셨습니다. 대단한 기억력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 말씀 속에서 중국의 영혼을 사랑하시는 열정이 전혀 식지 않으셨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산동 사투리를 쓰셔서 중국인들도 어떤 말은 알아듣지 못했었다고는 했지만요.

예배가 끝나고 층계를 내려오시는 는데 제가 부축해드렸는데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제 혼자 갈 수 있으니 부축을 사양하셨습니다. 정말 연세는 드셨지만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전혀 흐트러짐이 없으신 거룩한 모습에 또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한국교회에 산증인이 되시고 중국선교에도 산증인이 되셨던 고 방지일 목사님! 인자하시고 곧으셨고 겸손하셨던 고 방지일 목사님! 중국어문선교회에 고문이셨으며 아버님이셨던 고 방지일 목사님! 이 땅에서는 다시 뵐 수 없지만 주님의 나라에서 꼭 다시 뵐 것을 약속드립니다. 사랑합니다.




정선영 | 중국어문선교회 선교사 · 열방복음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