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일 목사님이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많은 감회가 제 마음 속에 감돌았습니다. 단아한 외모와 선비처럼 맑고 곧은 성품으로 오로지 일평생 그리스도만을 푯대로 삼아 살아오신 방 목사님을 이제는 더 이상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하기만 합니다.

한국교회의 큰 어른이셨던 목사님은 중국어문선교회의 지체들에게 있어서는 25년 동안 마음의 지주가 되어 주셨던 특별한 분이십니다. 1989년 10월 30일 중국어문선교회를 창립하면서 방지일 목사님의 조카이며 필자의 동창인 방선기 목사의 권유로 중국선교의 대선배 되시는 방지일 목사님을 중국어문선교회의 고문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당시 방지일 목사님은 중국어문선교회의 출범을 매우 기뻐하시며 흔쾌히 고문직을 수락해 주셨습니다. 그 때 이미 목사님의 연세는 79세였는데 그 후 104세가 되도록 중국어문선교회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선교회 창립감사예배, 선교사파송식, 방한중국인 수련회, 『중국을주께로』 100호 발간 감사예배, 대학로중문교회 개척 감사예배 등 크고 작은 많은 자리에 오셔서 격려와 권면과 축복을 아낌없이 부어주셨습니다. 저의 기억으로는 해외 출타로 국내에 계시지 않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저희들의 부탁을 마다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2012년 11월 중국인유학생을 위해 개척한 대학로중문교회의 창립예배에 오셨을 때는 그날따라 순서가 길어져서 2시간이 넘도록 진행되었는데 맨 뒷자리에 앉아 계시던 목사님께서 마지막 축도순서가 되자 좁은 공간에 입추의 여지가 없는 청중들 사이를 헤치고 단상까지 나아가 축도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목사님은 우리에게 늘 큰 감동이 되어 주셨습니다.

목사님은 최고령 얼리어댑터가 되셔서 최근까지도 매일 아침 수십 통의 이메일을 체크하셨습니다. 선교회에서 이메일을 보내드리면 늘 신속하게 답변을 보내주곤 하셨습니다. 명절이나 특별한 때에 간사들과 함께 댁으로 찾아뵈면 송구스럽게도 좋은 식당에 예약을 해 놓고는 식사대접을 해주곤 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이 놓고 간 과일이며 과자 등을 다 잡숫지 못한다면서 싸주시곤 했습니다. 대접을 받으셔야 할 어른께서 이렇게 늘 베풀기만 하셨습니다.

금년 초 목사님을 찾아뵈었을 때는 우리나라 기독교계의 큰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셨는데, 많은 인물과 사건들을 정확하게 기억하셔서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날 목사님은 “나의 나 됨”이라는 제목의 화보집을 우리에게 특별히 선사해 주셨는데 그날의 만남이 목사님 생전에 마지막 뵙는 시간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는 목사님으로부터 직접 권면의 말씀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시던 그 낭랑한 음성도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목사님은 저 천국에서 중국어문선교회와 중국선교사들과 한국교회를 위해 계속 중보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방지일 목사님이 중국어문선교회의 고문이 되어 주심은 저희들의 자랑이고 행복이며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였습니다. 



박성주 | 중국어문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