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민들레가 있기에 빈 들판이 
노란 꽃밭으로 변해갑니다.

민들레를 닮고 싶어 하는
한 가정이 있습니다.

그 가정의 삶이 한 알의
민들레 홀씨가 되어
이 땅의 빈 마음들을
노랗게 물들이고 싶습니다. 


10년 전 첫 사역지로 떠나며 드렸던 기도편지 첫 면에 저희 가정의 마음을 담아 지어 보냈던 시입니다. 그 후로 꿈같이 흘러갔던 감사한 시간들을 뒤돌아보니 또한 곳곳에 아쉬움도 배어 있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 그 서 있는 자리는 다르지만, 동일한 비전과 열정을 이어가도록, 한 사역의 마디를 매듭 짖고 새롭게 자라나갈 마디를 기대하며 이렇게 작은 생각의 나눔을 시도합니다. 

대나무의 힘은 마디에 있다고 하지요. 그 긴 대나무가 꼿꼿이 자랄 수 있는 힘은 주기적으로 한 마디씩 매듭지어 자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나무 각각의 마디는 한 마디의 끝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마디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이 작은 나눔이 저희 민들레 가정의 한 사역을 매듭짓고 또 새롭게 자랄 한마디의 방향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는 나침반이 되어주고, 끝까지 길벗이 되어주신 동역자분들께는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가 되며, 저희 가정이 계속해서 이어나갈 선교 사역을 현장감 있게 기록해주는 나이테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금 자판 위에 손을 얹고 있습니다. 

한 사역을 평가하는 일은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되어져야 하겠지요. 하나는 실제적인 사역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슨 사역을 하려고 했는지 사역의 의도를 살피는 것입니다. 전자가 사역의 속도를 말한다면 후자는 사역의 방향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덧붙여 사역의 의도를 평가할 때는 현장의 급박한 시대적 필요에 부합하는 방향이었는가, 그래서 개인의 사역이 멈춘다 해도 후발 사역자들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가라는 관점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사역들을 돌아보며 이 두 기준에 맞추어 살펴보았고, 앞으로의 계획과 다짐도 이 방향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살피는 과정 속에서 이런 다짐도 들었습니다. “속도와 방향이 함께 가면 좋지만 때로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방향을 선택하자.” 저희가 바른 방향키만 놓치고 있지 않다면 그분께서 바람을 불게 하시던 해류를 보내시던 결국엔 종착지까지 인도하실 줄로 믿기 때문입니다. 

‘종이 위의 흐릿한 기록이 머릿속의 명확한 기억보다 오래 간다’는 명구가 있듯이 이러한 기록과 평가를 통해 사역의 가치와 방향을 일관되게 이어가려는 작은 몸부림으로 여겨주신다면 작은 수고가 무익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나눔의 계획은 은내천이라는 상징적 지역을 중심으로 3가지 키워드 회족, 문서, 동원의 관점을 가지고 살필 것입니다. 본인 한 사람만의 참여함이 되지 않도록 여러 현장의 통신원들과 연결하여 글의 내용과 형식은 다양하게 키워갈 것입니다.
 

 

회족 박물관과 사원 내부 모습

비록 지금은 한 교회를 섬기며 현장에서 떠나있지만, 이곳에서 다시 송전탑과 전망대의 역활을 기대하며 기도와 응원의 전류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갈 방향을 선명히 보도록 조명탄을 쏘는 수고를 쉬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추석연휴 기간에 은내천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이미 더욱 노란 민들레 가정들의 아름다운 뿌리 내림들을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실크로드 상에서도 비켜가며, 다른 단기팀들도 거의 찾지 않는 척박한 땅임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몸을 드려 날아온 홀씨들의 헌신을 보며 새로운 의지와 기대가 불끈 달아오릅니다. 

그곳의 민들레 가정들을 소개하고 격려할 것입니다. 그 사역들을 축복하며, 더 많은 홀씨들의 번성을 소망할 것입니다. 아울러 더 많은 전방주자들의 사역을 힘 있게 나누어 줄 후방주자들의 글을 요청합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도록, 그들의 필요를 대신 외쳐줄 수 있는 고출력의 확성기가 필요합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는 것은 앞으로 갈 길을 준비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 우리는 대개 그 사람의 삶의 자취를 보면, 앞으로 살아갈 모습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잠자기 전 하루를 돌아본다는 것은 잠이 깨서 새로운 한 날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준비하는 것과 같이 우리가 한 해를 돌아본다는 것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제 다시 중국선교를 철저히 돌아볼 때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다봄을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입니다. 

함께 돌아봄의 여정을 주시해주시고, 내다봄의 기대에 마음을 같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두 번째 글에서는 서두에서 나누었던 3가지 사역적 키워드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됩니다.


이관 | 전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