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선교현장 리서치(선교정탐)1)’가 소개된 때는 1993년 미전도종족선교가 강조되던 시기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1974년 랄프 윈터(Ralph Winter)가 로잔 대회에 미전도종족단위 선교개념을 선교계에 소개하면서 세계선교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고, 한국교회도 1993년 한국미전도종족 입양운동본부(AAP, UPMA의 전신)의 설립과 함께 미전도종족선교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각 교회나 선교단체는 종족단위로 선교정탐 팀을 보내도록 홍보하고 훈련하는 일에 참여해 왔다. 이 당시부터‘선교정탐’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본고에서‘선교정탐여행’혹은‘비전트립’과 같은 관광 위주의 선교정탐과 명확한 개념구분을 위해‘선교현장 리서치’를 사용하기로 한다. 또한‘선교현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지역적인 리서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물리적·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선교의 영역을 포함한 것으로, 매우 복잡한 선교현장의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선교현장 리서치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선교현장 리서치란 무엇인가? 좁게는 선교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선교대상과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활동이라 말할 수 있다. 즉, 향후에 소요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좀 더 넓은 의미로 생각해본다면, 선교현장 리서치란 복음전파를 위해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전략적 사역과 교회의 동원을 목적으로 사역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리더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돕기 위한 총체적인 영적 연구조사 활동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리서치가 모든 상황에서 문제의 답이나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리더들은 성령의 인도를 의지함으로 직관을 제공받거나 마음의 평안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다.
 
막상 리서치를 실행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난관은 리서치 이론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리서치를 시작하기 전에‘먼저 어떻게 방향을 잡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막막한 심정이 된다. 그러나 리서치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리서치는 시작된다. 중소 지역교회의 경우 리서치에 대해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처음부터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다면 가깝게 시도할 수 있는 자료조사나 문헌조사를 사용해서 리서치를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내공이 차곡차곡 쌓이면 지역교회의 선교는 강화되는 것이다.
 
누구나 눈밭에서 눈을 굴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엔 주먹 크기의 눈덩이였지만 산을 굴러 내려오는 동안 바닥에 쌓인 눈을 덧입으며 점점 커진다. 산을 다 내려올 때 즈음이면 처음 크기보다 수백 배 더 커지기도 한다. 이같이 리서치는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 같은 특성이 있다. 이것을 리서치의 ‘스노우볼효과(snowball effect)’라고 한다. 이는 리서치 전략이 차곡차곡 쌓이면 폭발적인 크기로 키워낼 수 있다는 말이다. 선교현장에서의 폭발적인 부흥의 역사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기대해 본다.

누가 리서치를 할 것인가?
흔히 리서치는 선교현장으로 나갈 선교사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선교단체가 리서치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파송선교사 홀로 리서치를 감당하기에는 시간과 긴 인내를 필요로 하고 많은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또 선교단체에서 제시하는 전략과 정보가 있지만 이는 접근과 관심분야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개 교회의 선교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선교사를 파송시키는 일을 하면서 교회들은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다. 많은 경우 성도들과 선교비전을 나누고 또 선교현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바탕이 되지 않아 겪는 어려움들이다. 여기에 지역교회가 리서치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가 주도적으로 모든 영역을 감당하라는 말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정세는 선교의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지역교회, 선교단체, 선교현장간의 긴밀한 상호협력을 요구한다. 때문에 신앙공동체로서의 공동책임을 지고 선교단체와 동반자적 네트워킹을 통해 최대의 효율을 나타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서치는 선교의 세 주체인 지역교회, 선교단체, 선교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필수요소이다.
 
아래 지역교회의 선교현장 리서치 사례들은 지역교회가 선교단체, 선교현장과 협력을 이루어 리서치를 실행한 사례들이다. 이를 통해 지역교회의 리서치 이해가 선교전략 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를 돕고자 한다.

[사례 1]
빛의교회 안기성 담임목사는 1994년 교회개척 당시부터 선교적 교회에 대한 마인드를 품고 목회를 했다. 이후‘미전도종족 입양선교’를 알게 되어 교회가 지향해야 할 선교의 핵심전략으로 선택했다. 빛의교회는 장년 성도 150명이 한 선교사가정을 파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1996년 필리핀의 빌라안종족 입양을 시작으로 현재 5개 미전도종족을 입양하였다. 온 교회 성도가 선교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미전도종족 입양을 준비함에 있어서 안기성 목사는 리서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회 성도들이 직접 리서치하여 입양한 종족선교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6년 20여 명의 성도들이 캄보디아의 끄렁족을 1차로 리서치한 후, 파송선교사의 2차 리서치가 이루어졌으며, 끄렁종족 입양예배를 위한 입양자료집이 발행되어 전교인들과 리서치 정보를 공유하였다. 이후 종족입양을 결정하고, 주도적으로 입양시기를 결정하고,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책임을 지고 재정적·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리서치를 통해 지역교회 내 선교현장을 위한 기도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중보기도는 지역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세워질 때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분명한 목표가 있는 리서치는 성도들을 기도로, 선교로 동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빛의교회는 2013년 21주년을 맞이하는 370명 규모의 중소형 교회이다. 교회의 핵심가치가 선교 사역임을 확신했기에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지속적인 선교 사역을 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한해 선교비예산액이 약 1억 5천만 원 가량을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의 중소형 교회들이 교회의 부흥에 최대 관심을 두고 있는 가운데, 선교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목회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빛의교회는 철저하게 ‘미전도종족선교’를 표방하고 입양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즉흥적이지 않은 준비된 선교를 가능케 했다.

[사례 2]
광주산수교회는 2009년 당시 26년간의 교회역사 가운데 단기선교는 2008년 중국 상하이가 처음이었고, 그 단기선교도 기존 선교사의 사역에 대한 관찰 정도였다. 더군다나 첫 단기선교 때 약 20여 명의 팀을 만들어서 갔었는데, 중국 현지에서 식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었기에 선교현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남겨졌다. 단기선교의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침체되어 있던 교회는 선교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일깨우는 돌파가 필요했다. 미전도종족선교연대(UPMA)에 미전도종족선교를 하는 선교사와 협력하면서 본격적인 리서치 훈련이 시작되었다. 선교현장 리서치를 떠나기 전, 리서치 훈련에서 리서치방법 연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종족 프로파일 작성 및 발표를 했다. 회족 무슬림 리서치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비전트립은 2009년 8월 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진행되었고, 리서치 훈련은 6개월 간(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매월 1박 2일로 진행되었다.
 
이후 중국 회족 무슬림에 대한 리서치를 마치고 동영상 자료 및 보고서를 작성하여 교회 내 선교동원 뿐만 아니라, KWMA 산하의 중국 이슬람선교 관련 선교단체들과 자료가 공유되어 기도가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당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선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음에도 배운 대로 잘 습득하고 성실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교회 내 리서치 인재 양성과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선교가 가능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지역교회의 선교에 대한 이해를 성숙시키는데 선교현장 리서치가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례 3]
사랑의교회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리서치를 계획했다. 선교 대회에 필요한 콘텐츠제공 및 고려인 디아스포라역사 연구를 통한 한인선교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2011년 4월부터 시작하여 약 9개월 동안 진행되었다. 이 리서치는 당시 교회의 창립 비전 중의 하나인 북방선교의 전략적 거점으로 연해주 지역에 설립되었던 문화센터의 역할을 재창조하고, 전략적 측면에서 효용성을 찾는 일이 최우선과제였다. 사랑의교회와 UPMA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 리서치 프로젝트는 업마(UPMA) 연구원 6명과 사랑의교회의 현장 코디네이터를 중심으로 계획되었다. 연해주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5개 주요도시를 탐방하고, 국내외 26명의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 다각도로 선교접근이 가능함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 개 교회의 필요에 의해 시작된 리서치였지만, 선교단체와 협력하여 리서치를 진행함으로써 지역교회의 필요(felt needs)에만 머무르지 않고, 폭넓은 시각으로 연해주를 통한 북방선교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연구였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 연구보고서’는 업마(UPMA)에서 발행한 『종족과도서선교저널 26호』를 통해 선교현장,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에 공유되었다. 이는 지역교회와 리서치 전문 선교단체가 협력하여 결과물을 내고, 또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했던 사례 중의 하나이다.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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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이들이 ‘선교현장 리서치’라는 용어보다는 ‘선교정탐’이라는 용어를 더 익숙하게 사용한다. 민수기 13장의 12명의 정탐꾼들이 가나안땅을 정탐했던 성경을 근거로 정탐여행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한 때 정탐이 ‘스파이’의 의미로 적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기독교 선교내부에‘정탐’이라는 용어 대신‘선교리서치’ 혹은‘종족탐지여행’으로 부르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채형림 | 선교사, UPMA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