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계약》은 한국의 오기환 감독의 작품《선물》(2001)을 리메이크한 중국영화로서 2013년 4월에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상영하여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청설》(聽說)에 출연했던 타이완의 미남 배우 펑위옌(彭于晏)과《실연33일》에서 성숙한 연기를 선보인 바이바이허(白百何)가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 이들은 청순한 남녀의 이별과 5년만의 재회 그리고 또 다시 이별할 수밖에 없는 슬픈 사연을 그려내 관객의 눈물과 감동을 자아냈다.

거절당한 남자
영화의 첫 장면은 이별로 시작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귀던 두 남녀가 각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헤어지기로 한 것이다. 5년 뒤에도 서로 애인이 없으면 결혼하기로 하고 이별계약을 한다. 리싱(李行, 彭于晏분)은 요리사가 되고 허차오차오(何痢痢, 白百何분)는 디자이너가 되어 다시 만난다. 차오차오는 자신에게 구혼하는 리싱에게 직업과 경제력이 있냐고 반문하며 그를 거절하였다. 뜻밖에 거절을 당한 리싱은 충격으로 이를 악물고 유명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분투하였다. 차오차오는 마음과는 다르게 매몰차게 리싱을 거절했다. 사실 그녀는 위암 판정을 받고 리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별을 제안한 것이었다. 그 후 차오차오는 5년간 질병과의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리싱이 보고 싶을 때마다 그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리싱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시켜 리싱의 실력을 평가하였다. 리싱은 자신이 요리사로 성공하여 경제력을 갖추면 차오차오가 자신을 받아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5년간 힘겨웠던 나날을 버텨왔다.

거절당한 여자
5년 뒤 리싱은 아시아 대표로 요리경연대회에 나올 정도로 전문적인 요리사가 되었다. 차오차오도 다행히 위암을 극복했다. 그녀는 리싱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것을 무척 기뻐하며 청혼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리싱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며 결혼날짜를 차오차오에게 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결혼식에 참석해줄 것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차오차오는 상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날아와서 리싱의 마음을 돌이키려고 애썼다. 리싱과 단둘이만 만나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리싱의 약혼녀가 수시로 나타나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갈 때조차도 차오차오를 데려가 질투심을 유발시켰으며, 옛 친구들과 파티를 할 때도 리싱은 약혼녀와 입을 맞추며 차오차오에게 거절감을 느끼게 했다. 리싱은 차오차오를 그들의 신혼 방에 잠시 묵도록 하게 했다. 그때 차오차오는 육체적으로 리싱을 유혹하려고 달려들었지만 그는 냉정하게 그녀의 구애를 거절하였다. 차오차오는 5년 전에 자신이 리싱을 거절했던 것을 후회하며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하이로 돌아가기로 결심하였다. 차오차오가 모든 것을 포기하였을 때, 리싱은 갑자기 만나자고 하더니 이 모든 것이 차오차오를 속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차오차오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속마음은 리싱이 지난 5년간 자신을 기다려주고 이별계약을 지켜준 것에 대해 고마워했다.

또 다시 거절당한 남자
5년 뒤, 출세한 리싱은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며 차오차오에게 다시 청혼하였다. 하지만 차오차오는 또 다시 거절한다. 그녀의 위암이 재발한 것이다. 이것은 리싱에게 또 다시 커다란 슬픔과 분노를 안겨줬다. 두 번째 거절당한 리싱은 2차 요리대회에서 큰 실수를 할 정도로 마음을 가눌 수가 없었다. 돈과 성공을 거머쥐었지만 자신이 만든 요리가 맛이 없다고 비하하는 차오차오를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였다. 리싱은 5년 전에 아무런 성취가 없어서 자신을 거절한 차오차오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5년 후에 사회에서 성공한 자신을 여전히 받아주지 않는 그녀가 야속하기만 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13회에서 천송이(전지현 분)는 외계인으로 지구에서 400년간 살아온 도민준(김수현 분)이 지구를 떠날 날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자 그녀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과거 자신이 사랑 했던 여자와 닮았기 때문에 구해준 것이라고 말하며 냉정하게 이별을 통보하였다. 의외로 천송이는 도민준의 신분이나 정체에는 관심이 없고 그동안 단 한번이라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었는가를 물었다. 도민준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고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밝히자 천송이는 충격을 받고 거절감에 시달리며 괘씸한 생각에 자신이 먼저 관계를 접기로 결심했다. 사랑하는 도민준에게 거절당한 천송이는 집으로 돌아와 관계상실의 고통으로 스위스 여성 정신의학자 퀴블러로스(Kubler-Ross)가 밝혔던 <죽음의 5단계> 즉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을 경험하며 내면의 고통과 슬픔을 달랬다. 인생을 살다보면 우리는 때론 거절감에 시달리게 된다. 뜻밖의 임신이나 성분별로 인해 아기는 부모에게 존재를 거절당하고, 성적과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면 가정과 학교에서 거절당하고, 좋은 직장과 돈을 소유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을 받곤 한다. 중년에는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은퇴한 후에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노년에는 가난이나 질병으로 가족에게 버림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인간은 원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된 이래 거절감과 버림받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가인은 자신의 제사를 받지 않으신 하나님께 분노하여 동생 아벨을 죽이고 평생 도망자가 되었다. 에서는 야곱에게 장자권을 빼앗기고 아버지 이삭에게 거절당하자 야곱을 죽이려고 결심하고 피해의식 속에 살았다. 왕궁에서 민족을 구하려다 살인을 한 모세는 자신의 동족에게 외면당하고 광야에서 40년간 숨죽이며 살았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피 흘리며 죽어갈 때, 침묵하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자신을 철저하게 버린 것만 같은 거절감을 느끼셨다.
 
차오차오에게 거절당한 리싱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나를 거절할 때 거절당한 자신 때문이 아니라 나를 거절한 상대방한테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차오차오가 자신이 위암에 걸린 비밀을 리싱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단절이 아닌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갈 때 자신을 거절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상대방이 이해되지 않아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느긋한 마음을 갖게 되면 조금이나마 거절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오랜 기간 하나님께 기도했지만 침묵하시거나 응답이 지체되는 경우에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향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섭리하고 계심을 믿으며 인생의 전체 그림을 아름답게 그리시는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드리는 것이 어떨까?

거절감을 치유하는 사랑
차오차오와 헤어진 뒤에 리싱은 우연한 기회에 그녀가 남긴 사랑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된다. 추억이 서린 카페에서 차오차오의“너와 함께 있을 거야”라는 문구을 발견하였고, 전시회에서 자신과 추억이 있는 깨어진 접시를 이용하며 만든 작품을 통해 리싱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차오차오를 찾아 헤맨다. 마오마오(毛毛, 蔣勁夫분)로부터 그녀가 지난 5년간 위암 치료를 받느라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현재는 재발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위암에 걸린 것을 사랑하는 리싱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차오차오의 마음을 헤아려 리싱은 그녀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성을 다해 그녀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보냈다. 매끼마다 리싱이 만든 새롭고 맛난 요리를 먹으며 차오차오는 점차 기력을 회복하였다. 사랑은 내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방식대로 다가가는 것이다. 상대가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는 뒷걸음 쳐 주는 것, 몸은 함께 있지 못하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함께 있어주는 것, 상대의 약함과 허물을 지적하기 보다는 덮어주는 것, 상대의 존재 자체를 존중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리싱은 우연히 차오차오를 만난 척 하면서 자기 집에 데리고 와서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만들어 주었지만 그녀는 먹지 못하고 토하였다. 리싱은 제3차 요리경연대회에서 자신이 만든 요리를 심사위원에게 선보이지 않고 객석에 있는 차오차오에게 요리를 선사하며 세 번째 청혼을 했다. 차오차오는 위암 말기 시한부 인생이라 고통스러워했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를 용납해주는 리싱의 한없는 사랑에 감동받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리싱은 헤어졌던 지난 5년간 차오차오가 항상 자신의 주위에 있었고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 들러 자신이 만든 요리 솜씨를 꼼꼼하게 체크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난 날 가슴속에 사무쳤던 거절감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된다.
 
세상에서는 소유나 능력으로 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기신다. 하나님의 시각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존재를 수용한다면 이 세상에 있는 수많은 갈등과 상처는 줄어들 것이다. 신명기 31장 6절에서“너희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 앞에서 떨지 말라.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와 함께 가시며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라”라는 하나님의 영원한 약속을 선포하였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우리를 버리지 않고 영원히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따스한 손을 붙잡고 광야 같은 인생의 여정에서 평안을 누리길 바란다. 
 
 

김선 | 고려대학교 국제어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