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중국선교 흐·르·는·강·물·처·럼
성장을 멈춘 한국교회의 선교역량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중국선교의 열기도 점점 식어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교회의 부흥과 변화, 중국의 빠른 경제발전을 두고 몇 년 전부터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끝났다는 말들이 한국선교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 더군다나 선교사들의 비자거부 사태는 이를 뒷받침한다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얼마 전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최한 한국선교지도자 포럼에서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도 “중국은 이제 선교대상국이라기보다 선교하는 국가가 됐다”며 중국선교 리더십의 현지 이양을 준비하는 등 중국선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중국선교를 시작한지 20여년 만에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아직도 한국선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사역의 영역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복음전파와 일꾼의 양성, 교회개척 등 중국교회와 협력해야 할 사역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면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분명 변화해야 한다. 선교사도 변해야 하고 파송한 교회나 선교단체들도 변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일부 대형교회의 수평이동에 따른 수적 증가 외에는 성장이 멈춰있는 상태이다. 더구나 사회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교회를 보는 시선조차 곱지 않다. 한국교회는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교의 가부장적 가치 위에 교회를 세운 탓에 사회는 많이 변하였어도 교회는 영적 권위를 내세우며 지금까지 한국사회 가운데서 가장 늦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제야 그 변화의 요구에 부득불 따라가고 있다. 이는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내부에서조차 리더십을 바라보는 성도들까지 변하기 시작했고 세대 간의 신앙단절 같은 한계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회는 늦게나마 변화의 요구에 어느 정도 동참하기 시작하였으나 중국선교를 포함하여 선교계는 전반적으로 아직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선교의 중심세대가 파송과 피파송이라는 관계로 인한 구조와 그동안 교회 전통에 익숙한 세대들이고 현장의 리더십조차 오랜 시간을 선교지에 있었기에 변화의 과정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탓도 있다. 한국교회의 성장과 캠퍼스선교의 부흥으로 한국은 빠른 시간에 세계 제2의 선교사파송 국가가 되었다. 특히 한국교회는 복음을 전해서 우리를 세워준 선교사들에게서 타문화권 선교를 배운 것이 아니고 우리 스스로 선교의 당위성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기에 아주 값지다. 더욱이 중국선교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중수교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를 바탕으로 서구교회가 감당하기 힘든 사역들을 재빨리 진행하였고 그에 따라 많은 사역의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폐쇄적 선교환경 속에서 정보를 공유하기가 쉽지 않고 또한 대부분 각개전투적인 선교 사역이다. 이처럼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변화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으면서도 아직 별다른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시·생·각·하·는 중국선교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를 향한 선교환경의 변화로 선교사들이 비자발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중국선교 초기부터 공안의 감시는 늘 있었지만 그 강도가 더 강해지며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선교사들을 1/3가량 줄일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선교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나 세계교회의 반발을 피하려고 구금이나 위협적인 조사도 없이 비자발급을 하지 않는 형태로 선교사의 수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럴수록 적극적으로 다양한 선교형태를 취하고 새로운 선교인력을 발굴하여 그 공백을 매워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변화도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저비용 고효율의 선교 사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때문에 경제적인 고비용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일부 한국교회는 예배당 건축에 따른 재정압박 때문에 선교재정을 삭감할 뿐만 아니라 교회의 성장 둔화로 선교재정 증액을 꺼리고 있다. 사실 통계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것은 중국선교사가 사역을 접고 철수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선교사들도 조국교회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책임으로 주어지기에 지속적으로 한국교회가 선교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내에서 지원하는 선교비만으로 사역을 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면 중국교회의 지원을 받거나 자비량선교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아야 한다. 

중국교회의 변화는 사역의 입지를 좁아지게 하고 있다. 중국교회는 더 이상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들은 변화하고 있고, 또 성숙해지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이 선교사들보다 더 민감하게 세계와 교류하고 배우고 발전하고 있다. 삼자교회 목회자들이 설교 수준과 영성을 가정교회 목회자들만큼 높이기 위해 한국교회에게 도움을 요청해오는 것을 본다. 다소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입장에서의 선교는 지양되어야 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의 필요를 알고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들을 돕는 사역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교류와 협력을 통한 사역을 이루어 가야한다. 

현장에서 우리 스스로가 만든 어려움으로 인해 겪어야 할 변화도 있다. 그 가운데 선교 사역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에서는 선교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모든 것이 선교이다’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선교인력들은 선교를 너무나 쉽고 가볍게 여기는 징조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 거주하는 것 자체를‘선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선교의 목표가 어떤 환경을 뚫고라도 복음을 전하고 일꾼을 세우고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라면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선교사들이 보안을 핑계 삼아 행한 과오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교회의 전략적인 마인드가 부족, 현장중심의 선교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선교현장을 본부가 좌지우지 하는 것, 선교현장의 하나 되지 못함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변화해야 한다. 이는 선교사가 선교 사역을 그만두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여기에는 현장을 중시하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진 리더십의 결여에서도 찾아 볼 수가 있고, 한국교회 특유의 개교회주의도 한몫했다. 이러한 무전략이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자 이를 전략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회의 자체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논의된 이슈가 선교지의 피부에 와 닿는 필요인지 아쉽기만 하다. 그렇다면 꼭 필요한 선교정보를 현장과 교회가 잘 나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성숙한 현장리더십을 많이 세우기 위해 함께 힘써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서구교회가 중국공산화 전까지 150년간 경험한 것들을 골고루 경험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이나믹했다. 선교의 패러다임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기에 세계교회는 이를 반영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선교는 아직도 서구선교의 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고 위에서 시작된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이제 20년을 냉철하게 뒤돌아 볼 시간이 되었다. 이제까지 한국교회의 중국선교가 잘못되기 보다는 너무 짧은 시간에 급속한 확산으로 인해서 뒤돌아 볼 여유가 없었고 환경도 갑자기 많이 바뀐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기회이다. 한국교회는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중국선교를 위해 다시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중국에는 아직도 복음을 제대로 듣지 못한 차세대 지도자가 될 2,600만의 대학생들과 1억의 소수민족, 12억에 가까운 인구가 있다. 이처럼 중요한 선교지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이들을 향한 선교 사명이 이 시대에 한국교회에게 주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필립 | 중국선교사, 중국대학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