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태국으로 유턴
4대째 기독교 신앙 유산을 물려받은 모태신앙인이었지만 정작 예수를 구주로 영접한 것은 25살이 넘어서였다. 인격적인 주님을 만나 회개하고 지금까지의 외식과 위선을 벗어버리고 남은 생을 주님을 위해 살기로 헌신했다. 찬양의 은사가 있는 것으로 여겨 음악목사가 되겠다고 미국유학을 생각했다. 그러나 주님은 33살, 야망으로 가득한 나에게 선교사의 사명을 주셨다

2003년 2월부터 중국 허베이(河北)성 쓰베이(四北)에서 언어연수를 하고 선교사훈련을 받았다. 5년간의 준비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원 사역의 틀을 세워갔다. 한편으로 언어훈련에 집중하며 중국 문화와 중국인에 대해 배웠다. 중국 내 가정이동신학교에서 강의하면서 여러 지역교회 상황에 대해 살폈다.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중국인선교사훈련원 사역을 하기 위해 준비했다.

2008년, 중국 내 어느 도시에서 중국인선교사훈련원을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그 당시 중국은 항시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는 더욱 민감한 시기였다. 두 번이나 중국 공안의 경고를 받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동료 선교사 가정과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렸다. 그때 지인의 권유로 중국과 가까운 동남아 여러 지역을 답사한 결과, 지금 이곳이 중국인선교사훈련원으로 여러모로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타문화권 선교사 배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타문화권에서 훈련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곳 선교사들이 알게 모르게 압력을 가해왔다. ‘왜 중국선교사가 이곳에 왔는가’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졌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게다가 날씨는 얼마나 더운지. 아내는 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나는 온지 채 한 달도 안 되어 중국인선교사훈련원 사역이 시작되어서 중국어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과는 또 다른 기후적응, 언어 문제, 재정 문제, 주위의 압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안일함이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래도 우리는 주님이 주시는 힘과 사랑으로 넉넉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태국의 복음상황
태국(Thailand)은 자유의 땅(Land of Free)이라는 뜻이며, 복음을 받아 들인지 200년이 되어간다. 1990년 기독교인은 인구의 0.6%였고, 1985년까지 단지 0.9%로 성장하는 것에 그쳤지만, 2000년에는 1.6%에 이르게 되었다.

주변국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였을 때 태국은 자유를 유지할 수 있었다. 태국인은 프라 사얌 데바드히라즈(Phra Sayam Devadhira)라는 특별 수호천사가 나라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영적 존재를 금상으로 만들어 숭배하고 있다. 태국은 영혼 유화, 신비의식, 불교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거미줄들이 문화, 사회 전반에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누구도 감히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많은 태국인들은 국적과 종교가 연결되어 있다.

태국의 교회 성장은 실망스럽다. 4세기에 걸친 가톨릭 사역과 175년간의 개신교 사역에도 불구하고 태국기독교인들은 전 인구의 1.6% 밖에 되지 않는다. 가톨릭의 비율은 40년간 거의 증가하지 않았으며 개신교 교회들의 사역은 1980년에 들어와서 겨우 진척되기 시작했다. 태국어를 사용하는 도시의 중국인들과 소수 부족에서 많은 성장이 있었다.

특히 방콕에서는 중국민족교회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중국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역동성과 경제력이 십분 발휘된다면 공동체는 복음화의 주역이 될 것이다. 중국인 전임사역자들이 너무 적은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의 혼합주의, 높은 배교율, 교회 재정 오용 등의 문제도 정직하게 대면하지 못하고 있다. 죄를 간과함으로써 잘못을 범한 지도자들을 제대로 훈련하지 못한 사실 역시 직시해야 한다.

교회 내 태국인 지도자의 부족은 교회 성장 저하, 시골교회 사역 실패, 비전 상실이 주요인이다. 1995년 복음주의 교회에는 선교사의 1/4 정도인 400명의 목사가 있었다. 더 많은 이들이 부르심을 받아 목회 사역을 감당하도록 기도해야 한다. 태국에는 20여 개의 성경학교와 신학교, 7개 TEE과정이 운영 중이다. 많은 졸업생들이 전임 교회개척이나 목회 사역에 나서지 않고 있다. 방콕성경대학(CMA와 OMF가 시작했으며, 140명의 졸업생 배출), 띠야오 성경훈련센터(OMF)와 많은 교단의 성경대학이 있다.

선교 사역은 비자 허가 수를 다소 제한하는 할당 제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자유롭다. 과거 주된 사역은 의료와 교육으로, 이 나라 여러 지역에서 최초의 회심자를 얻고 최초의 교회를 개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주된 초점은 도시와 시골의 복음화, 교회개척, 성경교육이다. 태국복음주의협회는 대다수의 복음주의 단체를 연결하고 있다. 1992년 1200개 교회, 56개의 국내 사역 단체와 53개 해외선교단체가 연관되어 있다. 1)

방콕 사역으로 달려가는 것이 답이다
방콕의 기독교인은 약 40000명 정도이다. 방콕,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로 천사의 도시이자 죄의 도시로 유명하다. 2백만이 넘는 인구가 매매춘 산업으로 돈을 번다. 이 나라에는 남성 10만 명과 여성 7만 명이 태국인과 외국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호객하고 있다. 범죄, 마약, 알코올 남용이 만연해 있다. 매춘부들의 약 80%(어떤 이들은 40%로 예측)가 에이즈로 죽어간다.

위기에 처한 아이들. 많은 여아들이 유괴되어, 매우 어린 나이에 매춘부로 팔려가고 있는데, 이것은 곧 잔인한 아동학대나 조기 사망으로 이어진다. 많은 수가 타이 소수종족이나 주변국 사람들이다. 태국의 11-17세 여아 중 20%가 여기에 해당한다. 35000명의 아이들이 집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고, 5백만 명의 아이들이 어린이 노동을 하고 있다.

에이즈 희생자. 1999년 공식 수치로는 755000명이 HIV보균자라고 한다. 실제로도 2백만에 이르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에도 불구하고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 교회가 깨어나 고통을 받는 자들과 유족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줄 필요가 있다.

1992년 73개 지방 가운데 14개 지방에 1000명 이하의 기독교인이 있었고, 3개 지방에서는 100명 이하였고, 4개 지역에는 복음주의 교회가 하나도 없었다. 2000년 상황은 조금 증가했을 뿐이다. 중상류층 사람들은 부유하고 교육을 받았으나 복음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으나, 강신술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도는 미약하지만 성장하고 있다. 6개 단체가 운영하는 대학생을 위한 12개의 호스텔은 학생을 훈련하고 캠퍼스 기독모임을 시작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난민. 베트남전으로 수십만 명의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난민들이 태국으로 이주해 와서 살고 있다. 라오스의 흐몽족만이 주요 도전이 되는 종족으로 남아 있으며, 대다수가 다른 곳에 정착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갔다. 최근 소수종족, 특히 카렌족과 잔인한 전쟁을 일으킨 군사정권을 피해서 미얀마에서 약 1백만 명 정도가 더 들어왔다.2)

중국 영혼이 있다면 그곳이 선교지
많은 한국선교사들이 지금도 이곳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불교는 종교 그 이상의 것이 되어 삶 속에 녹아있다. 기독교인으로 개종을 하고서도 불교로 다시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민성 자체가 안일하고 예수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 지역에 화교들이 퍼져있지만 특히 북부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국민당의 후예들이 아직도 북부 산자락 곳곳에서 살고 있는데 많게는 10000명 이상이 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기도 하다. 그곳에는 학교가 있지만 오전에는 태국 학교에 가서 태국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중국 학교에서 중국어와 영어, 컴퓨터를 배운다. 이런 마을들이 적지 않은데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화교교회 지도자들과 선교사들은 관계를 맺고 후원하고 있다. 어느 마을에는 학생들만 850명이 있는데 교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에겐 중국어교사와 영어교사 성경교사들이 가장 필요하다.

도시에도 화교들이 있지만 이미 태국에 동화되어 젊은이들 대부분은 중국어를 못한다. 도시 화교교회는 태국어로 예배를 드리고 한 달에 한 주만 중국어 통역을 한다. 무엇보다도 태국은 지역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주변 여러 나라들과 함께 접해 있다. 그리고 세계 150여개 선교단체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유능한 선교자원이 풍부하다. 물가 또한 저렴하고 국제공항이 있어 타문화와 타종교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문제는 비자인데 태국 정부의 까다로운 비자 정책 때문에 연구가 필요하다. 요즘 중국인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여행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중국에서 직접 차를 몰고 관광을 온 단체 팀들이 이 도시를 점령했으며 관광지와 식당, 호텔 등지에서는 온통 중국말에 중국 사람들로 북적된다. 이곳이 도대체 어느 나라인지 헷갈린다. 거기다가 중국 이민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호텔, 식당, 여행사, 가이드, 운수업 등. 이제 선교는 국경을 초월해야 하는 시대다. 한 나라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효과적으로 사역을 진행해야 한다.

미얀마선교사들은 벌써 7년 전부터 몰려든 사람들을 위해 이곳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중국 등에서 계시다가 재파송을 받고 오신 선교사들이 참 많다. 연합해서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지혜와 겸손이 필요하다.

중국인선교사훈련원 사역
2008년부터 시작된 중국인선교사훈련원 사역은 이제 7년차로 접어들었다. 현재 3기생 훈련이 진행 중에 있고 9명의 선발된 최정예 용사들이 선교지로 나가기 전에 훈련을 받고 있다. 이미 카자흐스탄과 잠비아로 파송했으며 파키스탄으로 한 가정이 파송될 예정이다. 또한 인도와 라오스로도 파송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번 훈련생들 중에는 북한, 말레이시아, 튀니지, 태국, 인도네시아로 파송받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훈련기간은 일 년이며 모든 경비는 자비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재정이 다 채워지지 않은 후보생이 있을 때에는 중국교회에서 직접 이들을 후원한다.

졸업식 때는 중국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선교중국 대회를 개최한다. 지도자들 중에는 후보생들을 선발하고 파송하기도 한다. 훈련 기간에도 많은 중국교회 지도자들과 형제자매들이 단기선교로 이 훈련원을 방문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선교 대회에 참가해서 선교 비전의 도전을 주고 전국의 도시교회 지도자들을 만나서 선교동원 사역을 나눈다. 중국 내 한국선교사들도 선교중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며 선교 전략과 정보 등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 사역이 유행처럼 일시적 현상이 된다면 중국교회는 큰 실망과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중국교회는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다고 해도 거의 1-2년 만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지금도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사명감 결여, 성품 문제, 파송교회 부재, 언어미숙, 중화사상, 사역 경험 부족, 전문적인 선교사훈련을 받지 못함 등이다. 이로 인해 선교지에서 줄 것이 없는 준비되지 못한 선교사가 되어 실패의 길을 걷는다. 중국 내 25개 이상의 선교사훈련학교들이 선교사훈련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강사들 대부분은 선교사 경험이 없다. 그래서 선교학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선교지의 생생한 현장 경험은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선교는 이론뿐만 아니라 현장 감각이 뛰어난 선교사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여러 나라에서 선교중국 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없이 그저 행사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선교동원은 선교지에서 한 텀 이상 사역을 하고 안식년으로 돌아온 중국인 선교사들이 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선발된 적합한 후보생들이 전문화된 훈련원에서 훈련을 받고 중국교회에서 이들을 파송해야 한다. 파송된 이들은 세계의 국제선교단체가 멤버케어를 최소 1-2년간 해주어야 한다. 또한 그들을 파송한 교회에서는 선교사 부모들을 케어하고 안식년에 선교사들을 초청하여 선교사자녀 교육과 안식년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그들이 재충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연장교육을 통해 쉼을 얻고 회복되어 중국교회를 순회하며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우는 선교동원 사역까지 완수해야 한다.

이렇게 선교동원- 훈련- 파송- 멤버 케어- 안식년- 선교동원이 제대로 순환된다면 중국교회는 더 많은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현재가 중국교회의 미래이다. 지금부터! 나부터!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지금 전 세계에서 중국인 선교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교회와 한국선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교량역할이다. 우리의 경험과 아픔과 실수를 중국인 선교사들이 겪지 않도록 아니 최소화 하도록 그들을 세워주고 협력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다! 이것이 나를 태국으로 유턴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미주>
1) http://cafe.naver.com/thailos/38h(목원대학교 선교훈련 ThaiLos 팀), (2014. 2. 20)
2) 앞과 동일


왕정중 | 태국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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