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사님, 「중국을주께로」(이하 중주)를 열면 제일 먼저 목사님께서 쓰신‘발행인통신’을 대하게 되는데요, ‘발행인통신’을 집필하실 때 어떤 점에 힘쓰시나요? 
독자들이‘발행인통신’을 읽으면 중국선교의 흐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애쓰고 있습니다. 나중에‘발행인통신’을 따로 모으면 중국선교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나이테 같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참‘중국선교’란 말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하겠군요. 지금은‘선교중국’시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중국선교’라는 말은 중국과 복음에 관련된 여러 가지들을 포괄하고 있는 관용어(慣用語)라고 생각하면서 이 말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초기에는 ‘발행인통신’을 쓸 때 그저 생각나는 대로 썼습니다. 그때는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요즘은 신문에서 중국에 대한 중요한 기사들을 스크랩해 놓았다가‘발행인통신’을 쓸 때 그 기사들을 신앙적인 관점, 특히 중국복음화의 관점에서 검토하면서 원고의 흐름을 잡습니다. 그때마다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들어야 한다”라고 한 어느 신학자의 말을 생각하곤 하지요. 

부족한 글이지만,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서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발행인통신’이 중국선교의 내비게이션 역할까지는 힘들지 모르겠지만 나침반의 사명은 감당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어떻게 중국선교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리고「중주」와는 언제 인연을 맺게 되셨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고교 국어교사를 몇 해 하다가 1974년에 아세아방송에 교양피디로 입사한 것이 중국선교와 관계를 맺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세아방송은 원거리방송에 적합한 설비를 갖추고 한국어·중국어・러시아어・영어・일본어로 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중국어 방송시간이 제일 많았습니다. 그때 아세아방송의 중국어방송 책임자가 타이완(그때는‘자유중국’이라고 했습니다)에서 온 사무엘 왕(王恒) 선교사였는데 이 분과 좋은 교제를 가졌지요. 이 분은 여러 해 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홍콩에서 온 피터 통(湯) 선교사, 이어서 타이완의 크리스 주(周) 선교사가 중국어 방송을 담당했는데 이분들과도 동역을 잘 하였습니다. 그때는 중국의 문이 굳게 닫혀 있던 때라 방송이 중국선교의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아세아방송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극동방송이 있는데, 1970년대 중반에 극동방송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만나게 되자, 아세아방송을 설립한 미 FEBC가, 극동방송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던 팀(TEAM) 선교부로부터 극동방송의 운영권을 인수받았습니다. 그런데 극동방송이 먼저 설립되었고 수도권에 있어서 더 널리 알려져 있던 터라 나중에는 두 방송이 극동방송이라는 이름으로 합해졌습니다. 

중국선교에 대한 아세아방송의 기여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에 중국이 개방정책을 쓴 다음에 중국의 성도들이 보내온 편지들을 통해 그것이 잘 입증되었지요. ‘아세아방송’이라는 이름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국 성도들이 보내는 편지의 내용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지요. 아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성령이 역사하시면 막을 세력이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현장학습을 했으니까요.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큰 복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평신도였는데 그 편지들을 통해 신앙의 힘과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면서 소명을 확인하고, 아주 힘든 과정을 거쳐 성직을 갖게 되었습니다.

2000년 말에 중국어문선교회 박성주 대표님으로부터「중주」발행인이 되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때 수도권의 한 중형 교회를 담임하고 있을 때인데 교회 건축에도 바빴고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여러 번 사양하다가 응낙을 하였습니다. 「중주」를 발행하고 있는 중국어문선교회와는 1989년에 선교회가 창립할 때부터 왕래가 많았습니다. 앞에서‘발행인통신’이야기를 하셨는데 중국은 저에게 첫사랑과 같은 존재입니다. ‘발행인통신’을 쓸 때마다 첫사랑의 연인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 목사님께서는 통일선교에 많이 힘쓰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글에 목사님의 이름을 입력하니까 제일 먼저 서울역통일광장기도회에서 설교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나오더군요. 몇 인터넷 사이트에 북한의 옛 교회들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하고 계시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통일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고, 젊은이들 가운데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왜 통일을 위해 힘써야 하는지, 그리고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세요. 
요즘은 통일을 위한 기도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표적인 것이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와 에스더기도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를 섬기고 있는데, 두 기도회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뜻으로 에스더기도 운동 대표가 쥬빌리기도회에 와서 설교를 하고, 제가 에스더기도 운동이 주관하는 서울역 광장기도회와 에스더기도 운동 본부의 기도회에 가서 설교했지요. 두 기도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교류와 협력할 것입니다. 

통일을 원하지 않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염려스러운 일이지요. 바로 그들이 통일시대를 살아갈 통일세대 아닙니까?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은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지 않고 광야에서 살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통일은 원하지 않는다고 오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고 있고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합니다. 

통일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고 하나님의 명령이니까 우리는 통일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에스겔에게 두 막대기가 서로 합하여 하나가 되게 하라고 하신 것은(겔 37: 17)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명령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북한선교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지만 모두 간접 선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통일이 되어야 현장에서 직접선교를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2470만 북한동포들의 구령(救靈)을 위해서도 통일은 꼭 필요합니다. 

한반도의 통일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지요. ‘강대국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 강대국들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을 지목하는 일이 많지요. 북한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경우에 중국이 어떻게 나올까 염려하는 소리도 높습니다. 우리는 중국이 자국의 이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의와 양심에 입각한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중국 내 양심적인 크리스천들이 오피니언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중국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합니다. 실제로 통일이 되어 유라시아 철로와 아시안하이웨이가 개통되면 중국에도 엄청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참 ‘북한 옛 교회들의 이야기’ 말씀을 하셨는데 제 전공이 북한교회사입니다. 북한에 있었던 개교회(個敎會)들의 역사를 통해서 북한교회사 전체를 재조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미시사(微視史)라고 해서 이런 일들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 중국선교 활동을 하시면서 잊지 못할 일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1983년에 당시 홍콩에 있던 중국교회연구센터(CCRC)에서「中共對基督敎政策」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당시 한국교회에 중국선교 붐이 일어나고 있을 때라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번역해서 출판을 하려고 했지요. 그때는 그것을 번역할 수 있는 분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지금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하는 수 없이 크리스천화교 세 분이 초역을 하고 제가 원문과 대조하면서 교열을 해 나가는데‘신의종(信義宗)’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무슨 뜻인지 애를 써도 알 수가 없어서 한글 번역에도 이 말을 그대로 넣었지요. ‘범체강(梵旬岡)’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대로 인쇄소로 넘겨 인쇄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는데 휴가 갔던 중국어방송 책임자가 돌아와서 그 말을 듣고, 하나는‘루터교’이고, 하나는‘바티칸’이라고 알려주더군요. 전화로 인쇄를 중지시키고 달려가서 활자를 바꿔 넣었지요. 활판 인쇄를 하던 시절이어서 그것이 가능했습니다. 그 책의 반 정도는 한자 단어 그대로, 반은 한글 단어로 출간되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입니다. 

이 책 출판을 진행하면서 중국교회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때 중국교회연구센터 소장인 조나단 차오(趙天恩) 박사님을 여러 번 뵈었는데 이분에게서 중국의 기독교에 대한 지식은 물론 선교열정과 검소한 생활태도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난 1·2월호 이 기획인터뷰의 장보리 목사님도 조나단 차오 목사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씀하신 것을 읽었습니다. 

1986년에 아시안게임이 서울에서 열렸는데 중국(당시는 중공)선수단이 왔습니다. 6·25 전쟁 후 최초로 대규모의 중국인들이 공식적으로 한국 땅을 밟은 것이지요(1983년에 민항기 불시착 사건이 있었는데 이것은 돌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들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행동했습니다. 선수촌에 기독교관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오지 못했습니다. 기독교관에서 멀티 슬라이드를 상영했는데 얼마 지난 뒤에 그것을 보러왔다고 하면서 두세 명씩 오더니 나중에는 예배에도 참석하더군요. 그때 중국어에 능통한 송병권(宋炳權) 목사님이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과 필담을 했는데 그 서툰 필담을 통해 복음을 전해도 진지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아, 성령이 정말 중국과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강하게 역사하고 있구나!’깨달았습니다. 2년 뒤인 88서울올림픽 때는 중국선수단의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 처음 간 것은 1989년 12월이었는데 추위에 대비해서 중무장을 하고 갔어도 동북지방에서는 몸이 얼어붙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라고 하면 먼저‘춥다’는 생각에 몸을 움츠리게 되는데 요즘은 추위가 덜한 것 같습니다. 

▶“「중주」가 나오면 발행인으로 책임감을 갖고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그으며 읽는다.”고 하시는 것을 들은 일이 있습니다. 편집인으로서도 같은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빨간 볼펜을 그은 내용들은 재가공해서 보관 및 활용하시는지요? 
제가 분당에 살고 있는데 어디를 갈 때는 언제나 지하철을 이용합니다. 기도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또‘지공족’이어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여러 가지로 좋지요. 분당에서 서울시내에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런 이유로 짜증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 갈 일이 있으면‘아, 시간이 이만큼 걸리겠구나. 책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겠구나’계산을 해 가지고 나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중주」는 주로 지하철에서 읽습니다. 지하철에서는 붉은 줄을 그을 수 없으니까 붉은 줄을 그어야 할 부분이 있는 페이지를 접어놓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이나 집에 돌아와서 그 부분을 찾아 자를 대고 붉은 줄을 긋지요. 제게는 붉은 줄을 많이 그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오자나‘잘못이 아닌가?’의심이 되는 부분도 붉은 볼펜으로 표시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아주 중요한 것은 줄을 그은 다음에 수첩에 옮겨 놓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생겨 다시 읽을 때는 붉은 줄을 그은 부분만 다시 읽어도 전체를 읽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때 붉은 줄을 그으면서 읽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요즘 스마트폰 앱으로 성경을 읽는 분들이 많고, 심지어는 예배에서 성경봉독 순서를 맡은 분이 아이패드를 들고 나오는 것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런 분들은 붉은 줄을 긋는 재미를 볼 수 없지요. 

▶ 마지막으로「중주」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중주」는 내용이 더 충실해지고, 책의 볼륨도 커지고, 디지털에서도 잘 활용되고, 월간이 되고, 중국어판도 나오고, 무엇보다도 독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숙제를 같이 풀어나가 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리 |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