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학에서 표현되는 국민당과 공산당의 알력 중국 본토의 동향을 아는 것도 중요하나 타이완의 상황을 겹쳐 보는 것도 중국을 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근대사에서 중일 전쟁 후 국민당과 공산당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남긴 흔적이 많다. 특히 문학작품 속에서 그 생명력이 여전하다. 1949년 5월 수세에 몰린 국민당 정권은 공산주의의 공격이 거세지자 30만 명의 군대를 타이완에 진주시켰다. 그리고 그해 10월 광저우 등지의 군사적 충돌에서 공산군에게 패배하자, 12월 국민당 정부를 타이완으로 완전히 이전했다. 이어 타이완에서는 국민당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 활동들이 전개되었고, 1950년대에는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에 계엄을 선포했고 공산당에 대한 탄압도 거세졌다. 문학과 예술에서도 반공 사상이 강요되었고 대규모로 반공 문학이 창작되어 곧 타이완 문학의 주류를 형성했다.
작가 장구이는? 작가 장구이(姜貴)의 본명은 왕린두(王林渡)다. 1908년 11월 3일 산동성 주청에서 태어나 10월 17일 타이종(台中)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구이는 투철한 반공 사상으로 순탄치 않은 일생을 보내야 했다. 소년 시절에 국민당에 가입했고, 1927년 국민당 정부의 분열과 난창(南昌)에서 벌어진 국민당과 공산당의 무력 충돌을 겪었다. (장구이는 이 시기의 주요 배경을 제재로 삼은《종양(重陽)》을 발표한다.) 이 시대적 사건을 통해 장구이는 공산당의 형성과 성장, 본질에 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것이 바로 이 책《회오리바람》을 쓰게 된 주요 원인이 된다.
장구이는 1937년 입대해 중일전쟁에 참여했으며, 전쟁이 끝나고서 퇴역했다. 1948년 가족과 함께 타이완의 타이난으로 이주한다. 1952년《회오리바람》이 완성되었으나 출판사들에 여러 차례 거절당하고 1957년 자비로 출판해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당시 유명했던 동명의 책 때문에 제목을《금도올전(金禱奄傳)》으로 바꾸었다. 이 책은 2년이 지나서 우루친 선생의 추천으로 밍화수쥐(明華書局)에서 정식으로 출판되었는데, 이때《회오리바람》이라는 원래의 제목을 찾았다.
책을 열면 이 소설 가운데는 수십 명의‘등장인물’과‘관계도’가 나온다. 소설의 중심은 팡씨 가문이다. 소설은 1930년대 산동 지역을 배경으로 지역에 공산당이 형성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팡샹첸은 산동 지역의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지만, 공산당에 매료되어 주변 인물과 가족들에게 공산당의 이념을 주입하기 바쁘다. 그는 고향으로 가서 많은 고초를 겪으면서도 지역 공산당의 창시자로서 공산당을 성장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하지만 공산당에 대한 이해의 결여와 무리한 세력 확장은 조용한 농촌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결국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게 한다. 이 과정에는 팡상첸 일가를 비롯해 지주, 하인, 노동자, 소작농, 도적, 군인, 일본인, 기생과 창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상징적인 의미는 물론, 복잡한 갈등과 대립 관계를 맺으며 스토리에 힘을 부여하고 작품에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특히 중일 전쟁과 내전을 겪으면서 기존의 봉건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권력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과정이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이 부분에서 중요한 것은‘제대로 된 생각’이다. 이론적인 무장이 되지 않은 채 행동이 앞서다보니 본인도 다치고, 다른 이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공산주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그 이론을 갖다 쓰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변색되기 쉬운 사상이었다.
“제 생각으로는 저희가 아는 것이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구이저우(貴州)성 출신의동인밍이딱딱하고서툰표준어로말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 해봐야 고작 소련에서 10월 혁명이 있었다는 것뿐이고, 도대체 그 10월 혁명이 어땠는지는 전혀 알 방법도 없습니다. 이론 방면으로도 그렇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얇은 자본론 입문서 한 권뿐인데, 그마저도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조직을 발전시켜 나가자니 어려울 수밖에요.”중국에 공산주의 이념이 들어오는 초기 과정을 잘 그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앞선다는 것의 자만심과 두려움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팡샹첸은 자신이 공산주의를 전파한다는 것에 긍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 역시 갖고 있다. 중국의 변화를 바라고 있지만, 큰 그림은 못 보고 있다. 그는 근대적 교육을 받았기에 중국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붙잡힌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자 했으며 스스로를‘전파자’이자‘창시자’라고 생각했다. “나는 전파자이자 창시자다. 언젠가는 중국에도 공산 사회가 실현 될 것이고, 사람들도 나 팡샹첸이 쏟아 부은 피와 땀을 알게 되겠지. 그렇다면 내 일생도 그리 헛되지 않겠지.”
그러나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새로운 세상은 다분히 추상적이다. 팡상첸은 중국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 제도의 개혁이라고 판단했고, 그리하여 중국의 경제를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공산당을 선택했다. 그러나 공산당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새로운 아집으로 자리 잡는다. 그는 공산당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으나 소련의 공산혁명에 대해서도 꿈결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그의 공산주의는 경험이나 실체가 아닌 신기루에 지나지 않았으며, 다시 정신이 들면 사라질 존재였다.
팡상첸의 딸 팡치후이가 물었다. “아버지, 아버지 생각에는 중국이 공산주의가 가능할까요? 꼭 실행될 거라고 생각하세요?”팡상첸은 답했다. “분명 그렇게 될 거다. 근 100년의 변화를 봐라. 중국의 문제가 단순히 정치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제도상의 문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느냐? 공산당은 경제 제도를 개혁할 혁명당이야. 그러니 분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너희도 앞으로 다시는 의심을 가지지 말고 나만 믿고 따르도록 해라. 나는 이미 결심을 굳혔다.”
또 다른 권력의 도구가 된‘공산주의’ 팡샹첸이 T성에서 처음 맞닥뜨린 과제는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경비였다. 아무리 좋은 뜻과 생각이 있을지라도 활동 자금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의 임금을 가불하기도 하고 지니고 있던 옷을 팔거나 주변에 빌리기도 했으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애쓴 만큼 자금이 모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상하이에서 날아온 새로운 지도자 스선즈가 등장한다.
스선즈가 말을 꺼냈다. “샹첸 동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동지가 가진 재산을 팔 방법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공산당원이 한편으로 지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는 물과 불처럼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고기든 곰 발바닥이든 둘 중에 하나만 얻어야지. 절대로 둘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돈과 사람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와 같다. 물론 재물에 욕심을 안 내고 산 이슬만 먹으면서 신선처럼 살다갈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가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재물은 윤활유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지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다. 공산주의의 앞날이 참담한 상황으로 갈 것이라는 것은 상하이 스선즈의 행태에서 예견된다. 그는 활동자금으로 사사로운 자신의 치장에 돈을 써버린다. 비단을 사고, 여자에게 줄 비단 꽃신을 사고, 자질구레한 장신구 따위나 사는데 집중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욕심과 야망에 사로잡힌 그는 무리하게 자금을 확보하려다 결국 자신이 판 함정에 빠져 죽고 만다. 스선즈의 죽음은 팡샹첸에게 더욱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투쟁 의식을 드높이는 계기가 된다. 그러던 중 팡상첸의 주위에 팡페이란 자가 함께한다. 팡샹첸의 먼 친척이기도 한 팡페이란은 특별한 기술도 생계유지의 방편도 없이 아이만 열을 낳아 키우고 있었다. 변변치 않은 살림에 아이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하고, 학교 다니는 아이가 둘이나 되지만, 그 아이들은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다고 한다. 없는 살림에 술과 여자에 빠져 살던 그가 공산주의 조직에 합류된다. 한량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인맥 하나 만큼은 잘 다져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팡페이란에게 공산사회란 결혼과 이혼의 자유가 있고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에서 자신을 구해 줄 낙원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그는 공산당, 공산주의를 통해 어떤 사회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보다 그가 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나고 오직 챙겨야만 할 권리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은 내 이웃에서 충분히 목격되는 일이다. 소위 정치가들에게서 빈번하게 보이는 행태이기도 하다.
누구를 위한 공산주의인가 팡씨 가문의 상황은 태풍을 목전에 둔 볍씨처럼 한 방에 날아갈 상황이 되었다. 팡읍 자위단 부사령관의 직책까지 차고 있던 팡란우는 선조에게 물려받은 땅을 축첩에 다 써 버리고 결국 기생의 손에 죽음을 당한다. 공산당이 득세하고 나서 그의 부인은 남편을 죽인 사람의 형에게 다시 시집을 가게 되고, 심지어 기생의 시중을 들며 기생 노릇까지 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다. 이처럼 토착 세력 및 기생과의 결탁은 공산당을 기본 정신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만든다. 지주의 몰락은 농민들과 부녀자에게 더욱 가혹한 짐으로 돌아온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세상을 만든다던 구호는 새로운 권력이 득세하자 껍데기만 남고 만다. 이 와중에 서로 죽고 죽이는 복수극이 연출되기도 한다.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가 작가가 표현하는 축첩과 매춘, 미신, 마약에 대한 언급과 묘사가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당시 부패한 사회 제도에서 권력자가 누리고 있는 만큼 무지한 민중이 겪어야했던 고통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오랜 기간 이어지던 구세대의 인습을 휩싼 물질문명의 병폐와 사상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작가에게 비쳐진 혁명의 진짜 모습은 그저 권력의 이동 그것뿐이다. 계급이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해지는 세상은 이 땅에 존재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작가는 이 소설에서 당시 시대상을 잘 그려주고 있다. 특히 도시인들의 모습보다 농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인물들 간의 갈등을 잘 묘사해주고 있다. 사상과 권력이 농촌 마을에서 일으키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중첩해서 그려주고 있다. 서로 반목 없이 조용히 지내던 마을에서 혁명이 폭력의 회오리바람으로 변화된다. 근본적으로 작가는 중국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봉건적 관념과 무지함을 고발하고 있다. 이데올로기 앞에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드는 모습과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크고 길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1950년대는 중국 대륙과 타이완 모두 문학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심한 때였다. 당시 새롭게 창작되어 발표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존의 문학작품에도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많은 문학작품과 작가가 정치적인 이유로 탄압을 받거나 창작활 동에 제한을 받았다. 다른 한편으론 창작에 이데올로기가 충분히 녹아들도록 강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작품에 대한 평가 역시 문학 외적인 부분에 강조되었다.
이 책은 공산주의가 소련에서 중국으로 유입되는 과정과 처해진 현실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와 작가의 상징성을 관조해보는 계기가 된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