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중국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가 바로 도시화다.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하는 중국 5세대 지도부가 10년 동안 이끌어갈 경제·사회발전의 키워드 역시 단연 도시화다. 최근까지 중국의 신지도부는 도시화를 강조하였고, 도시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강도 높게 신형 도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형 도시화 정책 추진에 따라 중국 국민들이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신형 도시화가 어떤 형태로 추진될지, 추진되면서 발생되는 기회와 위기는 무엇인지, 이러한 기회와 위기는 누구에게 주어질 것인가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구형 도시화 VS 신형 도시화
이번 도시화 정책이 최근 들어 시도된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자하면, 이번에 추진되는 도시화는 과거에 추진되었던 도시화 정책과 구별되게‘신형 도시화 정책’이라고 불린다. 용어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실질적인 내용에서도 변화가 있다. 신형 도시화 정책의 핵심은 도시화의 양적 속도가 아니라 도시화의 질적 향상에 있다. 과거에 양적 성장을 위주로 한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중국의 도시들에서 교통체증, 환경오염, 도시와 농촌 간 발전 불균형 등의 문제들이 악화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양적 도시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질적 도시화 정책을 들고 나선 것이다. 신형 도시화는 도시공간의 단순 확장이 아닌, 실질적 인프라를 강화하고 기능적 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적정 수준의 밀도를 유지하고, 도시들 간에 연계에 주력하는 것이다. 가령, 과거의 도시화가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을 바탕으로 인프라와 부동산 건설 등 속도전을 펼치며 양적 성장에 중심을 두었던 반면, 이번에 새롭게 강조되는 도시화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으로 원격근무나 최소화된 이동거리 등 첨단 IT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친환경 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는 질적 성장으로 설명된다.
중국은 신형 도시화를 통해 중국 경제의 내수 확대, 경제 구조조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신형 도시화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2030년 전까지 도시화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3년 현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53.37%로 세계 평균수준에 도달하였으나, 선진국 수준인 70-80%에 비해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중국 도시화 비율 70%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1,000만- 1,200만 명의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도시화 추진을 위해 막대한 노력을 쏟아 붓겠지만, 양적 도시화가 아닌 질적 도시화를 추진하는데 많은 기회 못지않게 많은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 VS 위기
중국에서 신형 도시화에 동감하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도시화 드라이브를 지지하는 계층들이 있다. 이들은 도시화의 효과에 주목하는데, 도시화는 투자, 소비와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도시화를 통해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소비 확대, 산업 구조 재편 등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같이 중국의 도시화가 신속하게 진행된다면 20년 이상 중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첫째, 도시 인구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전국 평균 10만 위안의 수도, 전기, 가스, 난방, 주택, 인터넷, 의료, 교육, 취업, 연금, 도로 등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다. 특히 농촌과 도시 간 거주방식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상하수도, 공공시설, 통신망 등 주거 인프라와 가구, 가전 등 내구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도시화 비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10조위안의 수출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현재의 도시화 속도가 유지되면 향후 10년 동안 사회소비 수준이 2배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도시화가 빠르게 추진됨에 따라 도시형 생활양식이 농촌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농촌 소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도시화는 중국의 산업구조를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전환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조성할 것이다. 인구 밀집으로 서비스업 수요가 증가하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취업인구가 늘어날 것이고, 서비스업이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제반사항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산업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화는 양날의 검과 같은 문제가 있다. 최근 중국의 여론과 대중매체에서는 급속도로 추진되는 도시화가 초래할 수많은 문제에 대해 지적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도시화의 주체인 농민들의 권익 침해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첫째, 투자라는 명목 하에 부동산 개발 및 건설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농민들의 땅을 상업용지, 건설용지로 바꾸기 위해 적은 보상금만 안겨주고 토지를 강제 압류해서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둘째, 도시화 추진에 따른 농촌 소비의 확대는 도시형 생활양식을 즐길 뿐만 아니라, 사실상‘농민의 시민화’(농업호구를 비농업호구로 변경)를 실현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도시화 추진으로 인해 더 많은 농민들이 외형적으로 아파트에서 살게 되었지만, 정작 시민대우를 받을 수도 없고 농민으로서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호구 제도에 따른 문제에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도시화 과정에서 농업 인력의 감소하였더라도 토지를 잃은 농민이 도시주민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지 못해 3차 산업의 발전 여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형 도시화는‘공간적 도시화’가 아닌‘인적 도시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므로, 도시에 정식으로 등록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농민들이 시민화 되어 가는 과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도시 상주 인구율 VS 도시 등록 인구율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1978년 17.92%에서 2013년 53.37%로 연평균 1%씩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00년에 접어들면서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매년 평균 1.36%포인트씩 상승해서 드디어 2013년 53.37%에 도달했다. 2011년 중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시인구는 6억 9,079만 명으로 증가한 반면 농촌인구는 6억 5,656만 명으로 감소하면서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도시인구가 농촌 인구를 앞지르게 되었다. 하지만 만일 도시화 비율을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인구가 아닌 도시에 정식으로 등록된 인구로 계산한다면,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이보다 훨씬 감소하게 된다. 2013년 중국의 도시화 비율이 53.37%로 되어 있지만, 도시에 정식 등기된 인구를 근거한 도시화 비율은 35.29%에 불과하다. 이것은 도시 상주 인구를 단순하게만 파악한 결과이다. 중국의 도시 인구는 상주 인구와 정식 등록 인구로 나눌 필요가 있다.
2억여 명에 이르는 농민공은 도시주민으로 정식 등록하지 못해 농업호구를 소유한 채 도시에 들어갔지만 도시민으로 거듭나지 못하고‘반 도시화’상태에 처해 교육, 의료, 위생, 사회보장과 주택보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 농민공은 도시로 이주해 거주하더라도 도시 주민 호적을 획득할 기회가 거의 차단되어서 농민공 대다수들은 교육, 보건의료 및 취업, 부동산 매매 등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이는 최근 도시화의 폐단,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칭화(淸華)대학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로 이전한 주민의 10%만이 사회보장혜택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신형 도시화’는 도시 인구의 단순 확대가 아닌 ‘농민의 시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도시화 과정의 사각지대에 몰려있는 농민공을 위한 사회 제도의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 온 세계가 중국의 도시화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의 도시화를 다각도에서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중국의 도시화는 세계 다른 어느 국가보다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우리나라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지도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화 정책으로 약 8900조원 규모의 내수시장이 추가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기업들의 이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 국내 기업들은 중국 진출에 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현지화 전략 부재, 파트너 문제,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 변화 대응 미숙 등의 원인으로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도시화 사업 참여는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라 예상한다. 이렇듯 중국의 도시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외면적으로 보이는 성장 잠재력과 그 아래 감춰진 구조적 문제들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인 도시화 측면에 착안하여 향후 추진될 중국의 도시화 과정을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김병철 | 중국인민대학교 사회보장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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