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필자가 그 동안 한국과 선교현장에서 미전도종족선교 사역을 하면서 접했거나 들어보았던 미전도종족선교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란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민족에게 선교하자는 일반적인 의미가 아닌(그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로 랄프 윈터를 통해 개발되고 소개된 ‘선교학적이고 전략적인 개념’을 의미한다.
미전도종족선교의 우선성에 대한 비판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비판은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선교’사역에 대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랄프 윈터 박사는 선교의 심각한 불균형을 말하면서 미전도종족선교를 강조하였으며 필자가 보기에 그는 내심 선교는 바로 미전도종족 사역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비판의 골자는‘과연 선교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정당한가? 그것이 동일하게 중요한 다른 사역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다.
비판자들은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소위 전도된 종족이나 지역을 섬기는 선교사들과 사역단체들을 제한된 선교자원을 낭비하는 형편없는 자들로 취급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이류 사역을 하는 사람들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이 보기에 전도된 종족 내에서도 교회가 거의 없는 곳에 많은 전도되지 않은 사람들이 남아있는데도 전도된 종족이라고 분류되면 이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나 단체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주로 소위 전도된 지역이나 종족 내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와 단체에 의해서 제기 되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서 필자는 전도됨과(reachedness) 복음화(evangelization) 개념2)의 차이에 의해서 생긴 오해라고 생각한다.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에서 전도된 상태란 한 종족 내에 자생적 교회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판자들의 오해는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에서 말하는 전도된 상태를 선교의 완결로 보고 있다고 믿는데 기인하는 것 같다. 즉 어느 정도 신자의 숫자가 차면 더 이상의 사역은 필요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미 전도된 종족에 남아 있는 선교사는 불필요한 사역을 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필자는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성경적인 선교 개념과 배치된다. 일단 전도된(reached) 종족은 이제 복음화 되어야 한다고 성경이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바울은 에베소 사람들 가운데 교회를 세우고 난 다음에도 디모데를 그곳에 남겨두고‘전도인의 일(복음화)’을 하라고 하였다(딤후 4:6). 학자들은 이것을 근거로 선교를 바울형 사역(전도됨)과 디모데형 사역(복음화)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랄프 윈터는 이것을 개척선교(Frontier Mission)와 일반적인 선교(General Mission)로 구분하였다. 이처럼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은 복음화(디모데형 사역, 일반적 선교)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 사역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의 말처럼 잃어버린 종족들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은 둘 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전도/미전도의 구분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복음에 반응적인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성령의 흐름에 따라서 선교해야지 인간이 만들어낸 구분에 따라서 선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전도종족에 나아가는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지만 동시에 성령의 주권적인 인도가 우리를 이미 교회가 세워진 추수 지역 가운데 위치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자들은 말한다.
바울은 이미 교회가 세워진 곳에서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굳건히 세우는 일에 대해서 그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바울서신 대부분이 개척된 교회를 견고하게 세우고자 하는 목적으로 기록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선교사 바울 자신은 그 일을 하지 않았으며 교회를 돕기 위해서 남겨둔 디도나 디모데와 같은 선교사들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신의 선교팀에 합류하도록 한 것 같다. 바울은 선교지에 세워진 교회에서 선교사들이 계속 머물기를 원치 않았고 복음화 과정은 현지교회와 지도자(장로들)가 감당하기를 원했던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전도됨)은 교회가 있는 곳에서 복음화(영적 추수)나 제자화의 사역이 결코 덜 중요한 사역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복음화는 현지교인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되어야 하며 선교사에 의한 제자화 사역도 한시적이거나 제한적으로 본다는 면에서 바울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확신한다.
결국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은 사역의 중요성에 대한 우선순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 배치의 우선순위를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소위 전도된 종족 내에서 선교사가 꼭 필요한 사역을 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사역하는 것이 미전도종족을 대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보다 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미전도종족선교 운동가들은 이런 분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격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음화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도 현지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 현지 지도력의 성장을 늦추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교의 지역별 우선순위를 나누는 것은 미전도종족 개념의 효과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이것은 오히려 루이스 부쉬가 주창한 10/40창 개념이 불러일으킨 논쟁이다. 10/40창 선교 개념은 선교의 우선순위 지역을 지정하는 것이고 이것에서 벗어나는 다른 지역 예컨대, 유럽이나 남미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불만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어디서 사역을 하든지 문제는 한 종족 내에 교회개척 운동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어느 곳이든지 미전도종족이 있는 그곳이 바로 개척 지역이 된다. 미전도종족과 10/40창 개념이 거의 동시에 소개되면서 선교의 우선순위에 대한 오해도 증폭되었던 것 같다.
미전도종족선교가 선교의 지리적 측면을 무시한다는 비판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의 중요성은 선교지를 지리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을 극복한 것이었다. 그것은 종족의 관점에서 볼 때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전통적인 선교지에서 랄프 윈터가 말한‘E-1’혹은‘P-1’사역을 할 수 있고 미국, 영국 등 소위 기독교권 내에서도‘E-2, E-3’혹은‘P-2, P-3’사역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바로 이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교는 결국 어떤 지역에서 하는 것인데 미전도종족선교가 지리적인 관점을 무시하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냐는 것이다. 즉, 기존의 국가나 국가 내의 특정 지역, 더 나아가 국가를 넘어서는 권역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들이 종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종족만을 생각해서는 구체적이며 적절한 선교전략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구체적인 지리적 영역 내에서 이루어지는‘사역’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 영역을 선교의‘단위’로 보는 것을 극복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 종족 분류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동일종족에 대해서 선교전략적인 측면에서 별도의 종족으로 분류하는 것은 미전도종족선교의 지리적(국가적) 차원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종족 사역을 위해서는 문화, 언어뿐만 아니라 지리적인 영역과 연관된 선교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IMPAC에서 강조한 도시를 통한 종족선교 전략은 종족의 문화-언어 영역과 지리적 영역(도시)을 결합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KWMA에서 제시하고 있는 CAS선교 개념도 크게 보면 지리적 영역과 종족선교 개념을 결합한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선교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전방개척선교 개념은 한편으로 종족선교의 지리적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 있다. 특정 지역만을 땅 끝이라고 하거나 전방개척 지역이라고 하면서 그곳에만 선교하자는 것은 그것을 지나치게 주장할 경우 다시 지역중심 선교 개념(내지선교 시대)으로 돌아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미전도종족선교는 지구촌 어디든지 모든‘지역’에 있는 숨겨진 종족을 찾는 것이다. 개척선교지 뿐만 아니라 전도된 지역 내의 미전도종족을 찾아 선교하는 데에도 종족선교 개념의 중요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선교 개념의 지역적 회귀는 이러한 이점을 잃게 한다. 게다가 전방개척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서 미전도종족 사역을 하는 선교사들을 마치 개척선교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오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에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백투예루살렘(BTJ)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지적을 할 수 있을 것이다.3) 이러한 특정 지역을 지향하는 선교 운동보다는 소위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From everywhere to everywhere)”를 글로벌 기독교 시대에 선교 운동의 모토로 삼는 것이 좋다고 본다.4) 미전도종족선교는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향한다.
거시적 전략측면에서 특정 지역을 부각시키는 것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희석될 때 소위 개척 지역 내 이미 전도되었거나 쉽게 사역할 수 있는 종족에게 향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중국 신장 지역은 개척선교지이지만 그곳에서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강조되지 않을 경우 한족 사역으로 쉽게 자원이 흘러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종족선교의 지역적 접근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특정 지역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개척선교지가 다름 아닌 미전도종족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미전도종족선교의 틀 안에서’ 선교를 지역화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선교 사역의 완수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
미전도종족선교는 선교사명의 완수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개개인이 아니라 종족을 선교대상으로 삼을 때 선교의 끝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복음을 들어야할 개개인의 숫자는 종교진영의 인구학적 변화, 서구 기독교진영의 세속화, 새로운 세대의 출현 등에 의해 항상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복음을 들어야 할 종족의 숫자는 증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존 파이퍼는 “우리는 선교적 사명이 미전도종족에게 (그저 많은 사람들이 아닌, 종족 집단에게) 다가가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그리고 그 사명은 반드시 완수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한다.5)
그런데 선교의 완수를 말하기 위해 미전도종족의 수를 세고 종말론적인 끝을 앞당기려는 시도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부분을 인간이 관리하려는 인간적인 시도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다. 이는 소위‘관리선교학(managerial missiology)’라는 이름하에 세속적 선교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6)
이 비판은 주로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태동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인 교회성장학을 비판하는 선교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런데 그 평가는 과연 ‘성경은 선교의 완수 혹은 그 끝을 말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을 고려해서 내릴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는 지리적인 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행전 1장 8절은 모든 미전도된 ‘지역’에 도달하는 것이 선교의 특별사명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여기에는 근처에 있는 회심하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 끝까지 가도록 계속 움직이라는 압력이 들어 있다. 그런데 땅 끝이라는 문구는 땅의 모든 종족들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시편 22편 27절에 “땅의 모든 끝이 여호와를 기억하고 돌아오며 열방의 모든 족속이 주의 앞에 경배하리니”라고 하였다. 이 병행구절은 땅 끝이라는 것은 먼 곳의 모든 민족들을 의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점은 신약의 마태복음 24장 14절에서도 발견되는데 이 말씀에서는 더 나아가서 지리적인 끝 곧 모든 종족에게 전파되는 것은 시간적인 끝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파신 토이스 에스네신)에게 증거되기 위하여 온 세상(지리적인)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시간적인)이 오리라” 같은 맥락에서 마가복음 10장 13절에는 시간적인 끝이 오기 전에 “이 복음이 먼저 모든 민족(판타 타 에스네)에게 전파되어야 할 것이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끝에 대한 성경의 말씀을 들을 때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유명한 신약학자인 죠지 앨든 래드는 이렇게 요지로 말했다.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거가 되어 종말이 오는 것을 우리는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가?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주어진 천국의 복음을 즐기면서 종말이 오기를 바라보아야 하는가? 기다려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동적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태복음 24장 14절의 예언은 단순히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알도록 하기 위해서 주신 말씀이 아니다. 오히려 그 예언의 성취를 우리의 임무로 생각하도록 권면하기 위함이다.”7)
마태복음 28장19-20절의 대위임령도 마태복음 24장 14절과 같이 “끝날”이라는 종말론적 술어로 연결된다. 가서 모든 족속을 제자삼는 제자들에게“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고 약속하신 것은 역시 세상 끝날과 모든 족속을 제자 삼는 대위임령의 완수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임무는 그 끝을 이루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우리는 그 끝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필자는 래드(Ladd)와 같이 전천년설과 같은 종말론적 견해를 기반으로 세상의 끝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천년왕국에 대한 어떤 견해를 가지든지 혹은 그 종말의 모습이 지금과 연속적인 세상이든 불연속적인 세상이든지 간에 하나님의 구속계획은 시간적인 완성을 포함하며 그 시간적인 완성은 주님의 재림에 의해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확신에 근거한 것이다.8) 따라서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이해하고 그 종말, 완성의 때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나님의 구속계획을 ‘관리’하고자 함이 아니고 그 계획에‘참여’하고‘순종’하기 위함이다.
내가 이해하는 한 미전도종족선교의 요지는 지금 우리 손에 있는 리스트에 적힌 모든 종족에게 찾아간 이후에 멈추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이 재림하시지 않는 한 우리가 찾아가야 될 종족 집단들이 필시 더 있을 것이므로 우리는 멈추지 말고 이들에게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전도종족 리스트는 유용하고 또 반드시 갱신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분명히 미전도종족 선교는 세상의 끝(구속의 완성)을 앞당기는 데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며 이 일에 주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미전도종족선교가 민족분리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종족단위 교회개척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를‘민족분리주의’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이러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각 국가들이 민족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데 미전도종족선교는 이에 역행함으로써 오히려 국가의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교회성장을 이룩할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민족갈등이나 정치적 박해를 초래함으로써 기독교발전에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교전략으로서 민족분리주의의 색채를 띠는 종족단위 교회개척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의 보다 신학적인 접근은‘한 지역 내에서 종족별로 별개의 교회를 세운다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족선교가 유대인과 이방인 종족 간의 담을 허물어야 한다는 성경말씀(엡 3:13-18)과는 달리 종족 간에 담을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신학적 비판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을 부정할만한 강력한 것이 아니라고 믿으며 이에 대해 역시 정치적이고 신학적인 견지에서 대답하고 싶다. 우선 정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다민족국가에서의 민족통합이라는 슬로건은 주로 정치적 헤게모니를 지닌 주류종족이 내거는 것이며 이는 주류민족 중심의 통합을 의미한다. 그것이 소수민족의 입장에서는 평등한 통합이 아니라 종족정체성의 약화를 통해 이류시민으로 영구적으로 전락하게 만든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독교는 약자의 종교이며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에서 굳이 정치적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은 소수 종족에게 그들의 언어와 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줌으로써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보다 평등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신학적인 비판에 대해 우선 선교학적으로 볼 때 종족 집단과 같은 동질 집단 내에서 전도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더 많은 영혼을 얻는 것은 여러 종족이 함께 하는 교회를 세우는 것보다 우선되는 가치이다. 둘째로 바울이 하나 됨을 강조한 의도는 각 종족교회가 그‘문화적 통일성’을 통해서 담을 허무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종족교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함으로써 그 담을 허물고자 하였다. 즉 유대인은 유대인의 문화대로, 이방인은 이방인의 문화에 따라 교회를 세우고 자유롭게 주님을 섬기도록 의도하였다. 그러므로 하나 됨이란 다양성 속에서의 지체의식을 의미하는 것이지 획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9)
위에서 언급한 비판은 주로 다민족교회를 개척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오직 단일민족교회 개척을 지지하고 다민족교회 개척을 반대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이다. 필자가 다른 곳에서 지적한 적이 있지만10), 다민족교회의 종족회중 설립 모델도 미전도종족교회 개척의 중요한 모델 중 하나이다. 우리가 다민족교회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지만 그 교회가 과연 종족 내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나아올 수 있는 교회인지 아니면 주류민족에 동화된 종족(주류민족어를 사용하는)들만이 나올 수 있는 교회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또 다른 담을 세우는 것이 된다.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서구 개념이라는 비판
이 비판은 무분별하게 서구에서 개발된 선교 개념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그것이 서구 개념이라는 비판의 이면에는 미전도종족선교가 일종의 유행으로서 지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이 깔려있다. 포스트모던 시대, 어떤 지배적인 사상이 부인되는 분위기에서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에 대한 강조는 점점 약해지기 쉽다. 그러나 어떤 사상이나 개념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한계를 지워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복음도 중동에서 만들어진 사상이라고 폄하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상이나 개념은 그것이 성경에 기초하고 사랑이 동기가 된다면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사실 미전도종족 선교 개념은 서구의 근대적이며 제국주의적인 선교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미전도종족선교 개념 자체보다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분석적이며 이론적인 서구인의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분화된 종족리스트나 기타 분석적 자료들 그리고 이에 기초한 선교전략이 그렇다고 본다.
현재 세계선교는 전략과 정보, 방법은 서구에서 개발되고 자원동원은 비서구권에서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선교신학의 측면이나 전략의 측면에서 비서구의 자립성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비서구중심적 선교운동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9.11이후 서구선교가 심각한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세속화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이 기독교의 종주국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은 이것을 종교 간의 전쟁으로 끌어가려고 한다. 과거 중세와 근세에 있었던 서구선교의 정복주의적 자세가 재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대부분 기독교에 저항적인 미전도종족선교를 위해 기독교 혹은 기독교 선교는 서구(작게는 미국)와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기독교가 아시아-아프리카의 종교이고 선교사는 더 이상 서구인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선교는 초대교회 시절처럼 피정복민에 의한 정복민에 대한 선교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11)
기독교는 정치, 경제적 지배세력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영적 능력이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서구선교계는 이점에 있어서 아시아-아프리카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협력자가 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제 종족선교를 위한 국제적 협력도 점차 비서구권선교사들이 주도하고 이를 위한 국제회의도 현지어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현지어가 부족한 선교사들을 위해 각국의 언어로 통역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미전도종족선교의 한국적(혹은 한국형) 선교 모델을 개발12)하고 아울러 선교신학의 면에서도 한국적 선교신학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미전도종족선교는 우리가 결코 유행처럼 취급할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 한국교회에 미전도종족선교 개념이 소개된 이래 그 개념은 한국 선교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한동안 유행같이 다루어진 면이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구체적인 전략제시나 자료생산이 유행처럼 이루어진 점도 있고 그 개념의 주창자인 랄프 윈터 박사 자신이 말년에 선교적 강조점을 달리 한 것에 영향을 받은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구가 개발한 선교전략과 자료 패키지로서가 아닌 성경적인 의미에서의 미전도종족선교는 우리가 결코 유행처럼 취급할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선교의 목표인 하나님의 역사 완성 즉, 구속 계획의 성취를 이루는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모든 민족을 향해 선교하는 사명은 하나님나라의 역사의식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요 12:26). 주님의 부름과 사랑을 받는 자,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기 원하는 자는 그분이 계신 곳에 함께 있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분이 계신 곳은(저 천국이 아니라-필자) 하나님나라와 악한 자의 권세 사이에 위치한 최전방이다.”13)
그곳은 바로 주님께서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신 모든 민족을 제자 삼는 현장이다(마 28:19-20). 누구든지 미전도종족선교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주님과 함께 하고 싶은 열망과 그분의 계획에 자신의 삶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열망을 근거로 꾸준히 미전도종족선교에 마음이 드려지고 그 전략을 현장에 맞게 새롭게 함과 동시에 한국화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주
1) 한수아, 『한국선교KMQ』, 2012년 가을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2) 여기서 말하는 전도의 개념은 복음전파와는 다른 개념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영어 'reached'를 전도로 번역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전도의 개념은 미전도종족선교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개념임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는 전도됨은 자생적 교회의 설립으로 복음화는 종족 내 모든 사람에게 복음이 전파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였다.
3) 이 운동에 대해서는 윈 형제, 폴 해터웨이 저, 류응렬 역, 『백 투 예루살렘』, 홍성사, 2005. 참조
4) 실제로 중국에서 10만 명의 평신도 선교사를 중국과 예루살렘사이의 나라들에 보내는 계획, 몽골과 러시아 내의 타타르스탄에서 타국으로 선교사 파송, 필리핀 역시 10만 명의 선교사 파송계획이 있다. 인도는 4만 여명의 자국 선교사가 존재한다. 파키스탄에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사 파송의 움직임이 있다. 카작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에서 자국 선교사를 타국으로 보내고 있다. 중남미에서도 선교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테말라, 브라질, 멕시코, 칠레에서 타국으로(특히 무슬림권으로) 선교사들을 보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자국 선교사들을 무슬림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 이집트 복음주의 교회는 약 30여 명의 선교사를 중동과 아프리카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중국으로도 선교사를 파송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마태, “21세기 국제질서 재편과 한국교회의 선교적 대응”GMTC, 선교연구, 제53호, 2005년 6월, p.10)
5) 존 파이퍼, 전의우 역, 『형제들이여 우리는 전문직업인이 아닙니다』, 좋은 씨앗, 2005. p.295.
6) 미전도종족 선교신학이 관리주의 선교학이라는 비판과 이에 대한 반론은 Levi T. DeCarvalho, "What's Wrong with the Label 'Managerial Missiology" in IJFM, 18:3. Fall 2001. pp.141-146을 참조.
7) 죠지 앨든 래드, 하나님나라는 언제 오는가? “하나님나라”, 크리스챤다이제스트, 2000. pp.120-136.
8) 세상의 끝, 종말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여기서 논외로 하겠다. 다만 지금 사는 이 세상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강조하는 두 가지 견해가 있음을 언급하고자 한다. 필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종말은 구속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9) 랄프 윈터, “새로운 마게도냐: 선교의 혁명적인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다 ”랄프 윈터·스티븐호돈(공동편 저), 미션 퍼스펙티브, 예수전도단, 1999. pp.460-463.
10) 한수아·김경, “한국선교사의 미전도종족 내 교회개척 전략에 대한 시론적 연구”, KWMA 미전도종족선교 10주년 기념자료집2.
11) 이 점에 대해서는 사무엘 에스코바 저, 권영석 역, 『벽을 넘어 열방으로』, IVP, 2004. pp.74-77.
12) 예를 들어 한국선교사들은 분명히 서구선교사들에 비해 직접적인 전도와 교회개척에 힘쓰고 열매를 많이 거두고 있는데 이러한 면을 부각하고 이론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13) 레슬리 뉴비긴, 홍병룡 역, 『다원주의사회에서의 복음』, IVP, 2007, p.242.
한수아 | 선교사, 무슬림 미전도종족 사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