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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0  통권 140호  필자 : 이관  |  조회 : 1434   프린트   이메일 
[서평]
트렌드 차이나

소비는 하나의 가치체계이며, 도덕이며, 제도이다.
따라서 소비는 단순히 구매하고 욕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인간을 규정하고, 존재하게 하는 방식이 된다.
- 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에서-

트렌드의 중요성을 아는 저자
이 시대에 청춘의 고민을 공감하며, 위로의 큰 흐름을 만든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의 필자가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여기서 새롭다는 의미는 처녀작 이후에 오랜만에 출간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필자는 이미 다작의 작가로 해마다 ≪코리아 트렌드≫ 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소비성향을 분석한 보고서 형식의 책을 출간해 왔다. 또한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이기에 학생들과 오랜 만남 속에 그들의 고민과 진로에 관한 여러 저서도 발표한 작가적 교수이다. 그럼에도 새롭다는 의미는 그 대상의 새로움을 말한다. 이번에는 분석의 대상을 청년이나 대한민국이 아닌 중국의 시장과 소비자로 잡아, 이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국 경제의 거대한 소비 성향 흐름도를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듣게 되는 중국관련 두 가지 뉴스가 있다. 하나는 유명한 신용평가사들의 통계예측을 인용하며‘중국이 언제 미국을 제칠 것이다’‘중국의 구매력이 언제 세계 1위를 차지할 것이다’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세계의 기업들은 까다롭고 복잡한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울 것이고, 자국기업의 보호주의와 해외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뉴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과 관련자들에게 시의적절한 책이 나왔다. 1997년부터 소비자 행태와 문화, 소비사회 등을 주제로 연구해 온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본서는 중국시장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하여 간략한 흐름으로 제시하고 있기에 한국기업에게는 명쾌한 트렌드 교과서로 또 한 번 각광을 받을 것이다. 본서는 중국에 의욕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소비재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CJ제일제당 등의 기업으로부터 최근 중국의 소비트렌드 변화 흐름을 분석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3년간 치밀한 현지 조사와 심층적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얻은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최대의 인구 규모, 소득과 소비 성향의 가파른 증가, 소비취향의 급격한 선진화가 삼박자를 맞추며‘시장으로서의 중국’의 매력이 가장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하에 소비의 흐름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은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다. 과장되게 말하면 팔리는 제품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제품을 살만한 사람들의 성향과 필요의 흐름을 파악해 내는 것이다. 

필자가 운전을 배워 직접 차를 몰고 다닌 지 4년째이다. 그런데 운전을 하면서 점점 더 느끼는 것은 운전고수는 핸들을 잡은 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흐름을 예감하는 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아무리 핸들을 잡은 손이 속도감 있게 차를 몰고자 해도, 차량의 흐름을 미리 읽고 뻥 뚫려 있는 길을 계속해서 찾아내지 못하면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의 상품적 수준은 이미 중국시장 내에 정평이 나있고, 계속해서 선진국과의 차이를 좁혀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핸들이 아닌 길의 확보이다. 중국인들의 소비성향의 흐름을 읽고 다른 상품들이 몰려가지 않는 대로를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 점에서 본서는 이 목적에 부합하는 안내판 역할을 한다.

중국 소비자와 시장의 범주화
학창시절에 자연과 생물에 관심이 있었다면‘계문강목과속종’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을 것이다. 나이테와 같이 생물 분류의 범주로 사용되었던 이 학문적 분류는 각 생물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예를 들면 안개꽃은 식물 계, 속씨식물 문, 쌍자엽식물 강, 석죽 목, 석죽 과, 대나물 속, 안개꽃 종으로 분류된다. 굳이 이처럼 범주를 하나하나 소개하며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본서의 학문적 분석과 표현 방법이 이 범주화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과 관련된 경제경영서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중국의 성장 가능성 및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력을 주로 분석했다면, 이 책은 중국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미시적으로 관찰, 분석함으로써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직접 필자들은 발로 뛰어다니며 소비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사례를 통해 분류하고, 흐름의 이름을 붙여 범주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중국 소비자를‘소득’과‘소비 지향성’의 두 축으로 나누어 ‘중국의 소비자는 무엇에 열광하는가?’이 흐름을 잡기 위해 소비자를 6가지 유형으로 범주화 시키며 각각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성향의 특징을 잡아내고 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7가지‘소비 DNA’를 분석함으로 중국의 소비자는 다른 시장의 소비자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고 있는데, 앞에서 범주화가 각 소비자 간의 차이를 보여주었다면 이 7가지 소비 DNA는 각 영역의 원형과도 같은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1) 본질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 2) 중국 소비자들의 체면 문화 3) 의심이 습관화 된 소비자들 4) 집단의식 속의 개인주의 5) 중국식 가족소비 6) 중국풍과 글로벌 문화의 균형 7) 사치품 선호 등 필자는 이상의 7가지의 공통적인 소비습관을 뽑아내 보임으로 복잡한 중국인들의 취향을 정리해주고, 해외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시행착오를 줄이며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내주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1, 2부에서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소비트렌드는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 지를 최근의 중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각종 신조어와 유행어를 분석하여 예측했다. 그 결과 저자와 연구팀인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3대 키워드를 도출해냈다. 첫 번째 키워드는‘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가’이다. 이전에는 한푼 두푼 절약하며 악착같이 사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던 그들이 이제는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이며, 레벨 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새로운 니치(틈새)시장의 대두’이다. 쉼 없이 성장해 온 지난 중국 경제의 10년은 기존의 주류시장을 이미 포화상태로 만들었고, 차츰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터인데,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난관에 봉착한 많은 기업들이 이제 그들에게 지갑을 열어줄 새로운 소비 집단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비자의 발굴은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는 관점으로 새로운 틈새를 발견하고, 형성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 번째 키워드는‘중국식 신실용주의의 등장’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두 가지 성향의 소비가‘한 사람’의 소비자에게서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즉 아끼고 아끼는 알뜰족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품목을 살 때는 거침없이 소비하는 이른바 중국식 신실용주의자들의 출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게 절실한 것은 소비자에 대한 공감능력이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중국시장과 선택의 스펙트럼이 넓은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의 흐름을 주목하고 대응하는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중국시장의 트렌드 쓰나미에 휩쓸려 가지 않고, 주도하는 필수 해법이 될 것이다.

흐름을 아는 자가 흐름을 주도한다
물론 지금도 중국시장은 변화 중이며, 움직여가고 있다. 또한 소비트렌드는 소비자 개개인의 구체적인 소비행태라기보다는 그 소비행태를 만들어내는 사회 분위기나 문화, 혹은 개인 정서의 변화에 가깝기에 그것을 예측하고 범주화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단편적일 수 있고, 일방적일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본서와 같이 한 방향의 흐름을 예측하고, 범주화시키는 작업은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결국 한 사회의 분위기와 정체성은 수많은 주도적 흐름들이 형성하는 것이고, 그 흐름들이 구체적인 범주화 작업을 통해서 다시 드러날 때, 한 사회를 바라보고 파악하는 인식의 틀이 다시 조정되는 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본서의 장점은 저자 자신의 전공을 살려‘중국시장’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명료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또한 변화무쌍하고 다소 거친 면도 있는 중국시장 풍토에 한국기업들이 연착륙하도록 돕는 구체적인 목적으로 집필된 점도 유용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공헌도는 바로 트렌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트렌드의 부흥’이다. 주식투자는 흐름이라는 말이 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도 슬라이드식 단면의 이해는 전후의 맥락을 무시하고 허구와 공상의 세계로 빠질 위험이 있다. 독서에서도 문맥은 기본이다. 광에서도 금맥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흐름을 알고 맥을 찾는 것의 중요함을 본서의 저자는 중국을 통해 또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즉 본서는 소비의 흐름을 통해 중국을 바라 본 점도 있지만, 중국을 통해 다시 한 번 트렌드(흐름)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는 나라이다. 지역별·연령별로 소비성향과 생활양식이 판이하게 다르며, 지금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그것을 한 영역, 단면으로 평가하며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단면의 사진보다는 큰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 정답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선교도 흐름이지 않던가? 단편적인 사건이나, 부흥의 모습 뒤에는 거대한 성령의 흐름과 복음의 흐름에 따라 순종해 왔던 복음의 일꾼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이 추동하신 거대한 복음의 물결은 지금도 도도하게 하나님나라의 완성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우리의 현재적 순종은 즉각적이야 하지만, 미래적 대응을 위해 항상 이 큰 흐름에 민감하게 깨어있음이 필요하다.

* 이번 11·12월호로 중국서적 읽기 코너를 마무리합니다. 좋은 글 써 주신 선교사님과 즐겁게 읽어주신 독자분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관 | 前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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