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성 샨먼샤 순회강연
베이징 서역에서 밤 기차로 10시간을 달려 아침 7시에 도착한 허난성. 아침 식사 후, 차로 30분 정도 시골로 가니 큰 교회가 나왔다. 교회는 삼자교회이지만 가정교회 사역자들도 함께 모였다. 바로 아침 9시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허난성 전 지역의 사역자들이 3박 4일 함께 묶으면서 집중 순회교육에 참여하고자 이곳에 모였다. 마치 옛날 우리나라 1950-60년대 부흥 사경회와 같았다. 교회 입구 게시판에 순회 강연에 관한 안내와 참석자명단이 씌여 있었다. 참여한 사역자들은 40-50대 여성 지도자들 오십여 명, 남자들 대여섯 명, 시내에 있는 찬양신학교 청년들 십여 명이었다. 교육은 새벽기도회·아침 식사 - 낮 집중 강연·점심 식사 - 오후 집중 강연·저녁 식사 - 저녁기도회 - 취침 순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그 가운데 오전·오후 집중 강연을 맡았다. 새벽과 저녁 집회의 기도와 찬양은 참으로 열정적이고 뜨거웠다. 

첫날 오전 강의가 끝날 무렵 수강자들에게 미리 숙제를 주었다. 강의가 끝난 후 그동안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수강자들이 갖게 되는 기독교가정의 자녀 양육과 가족의 문제는 무엇인지 간략하게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강의에 임하는 그들의 태도와 열정은 참으로 놀라웠다. 젊은 대학생들보다 더 열성적이었으며 질문도 더 열심히 했다. 교회에서 합숙하며 강연을 듣는 참석자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마르다 봉사팀’의 노고도 대단하였다. 그들 가운데는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이상 걸어서 오는 봉사자들도 있었다. 그곳을 통과하는 버스는 하루에 세 차례밖에 없으니 걸어서 와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인 것이다. 

수강생들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주제는 태아와 관련된 성(性, sex)에 관한 것이었다. 오전에 성경적 태아에 관한 강의가 있고 잠깐 휴식 후 다시 모였다. 보통 70-80명의 수강생이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배 이상은 모인 것 같았다. 식당 봉사자들인 마르다 팀과 그 교회 교인들, 그곳에도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 등으로 연락망이 쉽게 이루지고 있었으므로 조금 먼 동네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모인 것 같았다. 강의 중에 성(sex)은 더럽고 추잡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나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므로 그 대상이 아무나 되어서는 안 되고 그 대상이 바뀌어도 안 되며, 하나님 앞에서 부끄럼 없는 행위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처음에는 이런 내용의 강의를 듣는 것 자체를 민망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여덟 차례 내내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의 부모, 부부, 자녀에 대해 강의했는데, 강의마다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것이었다. 성경을 조목조목 대면서 이야기를 할 때 이들은 충격을 받고 있었다. 이유인즉, 중국의 중학교 아이들과 대다수가 교실에서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는‘한 자녀 낳기’정책인데다 어린 중학생들까지 섹스를 하고 있으니 낙태가 오죽이나 많았겠는가! 성에 대한 개념이 우리와 전연 달랐으며, 그것은 성경적인 것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왜 낙태가 안 되는지 성경적인 근거를 듣고 그들도 충격, 이러한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강의를 하는 필자도 충격, 모두 충격 그 자체였다. 태아에서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자녀들을 하나님의 눈으로 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 강의를 할 때, 그들은 이러한 내용의 강의는 난생처음 듣는다고 했다. 신학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칼빈주의, 로마서 강해, 신약과 구약, 창조과학 등등)는 신학교에서나 순회 강연에서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어린이 사역, 가정 사역과 관련된 내용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가정과 자녀와 관련된 문제로 막연하게 가슴 깊은 곳에 꽉 체한 것처럼 고민을 많이 갖고 있었지만, 성경적인 입장에서 자녀를 어떻게 보아야 하며 부모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을 양육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며 생각해 보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그들이었다.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의 부모, 부부, 자녀에 대한 여덟 번의 강의는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그들은 가정에서는 엄마요 아내이지만 교회에서는 지도자로서 감당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아서 가정의 자녀들이나 남편을 제대로 섬기며 돌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교회에서 사례비를 제대로 받는 것도 아니었다. 참으로 여성 사역자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며 남편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성경적 위계질서가 가정 안에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녀와 부모 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녀들은 꿈도 비전도 없는 상황에서 중학교에 다니다 중퇴를 하여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저마다 좌절과 소망 없음 가운데 놓여 있었다. 마지막 오후 시간, 미리 준비해 온 질문과 간증은 반성과 탄성과 함께 쏟아지는 회개였다. 하나님이 세우신 가정의 소중함과 본인들의 역할에 대해 점검하며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P선교사의 중국 사역
베이징 외곽 지역에서 한인들과 한족들을 위한 교회 사역과 함께 찬양신학교와 신학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P선교사 이야기이다. 그는 중국에서의 사역을 시작한 지 아직 십 년이 안 된 상태였다. 디지털기기 쪽의 사업을 위해 베이징에 입성하였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다르게 사용하고 계셨다. 사업가가 아닌 하나님의 도구로 쓰시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선교 사역으로 전환하기 위해 중국으로 다시 와서 60일 동안 중국 지도 들고 배낭 하나 메고 자전거로 중국의 전 지역을 탐사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중국선교에 도달하기 위한 깊은 탐색(out reach)을 먼저 한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은 교회 사역과 함께 중국 각 성의 목회자 자녀들을 모아서 찬양신학교와 신학교 그리고 신학대학원(M. div)과정을 위한 아카데미 사역과 외부 사역으로는 지방 신학교 연합강의와 지방 목회자 연합교육, 지방교회 연합 찬양집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중국 현지교단 사역으로는 베이징, 동북, 화북, 화남, 서남, 동남, 남방, 서북시찰을 중심으로 현지 사역자들을 위해 한국이나 미국 등에서 신학을 전공하신 목사님들이나 신학박사들을 모셔 와서 각성 현지교단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단 사역은 일 년에 몇 차례씩 강사가 현지로 가기도 하고 사역자들이 이 베이징 아카데미로 와서 합숙을 하면서 진행되기도 한다. 필자가 간 허난성의 샨먼샤도 허난시찰에 속한 지역 교단 사역의 하나로 진행된 것이었다. 이렇게 그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역을 함으로써 중국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전국 각 성에서 목회자들의 추천으로 들어온 찬양 신학교와 신학교 학생들은 모두 합숙하면서 교육과 훈련을 함께하고 있으니 그들을 먹이고 재우고 교육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인 문제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 일은 하나님께서 도우시고 함께하시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임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서른한 번째 공안(경찰)에 불려 갔다. 그를 신고하는 사람들은 주로 조선족들이거나 한국 사람들이라고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호출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잡아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안에 붙들려 가면 한국으로 추방될 줄 알았는데 또 풀려나고, 또 풀려난다. 자신도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단다.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고, 하나님께서 그를 사용하고 계심을 볼 수 있었다. 한국선교사가 중국인학생들을 가르쳐서 지도자로 세우는 일 외에도 중국교회 지도자들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일당백이 아니고 일당천, 아니 일당만의 일을 감당하고 있었다. 한번은 신학생들에게 로마서 강해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 오신 목사님 일행을 태우고 2박 3일이 아니라, 무박 3일을 손수 운전하여 선양과 단동의 선교현장을 다녀오는 슈퍼맨 같은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로마서 강해를 하신 목사님 팀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들도 이 선교사님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울트라 슈퍼스타라고 하였다. 그분들은 서울의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모 교회 목사님과 선교부 집사님들로 P선교사 이야기를 페이스북과 다른 목사님들을 통해 전해 듣고 이곳 신학교에 로마서 강해 겸 현장 탐방으로 오셨다. P선교사의 사역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중국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이렇게 광범위하고 다양한 영역의 사역이 가능한가 하며 의아해하기도 하였으나 열매를 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역의 열매들이 각각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번 비전트립을 통해 재중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회 사역과 아카데미 사역 즉, 신학교 사역, 그리고 중국교회 지도자들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여 현지인 교육 지도자들의 재교육을 담당하는 선교사님들을 보았다. 이러한 청소년, 청년, 현지인 사역자 교육은 현재뿐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들을 위한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놀라운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님들의 헌신적인 삶의 선교현장이 있는가 하면, 참으로 답답하고 암울하고 심히 걱정스러운 현장도 있다. 중국에서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사역을 감당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다.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이전에는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뚜렷이 하는 일이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사기’또는‘사기꾼’이라는 용어를 접하게 되었다. 실제로 아주 큰 한인교회에서 사기를 당하신 분의 이야기며, 선교사 이름으로 와서 사기 행각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또한, 한국선교사님들이 중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조선족 목사님이나 조선족들을 망쳐놓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족교회가 갈라지게 되고 조선족들이 그 속에서 휘말리면서 타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근무할 때 탈북 학생들이나 조선족 학생들과 가깝게 지낸 적이 있는데, 그들은“한국선교사님들 웃겨요. 자기들이 와서 뭘 한다고 사람들만 망쳐놓아요.”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한국교회가 선교 100 주년을 맞으며 그만큼 선교사 수가 많아졌고, 선교에 대한 관심과 역량이 실제로 많은 것은 사실이다. 참으로 눈물과 땀으로 고통의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님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번쯤은 이제 현지 사역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다음 세대가 이끌고 갈 준비하며 점검할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정갑순 | 총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