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중·국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대표적 나라인 중국은 비디오테이프 생산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DVD 생산의 보편화를 이루었다. 이러한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발전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빠른 속도가 반드시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극복해야 할 문제 또한 만만치 않다. 양극화 현상의 심화와 환경오염의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무엇보다 경제속도의 논리 속에 소중한 가치관과 전통들이 와해되고 있다. 

중국교회의 발전에 있어서도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중국교회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선교중국을 외치는 구호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 필자는 선교중국과 소수민족선교와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선교중국을 외치는 그 빠른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간과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나중에 더 큰 부작용과 문제점을 드러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10명의 사람이 중국을 방문하고 중국에 대해 말할 때 그중 9명의 말이 제각기 다르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은 광활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중국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중국교회와 선교중국을 논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2주간 중국 여러 지역을 방문하여 다양한 사역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분들의 고견에 감사하고 균형 잡힌 글을 쓰도록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먼저 밝힌다. 

어디서부터 이 글을 시작해야 할까……. 2013년 4월 8일부터 11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선교중국 국제전략회의가 열렸다.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사역현장의 지도자들과 교회지도자들이 선교사를 받는 중국이 아니라 선교사를 보내는 중국을 지향하며 함께한 자리였다. 다양한 사례와 선교전략들은 제시하고 공유하였다. 중국교회가 세계선교를 감당해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이 보다 선명하게 논의 되었다. 무엇보다 중국교회와 화교권교회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서양교회가 선교중국을 꿈꾸며, 함께 기도하며, 이 일을 이루어 가실 하나님을 함께 예배했던 것만으로도 그 모임은 충분히 선교전략적 모임이었다. 타이베이에서 열린 선교중국 국제전략회의는 은혜의 단비와 같이 내리는 봄비 속에서 시작되고 감사하게 끝났다. 

이제 전략회의 기간 동안 드러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공유된 전략들이 선교중국의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지속적인 협력과 연구가 우리에게 과제로 남았다.

소수민족을 통한 선교중국
선교중국 국제전략회의 기간 동안 몇 번 거론되기는 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의견이 있었다. 그것은 중국 내 한족교회가 소수민족을 선교하여 소수민족으로 하여금 한족교회와 함께 선교중국의 주최가 되게 하자는 의견이었다. 중국어로 표현하면“한주 랑 샤오수민주 쉬안자오 스지에”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어 문법에 겸어문이라는 것이 있다. 한 문장 안에 2개의 주어가 있는데 두 번째 주어는 첫 번째 주어의 목적어를 겸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수민족은 한족의 목적어이면서 세계선교의 주어인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 내 소수민족은 한족이 선교해야 할 선교대상(목적)이면서 동시에 선교중국의 주체(주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 내 몇몇 소수민족은 이미 중국 내 다른 소수민족뿐만 아니라 중국 국경을 넘어 자신들과 동일한 언어와 종교권의 민족을 대상으로 선교를 감당하고 있다. 특별히 이들은 신학교 혹은 성경학교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만큼 교회가 성장하고 있으며 민족복음화율도 매우 높다. 예를 들면 리수족은 소수민족 가운데 기독교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민족으로 성경을 배우는 일에도 가장 앞장서고 있는데 푸공, 류쿠, 롱촨, 리장 등 네 지역에서 성경학교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먀오족과 이족은 리수족만큼 활발하게 교육이 진행 되지는 않지만, 우딩과 싸잉판 지역에서 정해진 교사가 반복적으로 이들 지역을 방문해서 가르치는 반과 교사가 준비될 때에만 공부를 하는 반이 있다. 조선족은 선양에 있는 동북신학교를 통해 많은 사역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그밖에 종교국과 삼자교회가 관할하는 신학교와 지하신학교는 통계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실 탈북자 사역과 북한 내 지하교회 사역은 조선족교회가 거반 감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밖에 징포족과 다이족 안에서도 단기간의 성경학교가 진행되고 있다. 

이상 언급된 몇몇 소수민족은 중국 내 전체 민족 수에 비하여 매우 적은 수이지만 그들의 사역은 매우 실제적이고 모범적인 선교중국의 한 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수민족은 선교의 주체자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중국 내 소수민족은 55개이며 한족까지 포함하면 56개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정부에서 55개 소수민족을 분류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에 의한 것으로, 정확한 민족 수로 보기는 어렵다. 한 소수민족 안에 여려 개의 다른 민족이 포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선교단체마다 통계기준이 달라서 약 300-1,000을 말할 정도로 정확한 수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계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여전히 고유한 종교와 언어를 가진 소수민족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국 내 소수민족 사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중국 내 소수민족들 대부분은 한족을 중심으로 중국변방 즉 중국 국경을 따라 분포되어 있다.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남서쪽에는 리수족과 먀오족 등이 분포되어 있다. 실크로드의 관문이라고 하는 서북쪽에는 이슬람을 신봉하는 위구르족과 타타르족, 카자흐족 등이 분포되어 있다. 인도와 네팔, 부탄 등의 힌두불교권과 근접한 지역에는 라마불교를 신봉하는 짱족과 멍구족 등이 분포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소수민족들은 비록 한족중심의 중국이라는 한 국가체제 안에서 공산당 정부의 지도아래 있지만, 언어와 종교 그리고 문화는 한족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이슬람국가, 동남아시아의 정령숭배와 소승불교국가, 인도와 네팔 등의 힌두국가 내의 수많은 민족들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한족중심의 중국교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삼자교회와 가정교회의 성도 수를 통 틀어 대략 1억에서 1억 5천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독교 복음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유럽 등의 국가는 물론이고 비교적 오순절 계통의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는 남미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비교가 안될 만큼 양질의 성장이 중국교회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비록 한족과 숫자적인 면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중국에 개신교 선교사가 들어와 활동을 시작한지 250년이 지난 지금도 소수민족의 복음화는 한족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또 그 지역의 사역자 수는 중국에서 사역하는 전체 선교사 중 극히 일부이다. 무엇보다 선교중국의 한축을 당당할 수 있는 전략적 중요성에 있어서도 소수민족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선교중국을 논했던 전략회의에서 조차도 소수민족은 간과된 채 한족중심의 선교중국이 논의되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지난 6월에 열렸던 선교중국2013 대회에서도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없었다. 물론 이번 대회가 선교중국이라는 개론만을 다루기에도 짧은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본인은 중국 내 소수민족선교는 각론일 뿐만 아니라 개론의 한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교사들이 이런 의식과 관점을 가지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과거 중국 선교역사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무관심 혹은 그 중요성에 대한 간과는 다음과 같은 원인에 근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추수이론’에 따른 선교전략 : 그동안 세계선교는 미전도종족중심의 선교 전략보다는 도날드 멕가브란(D. McGaran)을 비롯한 교회성장학자들이 주장하는‘추수이론’에 따른 선교전략을 따랐다. 그들은 전 세계의 선교지를 수용성(receptivity)에 따라서 구분하였는데, 성령의 역사가 활발하고 복음을 전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는 지역을‘추수 지역’이라 칭했다. 반대로 성령의 역사가 적고 아무리 복음을 전해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지역을‘비추수 지역’이라고 불렀다. 따라서 선교사는 비추수 지역보다는 추수 지역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선교전략을 따라 한족중심의 선교가 이루어져왔다. 

▪ 인구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한족을 대상으로만 해도 선교사들이 감당해야할 사역이 매우 많았고 특별히 한족은 중국으로 인식되던 분위기에서 국가단위 선교에서 종족단위 선교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 중국의 현대화로 교통과 통신의 놀라운 발전이 이루어진 지금도 선교사가 소수민족에게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이 소수민족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어와 소수민족언어를 배워야 하는 부담감과 자녀교육의 문제와 건강상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사역을 해도 눈에 띠게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인한 선교사 자신의 탈진과 후원교회의 조급함이 소수민족선교를 어렵게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한족선교보다 밀리게 되었다. 

이밖에도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선교 사역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못한 이유들이 더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만으로도 250년간 중국 내에서 이루어져온 선교역사가 한족중심의 선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문제는 최소 1억을 헤아리는 한족교회가 세계선교를 감당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당위성이 거론되는 현재에도 소수민족은 여전히 선교의 주체자라는 인식은 고사하고 선교의 대상에서도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수민족선교의 필요성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원인과 소수민족선교의 필요성을 성경과 실제 사례를 들어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하고 싶다. 

여전히 국가단위 선교에서 종족단위 선교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우리는 마태복음 28장 19절의“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라는 말씀과 함께 창세기 12장 2,3절과 계시록 7장 9절, 누가복음 24장 47절 등에서 이 세상 사람들의 단위를‘족속’,‘ 민족’등으로 칭하고 있음을 다시 주목해야 한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하나님의 선교》14장‘구약 환상에 나타난 하나님과 열방’에서는 ▲ 창조와 섭리속의 열방 ▲ 이스라엘 역사의 증인인 열방 ▲ 이스라엘의 축복의 수혜자인 열방 ▲ 열방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예배할 것이다 ▲ 열방은 이스라엘과 같은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구약신학적 관점으로 족속(열방)중심의 선교를 증명하고 있다. 족속중심 선교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한 인도교회는 한국교회와 비교할 때 여려가지 면에서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한국보다 많은 수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그 내면을 살펴보면 비자를 발급받아 국경을 넘어가는 선교와 더불어 자국 내 수많은 민족들을 대상으로 선교가 함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국교회는 소수민족을 세계선교의 남은 과업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교회를 일깨워야 하는 선교사들도 정작 소수민족선교를 중국 내 지역전도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서구적인 혹은 한국적인 선교 모델을 중국교회에 전수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한국인 선교사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단일 민족만 거주하는 한반도라는 상황에서 세계선교는 당연히 비자를 발급받아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이 문제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자국 내에 수많은 소수민족이 아직도 미전도 종족으로 남아있는 중국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적 인 인도교회의 선교모델이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외국인 선교사는 한족 교회가 국경을 넘어가는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도와야 하겠지만 중국 내 소수민족선교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한족선교사후보생들의 준비된 정도와 한족교회의 역량에 맞는 선교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도와야 한다. 

어떤 선교사는 한족과 소수민족 간에 존재하는 민족감정을 이유로 들면서 소수민족선교는 제3자인 외국선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인 민족감정이 한족교회로 하여금 소수민족 사역을 감당하도록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한족과 소수민족 간의 갈등과 분쟁은 엄연한 현실이기에 한족교회가 소수민족을 선교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대가가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인 선교사가 일본인의 구원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듯이 한족교회가 민족적 우월감과 적대적인 편견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소수민족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민족적 감정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사역하는 한족 교회와 한족선교사들이 소수민족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면 중국 A지역 교회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B지역에서 회족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C지역에 있는 한족교회에서도 D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하여 회족과 장족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B소수민족 지역에서 활동하는 몇몇 한족 사역자는 20여명의 무슬림에게 세례를 주고 이로 인해 1년을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주목을 받기에는 충분한 사례이다. 

이상 대략적으로 나마 한족선교에 비해 여전히 소수민족선교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는 원인과 이유들을 과거에서 현재까지 정리하여 보았다.

선교중국을 위한 협력
선교중국을 위해 소수민족과 한족이 어떻게 함께 선교중국을 이루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먼저 한족교회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선교중국을 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한족교회는 성도의 양적 부흥과 질적 성숙은 물론 사역자의 자질과 교회의 외형적인 조직 그리고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성숙과 발전이 있어왔다. 그러나 좀 더 냉철하게 한족교회를 살펴볼 때 베이징과 상하이 그리고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세워지고 있는 신흥 도시형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회가 전통적인 가정교회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설령 삼자교회라 할지라도 선교사 파송과 관리면에 있어서 그동안 한국교회와 서구교회가 보여준 서구형 선교사 모델을 감당할 수 있는 종교의 자유와 여력이 있는지도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교사후보생의 자질과 대부분의 전통교회에서 배출된 사역자들의 신학적 수준과 개인적인 역량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이들이 한족교회의 파송을 받아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선교사들과 함께 협력하여 사역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를 무시한 채 막연하게 서구형 선교사 모델을 한족교회에 제시하고 또 이를 한족교회가 무조건 좇아가게 한다면 결국 큰 시행착오와 시간적 금전적 그리고 인적 손실이라는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하나님의 선교는 사람의 능력으로 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선교역사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준비되고 훈련된 자를 통해 일해 오셨다는 사실과 성급한 선교가 얼마나 큰 아픔과 많은 문제를 발생시켰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교중국을 바라보는 한족교회와 선교중국을 지향하는 동료 현장사역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중국교회는 250년의 선교역사 속에서 숱한 고난과 박해를 감내하며 지금까지 하나님의 은혜로 성장해 왔다. 특별히 공산당 치하에서 모든 선교사가 추방되고 문화대혁명을 거치는 상황에서도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가정교회라는 중국식 교회조직과 전도(선교)방법을 통해 부흥을 경험했다. 물론 이들의 교회조직이 완전하다는 의미도 아니고 이 전도(선교)방법만이 최고라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교회조직과 전도(선교)방법도 성경이 말하는 원리를 따라 끊임없이 개혁되고 성숙해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 중국교회역사를 통해 증명된 자신들의 교회조직과 전도(선교)방법은 외면을 당한 채 서구형 혹은 한국적인 교회형식과 전도(선교)방법만이 최선의 것인양 따르도록 부추기는 것은 지금까지 중국 선교역사를 이끌어 오신 하나님의 기뻐하실 만한 뜻인지, 그저 선교사의 과시욕과 중국교회에 대한 편견은 아닌지 냉철한 분별이 필요하다. 

선교사는 앞장서서 한족교회를 해외 선교로 끌고 가는 주도자가 아니라 선교의 대상이 국가 단위가 아닌 민족과 족속단위임을 한족교회에게 분명히 가르치며, 한족교회는 자신들의 교회조직과 전도(선교) 방법에 대한 자신감과 자긍심을 회복하고, 자신들의 역량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지역이 먼저는 자국 내 소수민족 지역임을 인식하여, 마침내 해외로 선교사를 파송하기까지 단계적으로 (물론 혹자는 선교는 동시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정답이지만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순차적인 것이 정답이다. 예를 들면 사도 바울도 소아시아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그리고 서바나로 가고자 했고 한국의 첫 선교사는 먼 아프리카가 아니라 당시 유교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산동 지역으로 파송되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성장, 성숙의 단계를 거치기 마련이다. 문제는 소수민족선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 해외선교를 아직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에게 적합한 선교 정책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자임을 자각해야 한다. 

선교사후보생이 중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한 선교사훈련을 받거나 외국에 있는 국제선교단체에서 훈련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중국교회의 현실이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이미 중국 내에 소수민족 지역에는 외국 선교단체와 외국인 선교사들이 오래전부터 왕성하게 선교 사역을 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보다 문화적인 충격과 이중언어의 압박감 그리고 비자문제에 큰 어려움 없이 자유롭게 소수민족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한족 사역자들과 함께 동역하기를 소망한다. 만일 한족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이 외국인 선교사들과 함께 동역할 수 있다면 외국선교사들의 축적된 사역의 경험을 전수 받을 뿐만 아니라 한족교회가 직접 하기 힘든 돌봄과 추가적인 양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소수민족 지역에서 외국인 선교사들과 함께 선교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 바로 한족교회의 다음세대 선교사후보생들을 이끌어갈 선교지도자들이 될 수 있다. 현재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많은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더 이상 비자가 나오지 않거나 혹은 추방되어 귀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한족 사역자들은 그럴 염려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사례도 거의 없다. 사실 소수민족 지역에서 현지인 사역자 한 가정은 외국인 사역자 세 가정 이상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 안타까운 사례이지만 얼마 전 한국의 모 선교단체는 한국선교사 파송 100년을 기념하며 한족선교사 한 가정을 중앙아시아에 선교사로 파송하였다. 매월 1,000불의 선교비와 현지 한국인 선교사의 지도를 받도록 하였지만 결국 3년 만에 사역적인 경험 부족과 재정과 관계적인인 어려움을 경험하고 다시 중국으로 귀국하여 지금은 다음 선교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만일 이 가정이 중국 내 이슬람권 소수민족 지역에서 한 텀 정도 외국선교사들과 사역의 경험을 공유하고서 중앙아시아로 파송을 받아 나갔다면 그 결과는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시형 신흥교회들의 부흥은 고무적이다. 성도의 수준도 매우 높고 충분히 타국으로 선교사를 파송을 할 수 있을 만큼 선교에 대한 의식과 열정 등 모든 면에서 준비된 교회들이다(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 교회들이 미국교회와 한국교회를 존재하게 했던 말씀과 기도의 능력은 보지 못하고 현대 대형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답습하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국교회 대부분은 여전히 농촌과 중소도시에서 가정교회 혹은 삼자교회의 전통을 따르고 있어 해외선교에 대한 의식도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선교에 대한 의식이 있다고 해도 자체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기는 더욱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해외선교사로 파송했다고 하여도 중국 정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게 외국선교단체와 협력하여 파송한 선교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후원하기는 더 쉽지 않다. 그러므로 외국인 선교사는 도시형 신흥교회들이 서구형 선교사 모델을 따라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가능하다면 해야 하겠지만 그 중요성에 있어서는 해외선교 못지않게 중요하며, 그 비용 면에서는 1/3의 수준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선교사를 파송 할 수 있고, 한족교회의 전통적인 교회조직과 전도방법이 통할 수 있는 소수민족 지역으로 대다수의 전통적인 한족교회들이 선교사를 파송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한다. 

중국정부의 종교정책의 큰 변화와 함께 한족교회의 성장은 외국 선교사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한족교회에게 지도력을 넘겨주고 중국을 떠나야 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요한 전환기에 한족교회로 하여금 자국 내 소수민족선교에 눈을 뜨도록 돕는 것은 외국인선교사에게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귀한 사역이며 특권임을 인식하고 매진해야 할 때다.

선교중국을 향한 큰 걸음
2주간의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이 글을 정리하고 있다. 100명의 사람이 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같은 것을 기억하지는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글이 여러 동료 사역자들에게 소수민족 사역의 중요성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제공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다. 단언하지만 소수민족선교는 단순히 중국의 복음화율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거나 혹은 아직 교회가 세워지지 않은 지역이기에 해야 하는 국내 전도 그 이상의 깊은 의미와 목적이 있다. 진정한 선교 중국을 바라본다면 소수민족선교의 전략적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헌신해야 한다. 왜냐하면 먼저 소수민족은 한족교회가 중국 내에 들어와 있는 그 어떤 외국 선교사보다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선교대상일 뿐만 아니라, 복음화 된 소수민족교회는 중국 국경과 맞대고 있는 동일한 문화와 종교 그리고 언어권에 있는 수많은 민족들을 향해 쉽게 국경을 넘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선교자원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한족교회로 하여금 앞장서서 소수민족선교를 감당하게 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소수민족교회와 한족교회가 함께 손을 잡고 선교중국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가깝게는 중국 국경과 맞대고 있는 힌두 불교권과 이슬람권 국가들에게, 더 멀리는 아프리카와 남미와 중동에서까지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중국선교사를 만나게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진정한 선교중국이라고 확신한다. 

중국의 남자화장실에서 소변을 볼 때 종종 보게 되는 재미있는 문구가 있다. 앞으로 작은 걸음 나가면 문명국가로 큰 걸음 내디딜 수 있다.(向前一小步, 文明一大步°) 나는 이것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소수민족에게 작은 걸음 나가면 선교중국으로 큰 걸음 내디딜 수 있다.(向少數民族一小步, 宣敎中國一大步° )

※참고도서
에일린 크로스만, 『산비』, 로뎀, 2006.
크리스토퍼 라이트, 『하나님의 선교』, IVP, 2010.
〈중국을주께로〉, 1999년 9·10월호(통권 59호), 중국어문선교회


사무엘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