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셨니다. 로마에 함락당한 후 유대와 예루살렘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유대의 진정한 실권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백성으로부터 존귀함을 받는 대제사장인지 모두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나라로서 다시 회복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모두에게 가득했습니다. 에돔 출신으로서 로마 정권의 비호로 왕이 된 헤롯가문은 그들에게 진정한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약속의 응답을 배경으로, 하나님의 권능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할 메시야로써 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황을 알고 계신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물으셨습니다. 제자들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바로 그분, 메시야, 곧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대답에 예수님도 놀랐습니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게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물었을 때, “당신은 하나님이 이 민족을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주기 위해 보내신 선교사입니다. 이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위클리프번역선교회의 소개 동영상(Come by Here!)을 보면 그 선교사들은 현지인들로부터 그런 대답을 듣습니다. 모든 선교현지에서 선교사를 향해 그렇게 대답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중국 마카오에 묻혀 있는 개신교 최초 선교사였던 모리슨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동인도 회사의 직원으로서…….” 

세상 사람들은 우리의 정체성에 대하여 비뚤어지게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다른 정체성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이루신 위대한 구속 사역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과 내일 병을 고치시며, 귀신을 쫓아내시고, 제 삼일에는 십자가에서 죄인을 위한 제물이 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분명히 드러내신 구속, 그 사역의 정체성을 몸소 드러내신 예수님에 대해 유대인들과 대제사장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자칭 유대인의 왕”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 다소 혼란스러워 했던 총독 빌라도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란 말에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여러 번 물었습니다. “너는 어디로부터 왔느냐? 네가 왕이냐? 진리가 무엇이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말하는 그대로다” 아무 말씀도 대답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
지금 우리는 어떻게 불리고 있습니까? 우리는 직함과 호칭 등을 부르며 서로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예수님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사명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일정기간 숨기시기도 하시고,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계셨지만, 처음부터 그것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다. 때가되어 “내가 바로 그로다”라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사람들의 이해에 관심을 가지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느냐? 내가 그냥 빈대나, 개구리, 우박 같은 폭탄을 사용하고, 화학전 같이 물이 피로 변화되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신으로 생각하느냐? 이상한 군대를 파견하여 애굽 왕 바로의 군대를 물리치는 이상한 군사를 거느린 사령관쯤으로 생각하느냐? 너희 들이 이러한 기적과 신비가 부족해서 아직 종살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부족해서 내가 계속 이 일을 보여주고 행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마지막 표적,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유월절 어린양의 피가 무엇인지 알게 하려고 나를 계시한다.” 요한은 예수님의 정체를 정확히 증언했습니다.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 때는 자신을 직접 증거했습니다. 제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아침과 저녁, 늦은 밤 가리지 않고 제자들의 모임에 불현듯 나타났습니다. 이런 형태의 만남은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에도 간혹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제자들의 모든 의문을 잠재웠습니다. 잠시 병든 몸을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하는 일 정도가 아니라, 죽어도 살아 날 수 있다는 것, 다시 살아나서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친히 증언해 주셨습니다. 부활 후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님을 경배했습니다. 경배를 받으실 하나님이심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부활의 사건은 예수님의 정체성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요 21:12)

나는 선교사다
“그리스도가 없는 모든 마음은 선교지이며, 그리스도를 모신 마음은 곧 선교사이다”고로 나도 선교사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선교사의 정체성은 부르심과 함께 고백이 동반될 때 가능합니다. ‘내가 그로다’라고 길거리에서 말하지 않는다고 할지라고 우리는 끊임없이 고백해야 합니다. 내가 선교사라는 확신은 누가 대신 확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보내심을 받은 정체성을 자신이 지키지 않는 이상 아무도 지켜 주지 않습니다. 나는 위대한 예수의 증언을 맡은 신분을 가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역하시는 동안 자신이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왔다고 대답하시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실 때는 분명히 하셨습니다. 우리가 선교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기까지는 선교의 어떤 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세례요한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는 그가 아니다.”

“그러면 너는 누구냐?”

세례요한은 바리새인들에게 기막힌 대답을 합니다.

“나는 광야에서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다.”

라고 했습니다. 세례요한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선교적 선포와 그 사명에서 찾은 것입니다. 

부름받은 선교사는 선교의 원리를 발견하기 위해 선교지에서 시험적 문화인류학을 탐구하는 학자도 아니며, 프로젝트를 전문화하여 그것만을 성취해 가는 비정부 기구의 대표도 아닙니다. 이러한 모든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는 무엇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선교사입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실제 주님은 그 부르심에 합당한 호칭을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너희는 이 모든 일에 증인이라.” (눅 24:48)

선교사 신분을 시험하지 마시오!
선교사는 하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하나님의 대사들입니다. 자신의 사역에서 감사와 겸손을 놓치면 사탄이 먼저 시험합니다. 신분에 대한 시험이 늘 따라 다닙니다.

“네가 하나님이 보낸 선교사이거든 네 사역을 들어 떡이 되게 하라!”

우리가 경성하지 않으면 자신의 사역을 주님께로 가져가기 전 먼저 떡 방앗간으로 가져가고 싶은 유혹을 받습니다. 사탄은 계속 우리를 이렇게 시험합니다.

“너는 기도 없이 선교지에서 생존할 수 있고, 말씀 없이도 위대한 현지의 영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년 동안 잠수하여 물속에서 살아 돌아 왔다면 분명히 무호흡 최고 시간을 경신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것입니다. 몇 개월 동안 밥 먹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다면 그 사람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 굶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록은 선교사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기도와 말씀훈련을 멈추어 세계기록을 세우려 하지 마십시오. 호흡과 같은 기도훈련, 그리고 생명이 성장하는 말씀훈련은 선교사에게 절대적입니다. 너희는 값으로 사신 것이니 사람들의 종이 되지 말라(고전 7:20-23).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아야합니다. 말씀으로 시험을 물리쳐야 합니다. 보냄을 받은 자는 보낸 자보다 결코 크지 못합니다. 그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자신의 이러한 신분을 잊어버리고 자신을 시험가운데 내버려두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역이 이미 떡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선교사 훈련의 우선순위들

먼저 하나님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라: 사랑의 관계는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소개하고, 사람들을 하나님께 인도는 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과 하나님 사이의 사랑하는 관계에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되고 나중 된 사람, 나중 되고 먼저 된 사람의 비밀이 모두 이 사랑의 관계에 있습니다.

선교사들은 사랑을 책무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사역에 대해서는 열정과 온 힘을 기울이는데, 하나님과 사랑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하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밋밋하고 싱거운 상태의 만남, 대화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고 하는 사랑을 어찌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단순한 누구 소개로, 소수민족 데이터 보고서의 안내로 현지인들과 맞선을 보는 것이 선교입니까? 친구 성화에 떠밀려 그냥 미팅하는 것입니까? 선교지에 도착했다면 먼저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방식과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다”라는 불타는 심정으로, 성령의 불로 마음이 새롭게 객토(客土)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옛 마음으로는 하나님과 새로운 사랑의 관계를 이어 갈 수 없습니다. 마음을 새롭게 객토하여 하나님의 사랑의 기운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하나님과 온전한 사랑의 관계가 선교의 모든 것을 이루게 합니다.

그 다음 하나님 사랑의 내용에 익숙해져라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초월해 계시면서 동시에 임마누엘의 하나님으로 우리와 함께 교제하는 가운데 거하십니다. 단순히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그 사랑의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타문화 속에서 여유 있게 커피 마시고 임재를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훈련하여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인내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때 비로소 사역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일이 곧 그를 믿는 것이란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사람들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으로 부르십니다. 하나님의 마음 가운데 가장 크고 깊은 사랑의 표현이 바로 예수 안으로 부르시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리스도의 고난과 영광을 느낄 때 그 실천이 가능합니다. 선교사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은 사랑을 단순히 정서적 감정으로만 이해하지 않습니다. 그 길을 따라 갑니다. 사랑은 올바른 관계이며, 사랑하는 자의 소원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고귀한 능력이며, 선교의 시작이며 마지막입니다. 선교사의 삶은 한마디로 하나님 사랑에 길들여진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다 미칠 수는 있어도 결코 죽지 않는다
선교사의 삶과 현지인들의 삶에 구분이 없다면 선교사는 더 이상 현지에 줄 것이 없어집니다.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 것은 선교의 생명이 다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우리가 금과 은은 가진 것이 없어도 예수의 사랑을 가지고 얼마든지 이웃을 섬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자녀들과 관계를 형성할 때, 온 힘과 마음과 뜻을 다하여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내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동원하여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고, 그 사랑하는 예수님의 소원에 미쳐야 합니다. 내 기도 내 비전보다 예수님의 기도가 가슴에 새겨져야 하며, 예수님이 추구하는 나라가 나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야 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사랑이 진정한 사랑으로 힘을 가지려면 자신의 거룩함을 유지해야 하며, 자신을 내어드리는 온전한 헌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사랑하기에 참고, 사랑하기에 받아들이고, 사랑하기에 모든 것을 견딥니다. 이러한 일로 결코 죽지 않습니다. 목숨을 위해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주를 위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입니다. 

죽도록 사랑하십시오. 결코 죽지 않습니다.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므로 사람들이 보았을 때 미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선교적으로 제대로 미친것이니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은 선교에 미친 우리를 염려하나 우리는 오히려 세상 미친 영혼을 염려합니다.

사랑을 배우지 않으면 선교 회항할 수 있다
저는 첫 안식년 때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비행이 계속되었는데, 갑자기 이 비행기는 출발한 공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기장의 안내 방송으로 회항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술문제로 비행기가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비행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착륙할 때 많은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기도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비행기가 스스로 무게를 느끼지 못하면 비행이 불가능한 것처럼 선교사들도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무게, 즉 선교의 책무와 부담을 느끼지 못한다면 선교의 길에서 회항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면서 태워야할 에너지와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사랑이란 믿음, 소망과 한 덩어리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그 기본 특징이 오래 참는 것입니다. 그 인내 속에는 영적 무게가 있으며, 사랑의 수고가 도도히 흐르고 있습니다.




로렌즈 림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