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리즈 자서전》
팡리즈 교수의 유고, 《팡리즈 자서전》이 최근 출간됐다. 그의 부인 리수셴(李淑業) 여사가 인터뷰를 통해 6·4 사건 때 그들이 미 대사관으로 망명해 그곳에서 갇혀 지냈던 생활과 전 주중 미 대사 리제밍(李潔明)이 팡 교수에게 “정치가가 되지 않겠냐”고 권유했지만 팡 교수가 이 대사의 제안을 거절했던 일들이 진술되어 있다. 

2012년에 별세한 팡 교수는 80년대 중국의 자유 지식인의 선구자로 불린다. 출판되지 않았던 유고집, 《方勵之自傳》을 천하문화출판사(天下文化出版)에서 출판했다. 이 자서전은 6·4 사건 때 미 대사관으로 망명해 대사관에서 갇혀 지낸 13개월 동안 집필했다. 이 자서전에는 팡 교수의 성장과정과 6·4 사건, 그 후 중국을 떠나 미국에서의 생활과 과학연구 실적, 산문 등이 실려 있다. 6·4 사건 이후 팡 교수와 부인은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그들은 6·4 사건 시위행렬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천안문 광장에 간 적도 없는데도 중국 정부는 그들을 학생 민주화 운동의 배후 세력이라고 매도했다. 팡 교수와 그의 아내는 둘 다 지명수배자가 되었다. 그 후 그들은 지인의 도움으로 베이징에 있는 미 대사관에 잠시 피신했다. 팡 교수는 나오려고 했으나 그의 아내 리수셴의 만류로 결국 그곳에 남았다. 팡 교수가 과학 분야에서 쌓은 명성 때문에 덩샤오핑(鄧小平)도 그를 쉽게 손대지 못했다. 중미 양국은 이 문제로 몇 차례 회담을 진행했고 1년 후 덩샤오핑은 팡 교수 부부를 풀어주기로 했다. 그래서 중국을 떠나 영국을 경유해서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들은 미국 남서부에 있는 애리조나주에 정착했고 팡 교수는 그 후로 중국 땅을 밟지 못했다. 

팡리즈 교수와 리수셴 여사는 베이징대학에서 만났다. 그들은 결혼한 지 50년이 지났다. 2011년에 팡 교수가 큰 병을 앓다가 완쾌된 후에 그는 그의 아내에게“미 대사관에 피신해 있을 때 당신이 나를 막았지. 당신 말을 들어서 나는 지나온 20년을 얻을 수 있었소. 지난 20년간은 정말 값진 시간들이었소.”라고 말했다. 그 당시 아내의 과감하고 현명한 결정이 없었다면 미 대사관에서 나오자마자 그들은 체포됐을 것이고, 그들의 나머지 인생여정도 달라졌을 것이다. 78세인 리수셴 여사의 성품은 단호하고 강인하다. 그녀는 남편 팡 교수가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개인적으로 일정을 잡은 것이 지금도 속상하다고 한다. 팡 교수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녀는 시종일관 남편 곁을 지켜주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지주였다. 다음은《아주주간》이 리수셴 여사와 나눈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팡리즈 교수께서 미 대사관에서 나오려고 할 때 여사님이 만류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당시 미국 대리 대사가 우리에게 한밤중에 대사관에 들어가라고 요청했어요. 물론 이 일은 비밀로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죠. 천안문에 있는 학생들이 위험에 처해 있는데 중국 정부는 6·4 사건이 해외에 있는 반혁명 세력의 조종 때문에 생긴 사건이라고 말했어요. 우리 부부는 천안문에 간 적이 없는데도 무조건 배후 주동자로 낙인이 찍혔어요. 그런데 우리가 미 대사관으로 망명 요청을 한다면 그들은 이를 빌미로 미국이 학생 민주화 운동을 부추겼다고 말했을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미 대사관에 들어가자마자 CNN 방송에서 우리가 미 대사관에 피신했다고 보도되었어요. 몹시 당황했고 납득하기 힘들었죠. 남편은 욱하는 성질이 있는데 반해 또 순진해서 본인은 중국에서 법을 어긴 적이 없으니 대사관을 나가자고 했어요. 그러나 나는 남편보다 좀 더 치밀한 성격이라서 생각 끝에 미 대사관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몰라도 이미 들어온 이상은 나갈 수 없다고 말했어요. 대사관 주변에 총을 든 군인들이 아무 때나 우리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죽음을 자처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어요. 설령 우리가 출국 비자를 받아 공항에서 체포되더라도 길에서 총 맞고 죽는 것 보다 낫지 않겠냐고 했어요. 공항에서 우리가 체포됐다고 하면 이는 국제적인 이슈로 전 세계가 주목할 텐데 말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미 학생들을 학살했어요. 그들이 죽인 사람들은 아무런 무기도 지니지 않은 학생들과 시민들이었어요. 이런 정부가 중국을 통치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대사관을 나가겠다는 것을 반대했어요. 신중하게 의논한 끝에 미 주중 대사 보뤼광(薄瑞光)과 의논해 보자고 했어요. 그 당시 리제밍 대사는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부임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분과 얘기를 잘 해야만 했어요.

미 대사관 안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면서 매우 위험할 때, 팡 교수님 곁에 계시면서 어떻게 그분을 위로하고 지지하셨나요?

▶ 그 사람은 위로가 별로 필요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 당시 우리가 쓴 편지는 모두 외교부우편으로 미국에 보내서 다시 다른 곳으로 보내졌어요. 큰 아들을 통해서 중국에 있는 작은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 적도 있어요. 남편은“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자신감이 있다.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편지를 썼어요. 남편은 미국이 약속을 안 지킨 것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었어요. 그분은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며 내 격려가 특별히 필요한 사람도 아니었어요.

자서전에서 두 분이 대사관에서 머문 385일 동안 처음에는 몹시 불안해했다고 하던데 그 안에서 많이 답답하지 않으셨나요?

▶ 우리는 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대사관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우리가 대단하다고 했어요. 그 당시 추기경도 대사관에서 피신하고 계셨어요. 대사관 직원들은 사람들이 대사관에서 피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쳐버린 경우가 많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컴퓨터도 없었는데 한 직원이 퇴직하면서 자신이 쓰던 컴퓨터를 우리에게 주었어요. 그때부터 남편의 연구 작업이 시작되었어요. 나 역시 중고 컴퓨터를 구해서 글을 썼어요. 외부로 다닐 수 없고 자유롭게 햇살을 만끽할 수도 없었어요. 그 당시 중국에 남아 있는 작은 아들이 나쁜 사람들한테 이용당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큰 아들을 통해 작은 아들에게 서신을 보냈어요.

6·4 천안문 사건은 팡리즈 교수님 생애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망명으로 중국을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으셨나요?

▶ 중국 정부는 우리를 당장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남편은 할 말을 잃었어요. 그는 법을 어긴 적이 없었기에 천문대에 다시 돌아와 과학연구를 계속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사관을 나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는 중국 정부가 비합리적인 일을 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고 했어요. 그 후 2011년 마지막 추수감사절에 많은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그의 건강은 호전되었어요. 식사가 끝난 뒤 남편은 내 손을 잡고“우리 집 일의 많은 결정은 모두 당신이 했는데 당신이 결정한 일은 모두 잘 한 것이었소. 그때 당신이 대사관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막았을 때 난 마지못해 당신 말을 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신의 결정이 옳았소. 20년간의 미국 생활은 덤으로 얻은 것이었소. 지난 20년간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해냈소.”라고 말했어요.

부인께서 생각하기에 팡 교수님의 생애에서 값진 시간은 언제였나요?

▶ 남편의 일에 대한 성과는 몇 단계가 있는데, 그가 부총장이 되기 전, 즉 문화대혁명 이후 그는 학부의 상임위원이 되었어요. 부총장으로 있을 때까지가 전성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금방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어요. 그는 과학연구를 계속 하기를 바랐어요. 미국에 가서 보다 안정적으로 연구 작업에 임했어요. 남편의 연구 성과는 학술방면에 있어요. 지난 20년간 그의 학술연구 결과는 180여 편에 이릅니다. 이것만 봐도 그의 학술방면에 대한 성과를 가늠할 수 있죠. 그 외에도 많은 에세이를 남겼어요.

미국에서 10여 년 동안 팡 교수님은 정치 분야에 일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주세요.

▶ 남편은 정치가가 아닙니다. 정치인이란 직업을 갖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그는 진정한 과학자입니다. 불의한 일을 보면 나서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에 와서 케임브리지 대학 사람들과 많은 미국인들이 남편이 정치가로 활동하기를 권유했어요. 솔직히 말한다면 우리가 미국으로 건너온 뒤 주 중국 미 대사인 리제밍 대사가“팡 교수님, 이번 중공 쪽과 협상이 성공적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교수님의 말을 전달했을 뿐인데 교수님의 슬기로움 때문에 협상을 잘 끝냈습니다.”그리고 대사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또 남편에게“이참에 아예 정치 쪽으로 나가시죠.”라고 말했어요. 남편은 그저 웃어 넘겨버렸어요. 그리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과학 연구라고 하셨어요.

팡 교수님은 최근 십여 년 간 중국의 개혁개방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셨는지요?

▶ 경제적으로 다소 성과를 거두었으나 정치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가 케임브리지대학에 있을 때 그의 제자이자 친구가 남편을 기억하면서 글을 하나 썼어요. 어느 날 남편과 그 친구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친구가 남편에게“중국의 경제는 개방됐지만 정치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어찌 생각하나?”라고 물었어요. 남편은 그때 몹시 걱정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물리학을 예로 들었는데“물리학에서는 두 개의 다른 온도가 만나면 작용을 하는데 첫 번째 것과 두 번째 것의 온도가 다르면 열류가 발생하게 된다. 중국 내에서 정치개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공유제와 사유제는 필시 사람들에게 악용을 당해서 작용을 일으킬 텐데 그것이 곧 부정부패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1980년대, 남편은 이미 이런 얘기를 했던 것입니다. 그 후 저장대학 강연 중에도“정치개혁이 없는 이상 경제개혁은 당연히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빈부격차가 벌어질 위험이 점점 커질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이 얘기를 했어요.

두 분께서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 동안 머무르셨는데 중간에 중국에 돌아갈 기회가 없으셨나요?

▶ 조사를 해보면 아시겠지만,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들이 쓴 편지에 우리는 서명을 하지 않았어요. 과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호소문에도 서명하지 않았죠. 그것을 요구하는 자체가 우리 인격에 대한 모독이예요. 마치 중국공산당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서 우리의 과거가 청산되는 것 같잖아요.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과거 진상 규명을 해 달라고 해요? 정의롭지 못한 정부한테 과거청산을 요구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또 한 가지는‘웃는 얼굴로 고국으로 돌아가자’라는 안건이 있는데, 그것 역시 우리는 서명을 안 합니다. 

과거 진상 규명호소에 특별히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하니까. 사람마다 문화수준이 달라서 과거 진상 규명을 한 후에 비로소 기초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굳이 이런 불법을 저지르는 정부에게 과거 진상 규명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중국 정부에게 비굴하게 엎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째 서명 운동에도 동참하지 않았지만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UN에서 만든 인권선언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우리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런 정부한테 구걸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당당하게 가고 싶습니다.

18년 동안, 긴 세월을 서로 떨어져 사셨는데요

▶남편이 공산당에게 제적당하기 전 농촌에 유배되어 일할 때, 나는 그를 배웅했습니다. 당 서기가 나를 보더니 남편에게 물었어요. 남편은 당 서기에게“난 당과 약속을 했소. 내 여자 친구가 우파가 된 이상 그녀와의 연락을 끊을 수밖에 없지만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까지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 18년이나 만나지 못했지만 우리는 변함없이 서로 사랑했습니다.


출처《| 亞洲週刊》第二十七卷第十九期(2013年5月19日)
번역 | 차이나·본지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