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회의 지속성장과 신학교육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교회는 지난 30여 년간 엄청난 부흥을 맛보았고, 지금도 부흥하고 있다. 이것은 국내교회의 쇠락과 한국교회의 침체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하나의 희망이 되고 있다. 그러나 부흥 2세대를 맞이하는 중국교회 앞에 놓인 도전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세월 계속되어 온 정부의 탄압은 물론이고 교회의 세속화와 이단의 기승 등이 그것이다. 우리 모두의 소망은 중국교회가 계속 성장해서 중국의 복음화는 물론 세계 복음화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그러면 중국교회가 우리의 소망처럼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해 내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세계 복음화의 사명을 감당하는데 관건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교회의 건강성에 달려있고, 그것은 다시 중국교회 목회자의 건강성에 달려있고, 목회자의 건강성은 또 다시 건강한 신학교육에 달려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중국신학원(CTSS) 사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내 중국인 신학교육과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험이 일천하여 이 주제를 객관적이고도 균형감 있게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다만 당면한 중국 신학교육의 과제를 풀어 가는데 작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내 중국 신학교육 현황
중국인들이 신학공부를 위해 한국에 온 것은 한중수교 이후였으나 본격화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제1기는 1995년 전후부터 2005년 전후 기간이다. 이때는 주로 북경과 동북3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캠퍼스 사역의 첫 열매들이 그들을 양육한 선교사들과 연고가 있는 신학교로 유학을 왔다. 이 기간 한국에 와서 신학공부를 한 중국인들은 비록 숫자적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학문적 역량에 있어서나 사명감에 있어서 뛰어난 학생들이었다. 

제2기는 2005년 전후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이다. 신학공부를 하는 중국인유학생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2백여 명의 중국인유학생이 있으며, 그중 조선족이 80%, 한족은 20% 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이 기간에 세계선교신학원과 서울중국신학원(CTSS) 등, 중국 전문 신학교와 함께 고신 등 기존 신학교 안에 중국 신학과정이 개설되어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가 유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3급 이상의 한국어능력을 요구함에 따라 한족신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1,2년 전부터 일반 유학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예수를 믿고 헌신하는 중국인유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러한 헌신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교수 양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
중국교회의 부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건강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건강한 교회성장을 위해서는 건강한 신학과 건강한 신학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앞서 말한 바 있다. 일찍이 신학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화교교회를 위시하여 한국교회와 기타 해외교회들이 중국에서 신학교육 사역에 힘써 온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교회가 중심이 된 신학교육 사역은 어디까지나 과도기적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현지 중국인신학자와 신학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교회의 부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신학교육의 현지화가 요구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현지 중국인 교수 양성이 시급하다. 그러므로 당면한 중국교회의 목회자 신학교육 문제뿐 아니라 중국인 신학 교수 양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면 중국인 교수 양성 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첫째,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국가나 기업이나 변화의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때 매우 빨라졌다. 그것은 교회역사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과거 영국교회와 미국교회가 부흥하고 쇠락하는 데는 100년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최근 이 주기는 훨씬 빨라져 한국교회의 경우 부흥이 시작된지 50년이 채 되지 않아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보다 더 압축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교회의 경우 이 주기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20여 년이 중국교회 부흥의 지속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건강한 신학으로 무장한 유능한 중국 신학자들을 양성해야 한다. 

둘째, 필요한 교수 인력이 매우 많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신학 교수 인력은 한국교회와 비교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8백만 성도, 5만 교회의 한국교회를 위해 군소교단 신학교를 제외한 중견 신학교가 50-60개가 된다고 볼 때, 교세가 거의 한국교회의 10배가 되는 중국교회의 경우, 부흥 초창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교회를 위한 신학교는 200-300개 가량이 필요하다. 또한 한 학교당 전임교수 5,6명씩, 적어도 1000-2000명의 교수 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향후 20년 안에 그만한 인력을 키워내야 된다는 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지 여건상 교수 양성을 목표로 한 과정을 중국에서 운영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유학이란 방법을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것 역시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또 다른 전략적 대안이 필요하다. 그중의 하나가‘전지교육(傳地敎育) 전략’이다.

전지교육 전략
전지교육 개념은 운동선수들의 전지훈련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현지교육과 유학의 중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이 큰 대회를 앞두고 전지훈련을 하는 목적은 훈련의 집중도를 높여 단기간에 기대한 바의 기술을 습득하는 데 있다. 이때 훈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훈련의 집중도와 전문성이다. 이것은 중국 신학교육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신학교육 방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관점에서 중국 현지 신학교육 환경과 해외유학 환경을 보면, 전자는 중국 현지 여건상 교육의 집중도와 전문성을 기대하는데 한계가 있고, 후자인 유학의 경우는 전문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경제적 문제로 학업에 전념할 수 없고, 그 결과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업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에 전지교육의 경우 집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면 전지교육과 유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자. 

첫째, 전지교육은 유학의 경우와 달리 중국인들만으로 구성된 클래스에서 중국어로 중국교회의 필요에 맞는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전지교육은 기본적으로 기숙교육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학습의 집중도와 전문성을 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성교육과 영성 훈련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학과 다른 점이 있다. 

셋째, 전지교육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시설투자와 장학금 및 교수 청빙 재원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장학금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한국의 경우 한 사람의 1년 유학 경비가 최소 1200만원(학비 600만원+숙식비 600만원)이 소요된다. 학비 일부 감면을 받더라도 1000만원은 될 것이다. 중국 신학생의 경우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이 경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집중도가 떨어져서 비효율적이다. 

예컨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년 공부하는 것보다 풀타임(Full-time)으로 5년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우리 서울중국신학원에서는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비와 숙식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이 이제 많이 향상되고 무엇보다 중국교회의 지원 여력이 높아짐에 따라 지금은 학비 전액과 숙식비 일부 지원으로, 그리고 2,3년 뒤에는 숙식비는 학생 개인이나 학생의 모(母) 교회나 연고가 있는 교회가 부담케 한다는 방침 하에 개인 부담 액수를 높이고 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한국교회가 학비장학금을 지원하고, 학생과 학생의 모 교회가 숙식비를 부담한다면 중국인 신학 교수 대량 양성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넷째, 전지교육 지역으로 어디가 좋은지 살펴보자. 이론적으로만 보면 중국 내에서도 전지교육이 가능하나 현지 여건상 한계가 있고, 중국 인근 지역 중 교육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으면서 교수 수급과 장학금 지원 등에 어려움이 없는 지역이면 어디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별로는 한국을 위시하여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화교권 국가와 대만도 앞으로 좋은 전지교육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교육(反面敎育) 전략
앞서 필자는 중국인 신학 교수 양성에 적합한 전지교육 장소로 화교교회가 부흥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과 함께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그중 화교교회가 중국인 신학 교수 양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론의 여지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걸어온 압축성장의 경험이 현재 압축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교회에 반면교사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전에 부흥을 맛 본 영국교회와 미국교회를 보면 부흥과 쇠락이 100년에서 200년에 걸쳐 일어난 장기 성장의 패턴을 보였다. 반면에 한국과 중국은 국가적으로나 교회적으로 약 30년의 간격을 두고 서로 비슷한 압축성장의 길을 걸어왔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압축성장의 정도가 한국보다 중국이 빠르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발전 양태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현 한국교회의 침체와 세속화 현상은 이변이 없는 한 20-30년 후 중국교회의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후발주자인 중국교회가 한국교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교회의 세속화를 미연에 방지하고 건강한 교회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지금 급격히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많은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형 교회주의와 번영신학의 폐해는 너무나 커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한국교회 부흥의 빛과 그림자를 잘 분별하여 미래의 중국교회 지도자들에게 보여주고 올바른 부흥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중국교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민주화 운동 경험 역시 향후 중국교회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현재 중국교회는 교회 자체의 독립성을 놓고 정부 당국과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 한국교회의 경험으로 볼 때 머지않아 중국교회도 민주화 운동 참여를 놓고 한차례 홍역을 치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 한국교회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중국교회가 사회적 책무를 조화롭게 감당한다면 중국교회의 건강한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한 신학’이‘건강한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할 때‘건강한 신학’이란 협의의 신학교육 문제뿐 아니라 민주화운동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교회의 입장까지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중국교회의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선학협력 전략
요즘 신문지상에‘산학협력(産學協力)’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산업체와 대학이 서로 힘을 합쳐 공동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개념으로 선교영역에도 이것과 유사한 개념 내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의 주제와 관련하여 표현한다면‘중국교회를 위한 신학교육 프로젝트’추진을 위하여 유관 선교단체와 신학교가 협력하는 이른바‘선학협력(宣學協力) 전략’이 그것이다. 사실 중국교회를 위한 신학교육 사역을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진행하면서 일개 선교단체가 비자(VISA) 문제에서부터 학위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부 감당할 수는 없다. 그것은 신학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생 모집이나 생활 지도에서부터 중국어 가능 교수 수급 및 졸업생 후속 관리에 이르기까지 학교가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그러므로 선교단체나 신학교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중국교회를 위한 신학교육 사역에 협력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서울중국신학원과 평택대학교와의 협력은 선학협력의 좋은 실례이다. 두 기관은 지난 10년간 상호 신뢰아래 성공적으로 협력사역을 추진해 왔다.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많은 선학협력 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이 선학협력 관계가 자칫 갑을(甲乙)의 관계, 혹은 원청회사와 하청회사의 관계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대체로 협력 파트너(partner)인 신학교와 선교단체 중 신학교가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힘들 뿐 아니라 협력 관계도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이 협력 관계는 일방적으로 시혜(施惠)를 베풀고 받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요청된다.

한중(韓中)교회의 동반자적 선교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말한다. 지금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독교계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그 교회사적 변화의 중심에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유사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마치 그것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와 흡사하다. 요컨대 이 시점에서 한국교회와 중국교회가 서로 협력해서 당면한 중국교회의 신학교육 문제를 풀어간다면, 과거 영국교회와 미국교회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했듯이 한국교회와 중국교회도 21세기 세계선교의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편집자 주 : 4월 4-6일에 열렸던‘제한 접근 국가 교회 신학교육 포럼’(Restricted Access Nations Theological Education Forum)의 발제문입니다.


이요한 | 서울중국신학원(CTSS)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