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개혁개방, 그 갈림길과 탈출구
문화대혁명 때 베이징에서 자란 주자밍(朱嘉明) 교수는 80년대 중국 개혁개방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던 중요인물 중에 한사람으로, 중국공산당 총서기인 자오쯔양(趙紫陽)의 신임을 받았다. 그는 왕치산(王岐山), 황장난(黃江南), 웡용시(翁永曦)와 함께‘개혁개방의 사군자(改革四君子)’로 불린다. 1989년 6·4민주화 운동으로 해외로 망명하였으며 현재는 비엔나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에 대만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로 청빙을 받았다. 

주 교수는 망명한지 20여 년이 지난 후 중국 정치·경제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겼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서 발간되는 <사상(思想)> 22期에 중국 개혁개방의 갈림길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리고 동시에 중국의 간체자 사이트인 ‘공스왕(共識網)’에 올렸다. 약 20만 명의 네티즌들이 그 글을 조회하고 공유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2013년 1월, 대만 롄징출판사(台灣聯經出版公司)는 그가 발표했던 글 중에 ‘끊임없는 개혁과 지속적인 개혁(從不斷改革到持續改革)’, ‘중국 국정의 여덟 가지 이슈(中國國情的八憾關鍵問題)’를 책으로 출판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중국 당대 역사(中國芎代曆史)를 수직적으로 파악하는 동시에 중국의 중요한 경제와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분석함으로 앞으로 중국 개혁개방의 길에 대한 심도 깊은 사고를 제공했다고 한다. 

중국의 새지도부가 무대에 올랐다. 주 교수는 외부에 알려진 대로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의 ‘새정치판(習李新政)’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새 정치는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마인드로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새 정치를 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념, 새로운 생각 그리고 새로운 가치관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기준으로 볼 때 ‘신정(新政)’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개혁들은 구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자본주의 제도 문제를 철저하게 해결한 것과 미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개혁이 있다. 중국 역사에서는 ‘상앙의 변법(商夢變法)’과 ‘장쥐정(張居正)의 개혁’이 신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청나라 때 캉유웨이(康有爲)와 량치차오(梁啓超)에 의한 정치개혁운동인 무술변법(戊戌變法)도 개혁 초기의 신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로써 주 교수는 ‘후야오방(胡耀邦)과 원자바오(溫家寶)의 신정(胡溫新政)’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시진핑과 리커창의 신정에 과연 새로운 마인드, 새로운 사고방식 그리고 새로운 방법이 나올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대만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대만의 젊은이들이 그에게 던진 질문에서 중국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중국 젊은이들의 삶이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이들은 바다 건너 중국에서 대만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인데 대만의 정치 문화에 자극을 받아서 자기들만의 이상적인 ‘조국’의 이미지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근래에 주 교수는 홍콩을 방문 통뤄완(銅己灣)에 위치한 청핀서점(誠品書店)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그 갈림길과 탈출구’라는 강좌를 개최했다. <아주주간> 기자는 대만과 홍콩에서 개혁개방에 대해 주 교수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아래 내용은 그와 인터뷰한 것이다.

Q 주 교수님께서 생각하고 있는 중국 개혁개방의 갈림길은 현 정권이 1980년대 당시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이 개방을 향해 현대화 민주의 노선을 세울 때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인민을 부자로 만드는(藏富於民)’ 경제개혁과 ‘권리를 인민에게 돌려주는(還權於民)’ 그런 정치개혁인가?

A 그렇다. 갈림길의 뜻은 어긋났다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잘못된 길로 갔다는 것이다. 80년대의 개혁개방에 대해 사람들은 오해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가 오랜 시간의 기획과 이익타산도 하지 않은 채 무조건 그냥 돌을 더듬고 강을 건너는 장님인줄 알고 있는데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80년대 개혁에 참여했었다. 1979-1989년을 거쳐 총 10년간 중국 개혁개방의 방향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기본적인 개혁은 정치적인 독재와 경제개혁, 경직된 국가의 제도 이 모든 것이 다 개혁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우리의 목표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제도를 중국에 이식해 와서 지금까지의 독재정권을 끝내고 인민에게 권리를 돌려주며 중국이 서양 사회에서 겪고 있는 잘못된 현대화의 과정을 피해가게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동자들에게 자유를 돌려주는 것이다. 기존 공산정권에서 실행했던 ‘한솥밥(大鍋飯: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누구나 다 밥을 먹을 수 있다)’과‘철밥통(鐵飯碗: 공직에 있는 한 해고당할 걱정이 없다) 제도를 버리고 모든 중국 인민에게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자기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취업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때 당시 이러한 생각들은 매우 일률적이었다. 노동 시간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당시 사회주의 제도의 한솥밥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분배해 주지 못했다. 어느 사회든지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수입에 차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강대국들처럼 빈부격차가 큰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빈부격차 발생의 근본적인 이유는 권력과 자본에 달려있다. 그 당시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개혁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어긋난 길은 1990년대에 나타났다.

Q 오늘날 중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A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문제가 무엇이고 출구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정의로운 사회실현에 대한 방향 전환은 중국공산당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이것은 중국의 모든 인민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정치 제도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당을 비판하는 세력과 민간세력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공산당 내에는 새로운 방법과 정책이 통한다. 예를 들어 파리를 없애는 동시에 호랑이도 함께 척결(打蒼蠅也打老虎: 파리와 호랑이는 나라의 녹을 먹고 있는 관원들을 비유)하는 것이 최근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중국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바로 중국 정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해결에 동참해야 하지만 정부는 중국공산당 내부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 그 생각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Q 오늘날 시진핑이 직면한 가장 큰 개혁의 도전이 무엇인가?

A 제도적 도전, 중국공산당 내에서 오는 도전, 그가 과연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생각을 벗어 던질 수 있는지, 기존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는지에 대한 도전이다.

Q 당 내에서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권력기반이 주어지지 못했기에 시진핑은 문제가 많은 당을 개혁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겠는가?

A 지금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 그가 실제적으로 처한 상황 그리고 권력의 기반에 이 세 가지의 격차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권력기반은 매우 약하다. 그는 이미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권력기반을 세우기에 힘 쓸 것이다. 그러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이 단지 중국공산당 내에만 제한되어 있으면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중국공산당 독재의 합법성 그 자체에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권력의 이양도 역시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 가운데 시진핑의 권력기반은 상당히 빈약하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기존 정권 제도의 틀에 손을 대는 것인데 이 두 가지의 격차가 매우 커서 그것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Q 주 교수님이 볼 때, 시진핑이 중국의 어긋난 개혁을 정도로 돌아오게 할 수 있겠는가?

A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설령 그가 그러한 의지를 가졌다고 해도 그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현재 중국의 잘못된 경제개혁개방 정책이다. 지금은 이미 1980년대 경제개혁개방의 초심과 취지에 어긋나버린 지금, 중국의 제도가 새로 생긴 것이다. 많은 문제점은 이미 제도화하였다. 중국 정부가 자본주의 경영을 독점하고 있고 제도적으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부정부패는 누가 몇 채의 부동산을 갈취했고, 또 누가 공금 얼마를 횡령했다는 등 작은 것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중국에는 더 심각한 부정부패가 있다. 그것은 일반 시민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Q 자오쯔양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주 교수님께서 그분의 역사적 자리매김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면?

A 어떤 사람의 역사적 자리매김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축소되기도 하고 확대되기도 한다. 자오쯔양은 후자에 속한다. 중국의 진정한 개혁개방 정책은 1980년대에 이루어졌던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이 있었다. 그 선구자가 바로 그분이었다. 그는 경제제도에 대해 매우 정확한 판단을 했다. 그가 추구했던 것은 부와 권리를 중국 인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전혀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민주적 입헌정치를 주장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확실하게 밝힌 것은 1989년 6·4민주화운동 이후, 구속되어 죄수의 몸이 된 때였다. 그는 중국에서 공산당 독재정권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Q 그 당시에 이러한 생각을 한 것은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

A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 역사상 작은 실수로 인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꽤 많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런 기회를 포착했더라면, 당 내에 기존 보수 세력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후(胡)와 자오(趙)가 결합해서 자오쯔양이 생각했던 경제개혁, 정치개혁에 임했더라면 중국은 아마도 지금의 독재정권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80년대 중국 일반 시민의 변화된 생각과 지식인들의 사고수준, 일반 민중의 교육문화 수준은 오늘날 아프가니스
탄, 아랍, 그리고 미얀마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다.

Q 주 교수님은 시진핑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A 나는 별로 기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진핑이 국내외에 있는 많은 중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했으면 한다. 내가 별로 기대를 안 하는 까닭은 앞서 말했듯이 역사에 대한 엄청난 책임의식과 용기가 없으면 중국의 문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반드시 민주화를 통하여 사람들을 민주주의에 동참시키는 그런 군중시위 운동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중국의 문제는 혁명과 시위운동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제도가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제도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민대표대회(人大)가 곧 헌법을 만드는 기관이다. 그곳에 권리를 부여해주면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원래 기초선거 제도가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을 철저하게 실행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다. 정부에서 헌법과 선거법을 정착시키고 또한 이미 기록된 문서로 작성해 놓은 제도를 잘 실행해 나가면 중국은 그때부터 정상적인 사회로 태어나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의 중국은 비정상적인 사회라는 것이다. 어느 국가가 반부정부패를 그 사회의 목표로 삼고 있겠는가? 중국 사회에는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중국이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가려면 곧 지금의 부정부패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반드시 기존 제도를 벗어나야만 가능할 것이다.






출처 | 亞洲週刊第二十七卷第十期(2013年03月10日)
번역 | 차이나 · 본지 번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