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신 이는 하나님
나는 한국 신학교에 유학 온 조선족신학생이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아갔다. 폐결핵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다. 폐를 찍은 사진을 보니 가슴 한쪽에 큰 구멍이 나 있었다. 할 수 없이 휴학을 하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두 달 동안 치료를 받는 중에 어머니는 신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냐고 가끔 물어보시곤 했다. 목회하시는 부모님의 삶이 녹록하지 않음을 알기에 직장생활을 해서 물질로 교회를 돕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두 달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병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병상에서‘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시편 121편 말씀의 주일설교를 듣는 중에 하나님께서 신학교로 부르시는 음성을 들었다. 주일설교 말씀에 은혜를 받은 다음 날, 어머니에게 먼저“어머니, 저 신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너무나 기뻐하시면서, “나도 네가 신학교에 가는 기도응답을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신학공부를 해야겠다고 고백한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 같은 일어났다. 폐에 생겼던 큰 구멍이 작아진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도 이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3개월 동안 치료받고 퇴원했다. 그리고 3년 동안 신앙훈련을 받으면서 신학교 입학 준비를 했다. 2010년, 마침내 한국의 신학교에 입학했다. 이 모든 과정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린다.

핍박의 출구전략?
중국은 실질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없다. 특히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교회에 다니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10년 전에도 지금처럼 내가 살던 지역의 많은 교회들이 핍박을 받았다. 청소년들이 부모님을 따라 교회에 간 것을 학교 선생님들이 알게 되면, 학교의 처벌을 받아야 했다. 더욱이 반에서 얻는 점수에도 영향이 있었다. 그때는 중국 조선족교회의 주일학교, 학생회, 청년회가 왕성하게 부흥하던 때였다. 중국의 다른 지역은 잘 모르지만, ○○지역은 미국과 한국 선교사님들이 열정적으로 선교를 하신 곳이다. 그들은 상황이 어려운 목회자들과 교회를 함께 세웠으며, 교회의 여러 가지 필요를 공급해 주었다. 또한 물질적 후원도 아까지 않았다. 

○○지역 교회들의 연합수련회에는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신앙의 교제를 가졌다. 교회는 찬양과 나눔으로 충만했다. 그러나 성도들이 많아지자 핍박이 시작됐다. 선교사들, 목회자들은 붙잡혀 가서 벌금도 내고 추방도 많이 당했다. 선교사들은 후원자들로부터 물질적 후원이 중단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중국 내의 핍박으로 선교사들은 힘겨워 했고 함께 동역하는 현지인 목회자들도 같이 힘들어졌다. 그래서였을까? 선교사들은 점차 중국에서 지속적인 선교를 포기하고 선교지를 떠났다. 선교 사역이 멈춰지게 되자 현지인 목회자들을 후원하던 것도 덩달아 멈춰져 버렸다. 조선족 사역자들은 그 후로 어쩔 수 없이 중국을 포기하고 외국으로 떠나기 시작했다(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가려는 것과 비슷하다). 능력이 되고 돈이 조금이라도 있는 신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외국행을 택했다. 특히 농촌교회는 도시교회보다 더욱 더 많은 신자들이 외국으로, 중국 내의 대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동, 칭다오, 이우 등지로 떠났다. 또한 교육문제도 시골을 떠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의 자녀들은 한족학교로 보내졌다. 결국 교회에는 노인들만 남게 되고, 교인 수는 열 명 안팎. 게다가 목회자만 남아 있는 경우도 흔하다. 10년 전만해도 미국, 한국 선교단체와 교회가 작은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었는데……. 

지금 중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중국 정부의 외국선교사에 대한 핍박 때문에 그들은 이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도움을 받던 지역의 교회는 지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다보니 사모가 교회재정과 생활비, 자녀교육비를 감당하려고 외국으로 나가서 돈을 번다. 나는 지난 10년 사이 교회가 크게 부흥하는 것도 보았다. 핍박에도 목숨 건 선교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도 보았다. 그리고 물질적 지원이 끊김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게 되자 신앙이 심하게 흔들리는 사역자도 보았다. 심지어 하나님을 떠나는 사역자도 보았다. 

모든 조선족교회가 외국선교사의 도움을 의지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후원을 받지 않고 성장한 교회들도 있다. 이러한 교회의 목회자들은 지금도 나름대로 목회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들 목회자들은 순수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또 기도하면서 좋은 열매를 많이 맺었다.

이단침투로 병들어 가는 조선족교회
조선족교회의 이단 문제는 심각하다. 중국에 이단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목회자들을 찾아가 돈으로 그들을 포섭한다. 한국 돈 10만 원으로 농촌교회 목회자들을 쥐락펴락 조정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돈을 미끼로 교회에 그물을 던진 이단들이 너무 많았다. 심지어 한국에 보내준다는 말을 하면서 다른 아는 목회자들을 불러오게 해서 함께 성경공부를 시키고, 결국은 이단으로 넘어가게 하는 자들도 있다. 그리고 교회는 통일교 때문에 ‘목사들이 중국에 와서 다른 짓거리를 많이 한다.’고 욕을 먹는다. 그리고 가짜 목사들이 교회에 들어와서 이렇게 유혹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 조선족교회는 여러 이단들의 침투로 인해 병들어 가고 있다.

권면과 소망
중국선교를 하는 사역자라면 2-3년 동안 현지에 가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가지 않고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유학생들을 양육하는 사역을 하는 거도 좋을 것 같다. 중국인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잘 배우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귀국하면, 선교사들 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신학생들과 관계를 잘 맺어 제자처럼 양육해 후에도 중국에 들어가는 일이 있으면 부탁할 수도 있고, 서로서로 동역자로서 많이 도울 수 있다. 선조들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복음을 지켜왔다. 그런데 우리는 눈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복음을 떠나고 있다. 선조들이 흘린 피 값이 우리세대에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조선족신학생으로서 조선족교회를 향해 품은 비전은 중국에 있는 교회와 성도들의 연합이다. 교회들이 뭉쳐서 다시 복음 앞에서 회개하고 새 출발해야 한다. 중국의 조선족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진정한 연합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 북한의 문이 열리면 조선족 사역자들이 북한에서 목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조선족 사역자들에게는 지역적으로나 언어적으로 사역하기에 적합한 선교지다. 조선족교회와 목회자가 돈이나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여 진실함과 성실함으로 목회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의 조선족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무명 | 중국 조선족신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