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도해, 땅 밟기, 지역을 묶고 있는 악한 영을 대적하는 기도, 저주를 끓는 기도 등은 모두 한번쯤은 들어 보고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성경적 근거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다. 영적 전쟁이라고 하는 활동에 참여할 때 간절함과 담대함으로 기도했지만, 사실 그 지역의 역사, 종교,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때는 무언가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영적 전쟁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영적지도와 땅 밟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정말 사단의 견고한 진이라고 하는 고대로부터 존재해 왔던 지형적 상징물이 있는가? 땅을 밟으며 기도를 해야 더 강한 대적 기도가 되는가?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사실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여리고성 땅 밟기는 성경에 단 한번 나온다. 그것도 하나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방법이었다. 좀 생뚱맞은 말이지만 베드로는 물위로 걸어오라는 예수님의 허락을 받고 바다 위에 발을 내디뎠다. 성경 속의 사건들을 믿음으로 취하여 선교지에 적용하려는 열정과 그 상징성은 이해되지만 그 전에 먼저 그 사건이 기록된 목적과 성경의 구속사적 관점을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저주를 끊는 기도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기도가 도식화되고 정형화되어 버리면 이방종교인이 자신들의 신을 찾으며 행하는 주술적인 진언, 접신행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적은 분량의 글로 영적 전쟁에 관해 말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선교 현장에 진정한 영적 전쟁이 일어나기를 소망하며, 함께 영적 전투에 대해 고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영적 전쟁의 역사적 고찰
우선 영적 전쟁이라는 개념의 토대가 된 오순절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배경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하면 이렇다. 17세기 유럽교회는 루터파와 칼빈파의 교리 논쟁으로 인해 종교개혁의 본래적 사명에서 떠나 점점 경색되어 갔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스페너를 위시한 할레 대학을 중심으로 경건주의 운동이 일어났다. 경건주의 운동은 기도와 체험을 통하여 하나님과의 초월적인 만남을 강조하였고 많은 교회들을 갱신하며 선교 운동의 태동을 가능케 하였다. 모라비안 공동체와 존 웨슬레의 감리교 운동이 경건주의 운동의 대표적인 좋은 열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건주의 운동은 점점 개인의 체험을 성경보다 위에 두는 오류를 범했다. 그 결과 그 시대의 과학의 발달, 진화론, 타종교 접촉 등에 대한 도전에 성경적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신앙을 이성과 과학을 아우르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단지 감성과 체험의 영역으로만 제한시켰다. 프란시스 쉐퍼는 ≪이성에서의 도피≫ 에서 이러한 키에르 케 고르의 실존주의적‘신앙의 비약’을 매우 잘 비판했다. 결국 하나님과의 주관적이며 체험적 관계를 중시했던 경건주의 운동은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성경의 영감과 무오성을 비판하는 자유주의 신학의 모태가 되었고 자유주의 신학의 거센 도전 앞에 현대 유럽교회는 무장을 해제 당한채 점점 죽어가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또 다시 시계추의 진자 운동처럼 자유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감성과 체험을 강조한 오순절 운동과 맹신에 가까운 근본주의 운동이 일어났다. 특별히 오순절 운동은 성령세례와 방언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교회 안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오순절 운동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성령께 직접 기도하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경 어디에도 성령이 기도를 받으시는 주체자로 등장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성부 하나님께, 성자 예수님의 이름으로, 성령 하나님의 능력을 구하라고 가르치셨다 (요16:23,24). 최근에는 이러한 감성과 체험을 성경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이 제3의 물결과 신사도 운동 그리고 이머징 처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운동이 교회에 끼친 선한 영향력에는 감사한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이러한 주관적인 체험과 감성을 자극하는 영성 운동들이 과연 세상이 교회를 향해 던지는 질문과 도전 앞에 교회가 내놓은 올바른 대답이었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서두에서 언급한 영적 전쟁을 설명하는 합당한 근거가 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성경이라는 개혁주의 신앙의 중심을 잃었을 때 자유주의 신학과 신비주의 영성사이를 오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먼저 답을 말하면 선교신학자 폴 히버트는 ≪선교현장의 문화 이해≫에서 영적 전쟁은‘능력 대결’과‘진리 대결’이 함께 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순절운동은‘능력 대결’은 강조했는지는 모르지만‘진리 대결’의 측면에서 매우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상처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운동은 여전히 교회로 하여금 개인의 주관적인 체험과 은사를 성경 위에 혹은 성경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려놓고 신앙을 감성과 체험의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영성가들 중에는 타종교의 오랜 수행방법의 하나인 관상기도를 기독교 영성이라는 이름으로 교회 안에 끌어들이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인간의 주관적인 영적 체험이 아무리 신비하고 심오한 것이라 해도 그것이 우리가 전파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되고 영적 전쟁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삼층천을 다녀온 바울조차도 자신의 경험을 잠깐 언급할 뿐 그의 서신서 어디에도 십자가의 복음과 성도의 거룩한 삶을 대신하지는 않았다.

실제적 제안
성경은 우리 존재의 모든 영역이 하나님의 것이기에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라고 명하신다. 이것이 영적 전쟁의 전제이고 방법이며 목적이다. 이러한 결론에 이르도록 하는 3가지 통찰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영적 전쟁의 성경적 전제를 말하고 싶다. ≪하나님의 선교≫ 라는 책 2부 5장‘살아 계신 하나님은 우상숭배와 대결 하신다’에서 영적 전쟁의 성경적 전제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주변 여러 국가에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들이 있었고 그들마다 섬기는 신과 신을 상징하는 우상들이 있었다. 이방민족들은 각 민족과 영역을 주관하는 신이 있다고 믿었고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전리품이 된 신이 추가되기도 했다. 결국 민족과 민족의 전쟁은 신들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성경은 이러한 이방민족들의 세계관을 철저히 부정한다. 오직 한분 창조주 하나님과 나머지 그가 만드신 피조물이 존재할 뿐이며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들은 실상 어떤 힘과 권세가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과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다. 그러한 우상의 배후에는 타락한 사단과 귀신들이 존재 하며 그 사단과 귀신들조차도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서 존재할 뿐이라고 분명이 말한다. 

두 번째, 우리는 ≪선교신학≫ 10장‘영적 역동력과 선교’를 통해 영적 전쟁에 대한 성경적 방법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싸움은하나님께서 구원 시에 주신 영적인 원천들로만 이길 수 있는 영적 싸움이라는 것이다. 바울은 이사야서에서 인용한 신자의 무장을 묘사하는데(사 11:5, 49:2, 52:7, 59:16-17), 이사야서에서 하나님은 구원의 속성을 입고 계신다.”라고 말하고 있다. 에베소서 6장 10-17절에 나오는 성도의 영적 무장은 이사야서에 묘사된 하나님 다시 말해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 무장을 하시고 싸우시는 하나님에 대한 묘사를 인용한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싸우게 되는 영적 전쟁은 하나님의 싸움이며 성도는 대장 되신 하나님을 따라 이 싸움에 참여하는 군사인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싸움은 십자가에서 이미 승리한 싸움이고 장차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결될 싸움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능력으로 우리의 싸움을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여 하나님의 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교만할 이유도 없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선교현장에서 이러한 성경의 진리를 잠시라도 잊어버릴 때 우리는 균형을 상실하고 전쟁에서 패할 것이다. 

세 번째, 영적 전쟁의 범위를 말하고 싶다. ‘선교현장의 문화이해’12장‘배제된 중간영역의 허점’에서 영적 전쟁의 실재라는 측면을 말한다. 현재 영적 전쟁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성경적 이해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세속주의적 입장으로 하나님은 무력하게 멀리 계시며 피조세계에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천사, 귀신 등의 존재를 부인하는 자연주의적 세계관이다. 주로 서구 유럽인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었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하나님의 자리를 힌두교와 불교의 여러 신들이 대신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정령숭배가 만연해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기독교화된 형태의 정령숭배가 있다. 하나님을 예배의 대상이기 보다는 자신의 필요를 해결해 주는 이용의 대상으로 보는 영적 이해이다. 이러한 하나님과 영적 세계에 대한 이해는 표면적 그리스도인은 될 수 있어도 깊은 회심을 경험한 내면적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게 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그들이 현실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것을 따라 언제든지 하나님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속주의 입장은 영적세력에 대한 무지라면 기독교화된 정령숭배는 내면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무지인 것이다. 둘 다 영적 전쟁 대상의 범위인 것이다. 

안점식 교수는 ≪세계관과 영적 전쟁≫ 에서 사단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는 거짓 유혹을 하였고, 지금도 인류에게 동일한 거짓 유혹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영적 전쟁은 사단의 거짓된 실체를 폭로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유일신 하나님만을 예배하게 하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선교현장에 있으면서 늘 접하게 되는 것이 바로 불교와 샤머니즘이 혼합된 우상숭배 문화이다. 때로는 우상숭배의 중심인 절을 찾아가서 스님과 함께 3일 정도 동거할 때가 있다. 가기 전에 영적으로 눌리지 않기 위해 3일 정도 금식을 하고 가지만 여전히 영적인 두려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때 나의 영적 세계에 대한 이해는 어떤 상태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영적세계를 성경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사단과 귀신의 역사가 실재하지만 그것들 역시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두려움에 함몰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악한 영적 존재에 대해서 너무 둔감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인 활동(그것이 복음전도가 되었든 구제활동이 되었든)에 치우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결국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의 싸움이 아니기에 영적 싸움에는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진리 대결뿐만 아니라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역사하는 악한 영의 실체를 파학하고 대적하는 영적 대결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참고문헌
안점식, 『세계관과 영적 전쟁』(죠이선교회), 1995.
크레익 오트 외 공저『선교신학』, 김동화 외 공역, (존스북), 2012.
크리스토퍼 라이트, 『하나님의 선교』(IVP), 2010.
폴 히버트, 『선교현장의 문화이해』(죠이선교회), 1997.





사무엘 | 중국선교사